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푸석푸석한 삶에 오아시스와 같다.
<예화1>
팔 하나가 없어 비관적이었던 A는 자살하려고 할 때
우연히, 시야에 들어오는 다른 한 사람을 봤단다.
그는 두 팔이 없었는데 마구 웃으며 춤을 추고 있었단다.
연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고... 뭐, 물어봤겠지.
"나는 팔 하나가 없어 괴로워하다 이렇게 생을 마감하려고 하는데
두 팔이 다 없는 당신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웃으며 춤까지 출 수가 있소?"
하고 묻자 그가 대답했단다.
"등이 가려워서요..."
훔... 여튼... 대략의 내용이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이야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웃음만발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반응하는 한 사람이 내 시선을 잡아 끌었다.
"당신들은 두 팔이 없어 등을 긁지 못해 괴로워하는 저 사람의 몸부림이 그리 재밌소?"
기껏 내가 가진 유머감각은 타인에 대한 조롱을 기반으로 하는
폭력에서 출발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창피했다.폭력이 의외로 내게 많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 순간 난 몸이 화끈거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을 조롱하는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친하고 가까운 사람일 수록 조심성을 잃어간다.
특히 말에 대하여 잃어가는 조심성은-내가 보기엔- 심각하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왜 그런지 이유를 들어보면 다음으로 압축되는 것 같다.
1. 친하니까.(친밀감의 표현 혹은 표시라는 것이다.)
2. 재밌으니까. (타인에 대한 조롱이나 폄하는 종종 유머나 재치 혹은 기갈로 둔갑한다.)
3. 뭐...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그래, 맞다.
친하지 않고서야 어찌 말을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농을 해댔다간 돌아오는 건
배꼽을 쥔 박장대소의 호응이 아니라 그냥 굳게 쥔 주먹일 수도 있다.
뭐... 본인의 [이빨이 더 세다면] 개의치 않고 농을 계속하려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정말 재밌다.
어떤 사람들은 타인을 조롱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성적인 잣대를 지녔지만,
그것이 타인을 조롱하는 데 망설임을 갖게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 식(타인의 조롱을 도구로 삼는) 웃음 유발은
유머나 재치의 본질도 아닐뿐더러 기갈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유머를 이어가려는 주변인들의 동참 센스는 더욱 안쓰럽다.
<예화2>
개그맨 전유성씨의 딸이던가...? 아니, 가수... 조영남씨의 딸이던가?
뭐... 여하튼, 연예인 중 누구의 딸 이름이 [제비]란다.
주변 사람들의 예상되는 우려대로 그 아이는 친구들로 부터 꽤나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아이는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니 이름을 갖고 놀리는 아이들이 틀림없이 생겨날거야.
너는 앞으로 친구를 사귈 때, 족제비, 수제비, 강남제비...
이렇게 놀리는 아이들과는 친구하지 말고, 너를 놀리지 않는 아이들과 친구를 사귀렴"
아버지의 이러한 지혜로운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대게의 경우 외상보다 내상이 오래간다.
대게의 경우 내상은 말로인해 생긴다.
그런데...
내가 하면 재치이고, 남이 하면 상처가 된다.
뭐... 나 역시 이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지만.
그러나 다만, 그런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핑계대고 싶지는 않다.
어떤 사람이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보일 때,
그에 대한 리액션으로 무관심 혹은 안티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인스턴트적인 유대감을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상대의 긍정적 사고를 칭찬하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친밀감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것이 더 품격있는 재치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혹 웃으라고 한 말에 상대가 정색을 한다면.
넌 뭘 그런 것 같고 상처를 받냐...? 라고 말하기 보다
미안해, 조심한다고 하는데 또 실수를 했네. 라고 말하는 것이 큰 용기이며 지혜라고 생각한다.
다들 알겠지만,
폭력의 기준은 행하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를 놀리는 사람과 친구를 해야할 이유는 없다.
내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친구로 지낼 이유는 없다.
그러나 혹, 당신은 그러고 싶은가?
유머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을 바보로 만들거나 무시하는 유머(?)는 메마른 오아시스다.
당신의 유머가 내 삶보다는 촉촉하길.
<예화2> 이름가지고 많이 놀리는거 참 어렸을때부터... 백이면 백 다 놀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땐 철이 없어서.. 저도 이름 외자라고 많이 놀림 당하고 그랬었는데.. 그땐 놀림 당하는게 무지 싫었거든요. 농담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비꼰 그런..거였으니.. 하지만 나이가 들고 나니 그런건 없는거 같아요. 제 생각엔 이름가지고 놀리면서, 혹은 어떤 사람에게는 폭력으로도 들릴지 모르는 일이지만 .. 그걸로 친구를 사귄다 만다 하기에는 너무 커버린 나이인거 같아요. 주위에 정말 신기하고 놀릴만한 이름들 많은데.. 뭐 최신형두 있구 김영삼두 있고.. 하지만 나이들고 이름가지고 놀리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깊어 지는게 좋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