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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문화연대 성명, 껍데기만 남은 '차별금지법안'을 즉각 복원하라
연합뉴스 보도자료|기사입력 2007-11-14 16:09


지난 10월 2일, 법무부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최초의 기본법'이라는 제정 이유를 거창하게 밝히며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의 거창한 제정 이유가 무색하지 않게 당초 입법예고 된 법안은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과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지향, 학력(學歷), 사회적 신분 등 총 20여개의 차별 금지 조항을 설정하고 이와 같은 이유로 고용과 해고상의 불이익이나 교육·훈련 기관에서의 차별, 사회적 서비스의 이용에 있어서의 직, 간접적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와 같은 법안의 내용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주요한 차별의 요인이 되어 왔던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함으로써 개인의 차이와 다양성을 무시당한 채 각종 불이익과 부당한 대우를 당해왔던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그러나 입법예고안이 발표되자 경총을 비롯한 재계와 보수 언론들은 '학력', '병력'에 의한 차별 금지 등의 조항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막는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고, 특히 일부 대형 기독교 단체들은 긴급히 '동성애차별금지법안 저지 의회선교연합'을 발족하고 시국대회를 여는 등 차별금지법안에 제시된 '성적지향' 부분을 삭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그리고 결국 현재 법무부는 이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학력,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전력,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성적 지향의 7개 차별 항목을 삭제한 채 법안을 법제처로 넘긴 상태이다. '헌법상의 기본권을 실현'하겠다던 애초의 취지는 모두 실종되고 차별금지법에서조차 특정 대상을 차별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당초 이번 입법예고안은 지난 4년여 간 국가인권위원회와 차별 당사자들, 여러 전문가들과 단체들이 오랜 의견 조율과정을 거쳐 법무부에 제시한 '차별금지법 권고안'보다 훨씬 후퇴한 내용으로, 피해 당사자가 직접 차별을 입증해야 하고 시정권고나 징벌보상 등 구체적인 구제 조항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아 실질적인 효력을 지니기에는 많은 한계를 가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명시로나마 보호해야 할 20여 개의 차별 금지 항목 중 사회적 차별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학력, 성적지향, 출신국가 등 7개의 항목을 삭제한 것은 '차별금지법'으로서의 의미를 이미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차별을 금지하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던 법무부가 도리어 '차별금지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 되어야 할 기업의 요구와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대를 받아들여 지난 4년여 간의 논의와 기대를 일시에 저버린 이와 같은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차별금지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이 법안은 '차별을 위한 또 다른 차별'을 무수히 양산하게 될 것이며 현재 삭제되지 않은 차별 금지 조항들도 특정 집단의 반대에 부딪힐 때마다 개정을 요구받는 난항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법무부는 즉각 삭제 조항들을 복원하고 실질적인 차별 구제 조치를 포함하도록 법안을 재논의하라! 이와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문화연대는 제 시민사회, 인권 단체들과 함께 '차별금지법'이 제대로 제정될 때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2007년 11월 6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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