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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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내리면 집까지는 제법 오래 걸어야 한다.
조명이 충분치 않아 어두운 골목길을 걸으면서 줄곧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우울증에 깊이 뿌리를 내려버린 내 삶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고, 마주한 현실의 문제들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더 이상 반항하지도, 저항하지도 못하는 내 삶의 무게에 대해,
존재하고 살아 가는 것이 내 운명에 대한 ‘저항’이라고 위안해 보는 것에 대해,
우리 세계가 가진 모순과 내 삶의 모순들에 씁쓸하게 휩쓸려 살아가는 것에 대해,
강물만큼의 의식도 가지지 못했고 강물만큼의 사상도 가지지 못한 채 강물이 되기는커녕 속 빈 부유물처럼 시간을 흘러가는 것에 대해,
그 모두가 애처롭다. 눈물 나는 가벼움이다.

마흔이 되면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다고 말을 했었다. 그래 설익고 조잡한 언어들로 풀어내던 입을 닫아버렸고 더 이상 아무 것도 쓰지 않기로 했었다. 마흔 즈음이면, 뭔가 풀어내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언어는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느덧 곧 마흔이다. 그런데,
내 삶이 가뭄기의 황무지처럼 느껴진다. 이 메마른 땅에는 붉은 꽃 몇 송이는커녕, 수분을 한껏 들이키고 푸르게 숨쉬는 풀잎조차 찾을 수 없어 보인다. 마른 풀들이 바람에 부러지고 뒹군다.  황야가 가진 원시적 정신도, 한낮의 태양처럼 명징한 신념도, 지평선 위에 걸린 황혼의 저리고 시린 그리움도 없다.  황야의 흔한 미덕조차 가지지 못한 내 삶의 사막에서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뭔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증만 발을 동동인다. 아니면 포기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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