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사이에서 게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기획워크샵을 기획했었다.
<후회하지 않아>를 만들면서
1년 혹은 1년 반에 한번씩 퀴어영화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정작 이송희일 말고는 퀴어영화를 만들어 줄 감독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게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 강좌 였는데,
그리고 오늘이 그 첫 날이었는데,
폐강되었다.
왜?
2명 밖에 안 왔다.
예전에 내가 우리 회사에서 기획워크샵을 한 적이 있엇는데,
내 블로그에서만 공고를 내서 20명을 후딱 모아서 세달 정도 진행했고
그 중 많은 언냐들이 영화사에서 일하게 되는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그런 강좌가 됐었는데
오늘 폭삭했다.ㅠ.ㅠ
정원이 12명이었고
그 정도는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달랑 2명이 참석했다.
왜 그럴까?
12명을 못 채운 이유가 뭘까?
이번엔 내 블로그 뿐 아니라 이곳 저곳에 홍보도 많이 했었는데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웃팅' 때문인 것 같다.
영화기획워크샵을 수강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화사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인데
강사들이 대부분 영화판에서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니
이 강좌를 듣는 다는 건
'나 게이에요'라고 커밍아웃 하는 꼴이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실 영화판에서 게이라는 건
'섬세함과 여성성을 두루 갖춘 이'로 단점이기 보다는 장점이 되기도 하는데
막상 아직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게이로 산다는 것, 이렇게 어렵다.
오늘 참가한 2명의 게이와 함께
첫 수업이자 마지막 수업을 했다.
강좌를 듣기 위해 수업료를 내고 기다렸던 사람들(두명 뿐이지만)에게
"폐강 되었으니 환불해 드릴게요."라고 전화로 통보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그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친구사이 담당자들은 강의도 폐강 되었는데
친구사이 사무실로 오게 하는 것이 더 미안한 일이라고 했지만
난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강의에 신청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그냥 그렇게 끝내고 싶지가 않았다.
2시간 30분 정도 강의를 하고 같이 술을 한 잔했다.
두 분다 너무 아쉬워 했고
다음에 또 다른 자리에서 만나길 바라며 허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찬바람도 불고 쓸쓸했다.
대한민국에서는 게이들끼리 모여서 영화 공부하기도 이렇게 힘든가보다.ㅠ.ㅠ
내년에는 또 누구와 퀴어영화를 만든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