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공포대극장 우두 (牛頭: Gozu, 미이케 다카시, 2003)
난 적당히 미이케 다카시의 팬이다.
당신이 이 끝없이 지루하고 난해한 영화의 2/3를 참는다면, 마침내 더할 나위 없이 판타스틱한 성 정체성의 여행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우두'는 부천영화제 슬로건처럼 '야쿠자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판이 아니라, 오히려 '단테의 지옥 여행'이며, 지옥에서 갓 벗어나 해방을 얻어낸 자들에게 보내지는 송가에 다름 없다.
미친 형님을 죽여야 하는 조직의 막내 미나미.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형님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여기서부터가 이상한 여행이 시작된다. 젖을 짜는 여관 주인, 색소 이상에 걸린 지방 야쿠자, 죽은 호모들이 득시글거리는 이상한 커피숍, 그리고 마침내 아리따운 한 여인이 나타나, 자신이 '형님이라고 주장한다. 미나미의 아랫도리 송사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조직의 보스가 이 여인과 자려고 할 때부터 영화는 다케시식 엽기 유머의 장관이 펼쳐진다.
국자 끝을 항문 속에 넣어야 발기가 되는 조직의 보스는 결국 국자로 인해 장이 파열되고, 또 그 국자 때문에 감전사하게 된다. 마침내 '형님'이라고 부르는 아리따운 여인과 미나미를 잠자리를 하게 되는데, 맙소사, 성기가 빠지지 않는다. 심지어는 성교를 하던 아리따운 여인이 아기를 낳는다. 그렇게 찾던 '형님'이다.
이 기괴막측한 스토리와 엽기적인 유머들은 맨마지막 장면을 위해 동원된 장면들이다. 형님과 아리따운 여인과 미나미, 이렇게 셋이서 행복하게 길거리를 걷는 엔딩 샷은, 이 영화가 성기, 동성애, 이성애, 트랜스젠더 등의 여러 섹슈얼리티 장치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다.
다케시는 이미 자신의 주요 오브제인 '야쿠자'를 통해 가장 처열한 동성애를 그려낸 바 있다. 블루스 하프.
역시 이 영화 '우두'는 문신 투성이의 건들거리는 마초 병정들인 야쿠자를 흠씬 비웃으며, 해방된 섹슈얼리티의 진풍경을 보여주고자 하는 다케시 특유의 유머가 담겨 있다. 아리따운 여성에게 '형님'하고 부르며 사랑을 느끼는 미나미, 다시 태어난 형님, 그리고 형님의 여성성으로 빚어진 아리따운 여성... 이 순환 고리는 사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블루스 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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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Go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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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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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갑자기 든 연상작용인데, 라이카 - 철민 커플이 개말라네 국자 손잡이를 끊어먹었던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거군요. 저 영화 보면, 국자를 항문에 넣지 않으면 발기가 안 되는 보스가 나오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