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우리 사회의 ‘외계인’ (6. 20 입력)
동화 작가 이경화
사회의 혐오적 시선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10대 동성애자의 이야기 ‘나’를 발표한 후, 종종 게이에 대한 애정 어린(?) 질문을 받는다. 인권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일까? 물론 아니다.
“게이들은 뭐해 먹고 살아요?” 어떤 직업에 종사하느냐는 질문.
“자기가 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요?” 게이를 불치병, 난치병으로 생각하는 질문.
“게이는 여자를 싫어하나요?” 게이들은 편협하다는 착각.
“자기가 게이라는 것을 숨기고 살려면 참 힘들겠어요.”
이성애자들에게 게이는 딱 ‘외계인’이다. 외계인들은 지구에서 어떠한 직업에 종사하며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것을 숨기는 방법은 무엇인지, 지구에 살면서 겪는 애로 사항도 궁금하고 지구인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는지도 알고 싶다.
가끔 이런 질문도 날아든다. “작가님도 게이인가요?” 그 소리가 내게는 이렇게 들린다. “작가님도 외계인인가요?”
종종 자신이 얼마나 진보적이며 선량한 사람인지 드러내는 방법으로 성적 소수자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성애자를 지구인으로 편입시키는 출발로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 외계인이 성적 소수자뿐일까. 트랜스젠더,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흑인, 가난이라는 족쇄를 집안 대대로 대물림하고 있는 빈곤층들이 번호표를 들고 줄 서 있다.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면 이 지구상에서 외계인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짜 외계인이 왔을 때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흠. 그런데 나는 외계인 게이, 외게이입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