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겨울.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기에
여느 때 처럼 우린 눈망을 반짝거리며 잔뜩 기대를 머금은 채 모여 앉았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의 대략은 이러했다.
나이 어리고 몸집이 작은 한 녀석을 알게 되었는데
꼬마 녀석이 내복을 입고 있더란다.
그래서 그가 그랬단다.
"너, 게이 맞아?"
물론 그는 타고난 손동작과 몸짓과 눈짓과 목소리로
그 당시의 상황을 매우 재미있게 전해주었다.
그런데 난 전혀 웃기지 않았다. 하지만 웃는 연기는 했다. -_-
그는 게이가 내복을 입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창피해하는 것이 분명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참으로 가난했다.
생마늘 몇 쪽에 고추장이 반찬의 전부였던 적도 있었다.
엄마가 다니는 공장 식당에서 말린 누룽지가 한 푸대 쯤 모아지면
공장 사람들이 퇴근한 이후에 엄마 퇴근 시간에 맞춰 어둑해진 저녁에 집을 나서기도 여러번.
겨울이면 성해가 끼어서 중천에 해가 걸릴때까진 좀처럼 창문을 열기 힘들었던 그 시절엔
신문지가 화장지를 대신하고, 기워 신은 양말을 신는 것은 자연스런 일상일 뿐이었다.
추운 겨울에 내복을 입는 것은 내겐 상식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지만,
1년 사이 또 훌쩍 커버린 몸에 맞지 않은 내복을 입는 것은 좀 창피하긴 했다.
보온메리는 가당치도 않아 쫄쫄이라 불리는 것을 입어야했는데
어쩌다 체육시간 같이 옷갈아 입을 때 나를 본 친구들은 기회랍시고 키득대었다.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간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였다.
뭐... 그 때 보다야 형편이 나아지긴 했지만, 난 지금도 겨울이면 내복을 입는다.
향수라기 보다는 건조한 피부탓이다.
내복은 값비싼 보습제보다 피부에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사람들이 내복을 입든지, 안입든지는 각자의 취향과 체질과 상황에 따르면 될 것이다.
내복을 입어야 한다고 강요를 할 필요도 없으며,
내복을 입는 것이 놀림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내복을 입은 것이 창피한가?
내복을 입었다고 놀리는 사람의 생각이 창피한가?
당신은 어느 쪽인가?
추신.
사람들은 여전히 쉽게 타인을 놀리는 유머를 구사하고 재미있어 한다.
나도 가끔은 그런 유머를 한다.
그런 실수를 하는 날은 편히 잠이 안온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는것인데 화장실에서
큰일 보는 친구만 있으면 친구들사이에서 왜그렇게 놀렸는지 모르겠어요.
어찌보면 그것은 어릴적 친구들사이에서 가진 안좋은 인식의 하나 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사회적으로 내복입는게 유행이 되면 패션리더들이 전부 내복을 입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내복입을 만큼 춥다고 생각이 안들어서 입지는 않지만
추울때 내복입는 사람들이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x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