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훈(37·사시 43회)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제정한 제1회 ‘무지개 인권상’을 받았다. 정 변호사는 성소수자 인권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해 ‘군대 안 동성애자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단’과 ‘성전환자 성별변경 관련 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에 적극 참여했다.
인정 많고 푸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바지런함이 그의 ‘전매 특허’다. 부인 김수영(북디자이너)씨, 4살짜리 딸과 함께 사는 그는 이성애자 남성이다. ‘친구사이’도 수상자 후보에 함께 오른 동성애자 인권활동가에 견줘 이성애자로서 그의 활약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해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의미있는 일 하고파” 뒤늦게 사시준비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사건 등 참여
성 소수자 ‘가족구성’ 문제 이슈화 되길
“쑥쓰럽네요. 인터뷰 안 하면 안 될까요?” 겸연쩍어하던 ‘변호사’는 손님에게 직접 차를 내왔다. 겸손하고 탈권위적인 태도와 달리, 인권 문제에서만큼은 날서린 시선을 누그러뜨릴 마음이 조금도 없다.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반 기업에 다니다가 변호사가 된 것도 “의미있는 일을 하려”고 였다. 30살 무렵 고시공부를 시작해 2년 만에 사법고시를 합격했고, 사법연수원을 마치자마자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www.kpil.org)에 들어갔다. ‘공감’은 아름다운재단이 운영하는 비영리 공익변호사 모임으로 변호사 5명에 정기후원회원은 370여명이다. 그를 포함한 변호사들 모두가 사회 주류질서가 외면하는 소수자 인권문제에 힘을 쏟았다. 정 변호사의 주된 관심사는 노숙인·동성애자·에이치아이브이/에이즈(HIV/AIDS)감염인·이주노동자·장애인·국기경례를 거부해 중징계를 받은 교사 인권 문제 등이다. 왜 소수자 인권이 중요할까?
“사적인 공간에서 문제이니까요. 법적 합리성이 사회의 가부장적 권위에 종속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합리성 없는 사회적 편견과 정책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하는 사례가 실제로 많죠.”
지난해 대법원이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판결을 내놓고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 사건 등에 관한 사무처리 지침’을 마련했을 때도 그는 강하게 반발했다. 성별정정 허가는 반길 일이지만, 지침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만 20살 이상, 미혼, 자녀가 없을 것, 성전환 수술을 받아 외부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을 것, 부모의 동의서’ 등을 요구한 독소조항 때문이었다. 정 변호사는 “고통의 절규를 외면하는 법적 권위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귀 기울여 들여야 할 것은 어떤 정보가 아니라 누군가의 소리”라고 말했다. 법과 제도의 안정성은 때론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면서 기존 제도를 유지하려는 방편과 명분이 되기 십상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성소수자 인권의 핵심인 가족 구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길 바랍니다. 미국에선 대선 때마다 동성 간의 결혼 합법여부가 주요 정책 대결과제로 떠오르잖아요? 우린 아직 기본적 논의조차 없어 안타깝습니다. 기존 가족제도의 수혜자들이 외면하는 탓이겠죠.”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