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손석춘 - 누가 박래군을 가두었는가?
박래군. 이 땅의 대표적 인권운동가입니다. 1981년, 오월의 피가 아직 채 마르지 않아서이겠지요. 대학에 입학한 그는 가난한 부모님의 ‘기대’와 달리 학생운동에 나섰습니다. 저 ‘오월의 학살’ 앞에서 눈 감기엔 그의 눈빛이 너무 맑았습니다.
그 시기 당연한 수순이었지요. 전두환 군사정권은 청년 박래군을 강제징집했습니다. 똑똑한 아들을 귀여워하던 아버지는 실의에 젖어 폭음으로 나날을 보냈답니다. 어머니는 협심증을 얻으셨다지요.
생각해보십시오. 애면글면 키운 아들이 세칭 ‘명문대학’에 들어간 뒤 아버님-어머님은 얼마나 기뻤을까요. 전두환 정권에 아들이 쫓길 때 얼마나 절망했을까요.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일입니다. 학생운동에 나섰던 모든 젊은이들이 한번쯤 겪어야 했던 시련이기도 합니다.
박래군은 결연히 결단했습니다. 군 복무를 마친 1985년, 경기도 부평의 노동현장으로 들어갔지요. 그 뒤 오늘까지 박래군은 노동운동과 인권운동에서 단 한순간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박래군은 친아우이자 동지였던 박래전을 먼저 보내야 했습니다. 1988년 6월이었지요. 아우는 오월의 진상을 요구하며 스스로 온 몸에 불을 살랐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이겨내며 아우의 몫까지 살아 투쟁하겠다고 결기를 세웠습니다.
저 명망 높은 민주인사들이나 ‘반짝’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민주변호사들이 곰비임비 권력의 길로 줄달음 칠 때도,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예외없이 변절해갈 때도, 박래군은 춥고 배고픈 현장에서 민중과 더불어 살아왔습니다.
바로 그 박래군이 감옥에 갇혔습니다. 경기도 평택이었습니다. 대추리 농민과 더불어 농지를 지키려고 싸우던 현장에서 잡혀갔습니다.
언론이 방관하고 있지만, 지금 평택에선 농토 280만 평이 미군의 ‘침략 전초기지’로 둔갑하는 꼴을 더는 참을 수 없어 분연히 일어선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래군은 함께 구속된 조백기 인권활동가와 함께 들판 ‘황새울’에서 국방부의 농지 파괴 행위를 저지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강제연행하며 살천스레 밝힌 ‘죄’는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유재산관리법 위반죄’입니다. 검찰은 박래군이 “풀려날 경우, 향후 공권력과 더 큰 충돌이 예상된다”며 구속 이유를 밝혔습니다.
과연 그래도 되는 걸까요? 함께 현장에 있던 박래군의 후배 박석진의 토로에 당신이 귀 기울이길 권합니다.
“영국에도 핵잠수함에 잠입하여 군사기밀서류와 중요부품, 장비 등을 바다에 내던져 버려 잠수함을 무력화시킨 평화 활동가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영국 법원은 ‘장래의 더 큰 재앙과 전쟁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더라면, 설사 그 행위가 법에 어긋난다 하더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 했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에서 구속자가 발생한 것은 김영삼 정권시기인 1997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형수’였던 철도공사 사장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오늘, 민주화운동의 훈장을 달고 국무총리까지 올랐던 인사가 골프광으로 ‘운동’을 이어간 오늘, 저 ‘민주변호사’가 청와대에 앉아 수구세력과 대연정을 도모하는 오늘, 박래군은 차디찬 감옥에 갇혔습니다.
그래서입니다. 결연히 묻습니다. 누가 박래군을 감옥에 가뒀습니까? 박래군을 감옥에 가둔 저들을 우리 무엇이라 불러야 옳습니까?
인권활동가 박래군, 조백기 석방을 촉구하는 긴급호소
1. 사건 개요
- 지난 3월 15일 평택 대추리에서 인권활동가들은 미군기지확장을 반대하는 평화적인 시위를 하다 경찰에 의해 40여명이 대거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인권활동가들은 경찰과 용역에 의해 부상을 입기도 했다. 15일 연행된 사람들은 평택, 수원남부, 용인, 안성경찰서에서 나누어 조사를 받았고 그중 38명은 17일 석방됐다. 그러나 박래군(44,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조백기(34,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씨는 18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됐다. 이들에게 적용된 법률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위반 혐의이고, 곧 해당사건의 관할인 평택구치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 또한 지난 3월 6일 박래군, 조백기 씨를 포함한 인권활동가들 20여명은 미군기지확장을 반대하며 평택 대추 초등학교 앞에서 평화적 시위를 하다 경찰의 강제적인 해산에 의해 연행돼 경찰차에서 2시간여 동안 불법구금 되기도 했다.
2. 인권활동가 박래군, 조백기 구속사건의 배경과 성격
- 검찰은 인권활동가들이 법집행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인권활동가들은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하는 군사시설이 확장되는 것에 반대하며, 기자회견과 집회를 평화롭게 진행했다.
- 지난 3월 6일의 경우, 주한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사무실로 쓰기 위해 국방부는 대추 초등학교를 접수하고자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인권활동가들은 집회시위 신고가 난 대추 초등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교문 앞에서 시위를 평화롭게 진행했다. 대추 초등학교는 문화운동가들이 2004년부터 풍물, 농악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교육하는 공간으로 사용해왔으며, 평화운동가들은 도서관을 만들어 지역사회에서 소통과 문화의 공간으로 운영해 왔다. 국방부는 대추초등학교가 지난 2004년 미군기지이전사업의 예정지역에 편입되어 2005년 12월 국방부로 소유권이 이전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 3월 15일의 경우, 경찰은 포크레인을 앞세워 경찰과 용역 4000여 명을 대추리로 투입해 농민들의 농지 접근을 차단하려고 했다. 대추리 주민들은 계속 농사를 짓기를 원하기 때문에 논갈이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경찰과 용역이 포크레인으로 논을 파헤치고 농로를 파괴했다. 그러자 인권활동가들은 포크레인으로 올라가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도록 하다가 연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인권활동가들, 학생들이 부상을 입었고 주민 3명은 병원에 입원한 상태이다.
- 인권활동가들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권리가 특권에 의해 박탈당하는 현장에 함께 해야 할 숙명적 책임이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가 앞장서서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상황에서 인권활동가들의 인권옹호 활동은 인권보호에 있어서 ‘최후의 보루’가 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인권활동가들은 인권옹호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의적 구금, 구속, 괴롭힘, 납치, 살해 등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다. 인권활동가는 자신이 펼치고 있는 인권옹호 활동으로 본인이 인권침해를 경험하기도 한다. 박래군, 조백기 인권활동가의 경우에도 미군의 군사시설이 확장되는 것을 막고 평택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기자회견, 집회 등의 항의 활동을 해온 것이며, 정부는 인권활동가들을 감옥에 가둠으로써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것이다. 그동안 인권활동가들의 인권옹호 활동이 국내․국제적으로 인권신장에 기여해왔으며 이에 유엔총회는 1998년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증진, 보호하기 위한 개인, 단체, 기관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선언문(결의안 53/144)’을 채택했다. 또한 2000년 4월 26일 유엔 인권위원회는 결의안 2000/61을 통해 유엔 사무총장에게 ‘인권활동가에 관한 특별대표부’를 설치하도록 요청했고, 현재 활동 중이다. 이렇듯 인권활동가들의 인권옹호 활동은 국제적인 인권규범으로 명문화되고, 유엔 인권기구의 주요 활동으로 자리잡아왔다.
- 미국과 한국정부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물리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349만평을 추가로 미군기지에 편입하려고 한다. 따라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457만 8천평까지 더하면 평택에는 총 806만 8천평의 미군기지가 들어서게 된다. 미국이 평택기지를 거점으로 대북 공격과 대중국 봉쇄를 핵심 목표로 하는 전략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 평화는 여지없이 무너지게 된다. 인권활동가들은 평택의 280여만 평의 농토가 미군의 침략전초기지가 되는 것에 반대하며 지난 몇 달 동안 평택 농민들과 연대해왔다. 수십 년 동안 맨 몸으로 일구어 낸 생명의 들녘을 미군의 침략기지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 박탈하는 인권유린이다. 오랫동안 그 땅에서 평화롭게 농사를 지으며 땅을 점유해온 농민들을 강제로 내쫒고 그곳에 군사시설을 확장하겠다는 것은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농민들은 정부가 던져주는 몇 푼의 보상금이 아니라 ‘침략당하지 않고, 침략하지 않으며 평화롭게 살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평택주민, 인권․평화활동가들은 5백여 일 동안 매일 촛불집회를 하며 이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하는 군사기지의 확대에 반대해온 것이다.
- 국방부는 2005년 9월 8일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부지 가운데 협의매수가 이뤄지지 않은 땅 120만여평에 대한 강제수용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미군기지 확장 사업을 결정하고 나서, 주민들이 반대하자 이미 결정된 사안이니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정부가 경찰과 용역을 앞세워 강제집행을 강행 한다면 3월 6일, 15일과 같은 대량 연행과 구속, 부상은 불가피해 보이며 우려를 현실로 보여준 것이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위한 강제 토지수용은 폭력적이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것이 실행될 경우 주민 생존권 파괴는 물론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다.
3. 요구사항
- 평택미군기지 확장과 강제 토지수용을 즉각 중단하라.
- 평택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보장하라.
- 구속된 인권활동가 박래군, 조백기 씨를 즉각 석방하라.
4. 항의하는 법
- 사건의 개요와 구속사건의 배경․성격을 읽어보시고, 자신이 주장하고 싶은 항의의 글을 작성해 아래의 주소와 팩스로 보내거나 홈페이지 게시판에 남깁니다. 또한 직접 전화를 걸어 두 인권활동가 구속의 부당성과 즉각적인 석방, 평택에서의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해주시기 바랍니다.
- 또 다른 사본은 인권운동사랑방 이메일로 humanrights@sarangbang.or.kr으로 보내주세요.
■ 노무현 대통령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 청와대 (우 110-820)
<비서실장> 전화: 02-770-2100 팩스: 02-770-4900
<시민사회수석실> 전화: 02-770-2450 팩스: 02-770-4937
<민정수석실> 전화: 02-770-2500 팩스: 02-770-4943
http://www.cwd.go.kr/cwd/kr/index.php
■ 천정배 법무부 장관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88 법무부 (우 427-720)
전화 02-503- 7000 팩스: 02-503-3532
http://www.moj.go.kr
■ 윤광웅 국방부 장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2번지 국방부 (우 104-701)
전화: 02-748-6004 팩스: 02-748-6026
http://www.mnd.go.kr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장 성지용 판사
경기도 평택시 동삭동 152-3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우 450-140)
전화: 031-653-5700 팩스: 031-650-3004
■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최운식 검사
경기도 평택시 동삭동 245-1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 (우 450-718)
전화: 031-650-3308 팩스: 031-650-3555
http://pyeongtaek.dpo.go.kr
4. 인권활동가 박래군, 조백기 씨 약력
■ 박래군
1989-1993년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 역임
1993-1995년 고문피해자 문국진과 함께 하는 모임 총무 역임
2002년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3과장 역임
1994년-현재까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로 일하고 있음. 또한 인권운동사랑방 부설 인권운동연구소 소장이자 사회복지법인 에바다복지회 이사,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음.
■ 조백기
1997년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과 법학석사학위 취득
「국제법상 국가책임에 관한 연구-일본에 의한 성논예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법적 고찰」
2003년 - 2004년 한국해양대학교 법학부 강사
2004년 한국해양대학교 법학박사 학위 취득
「국제법상 북한인권문제에 관한 연구 - 북한이탈주민의 국제법상 지위를 중심으로」
2005년 2월부터 현재까지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로 일하고 있음.
저들이 말하는 인권이라는 것은 고작 조그만 손바닥 안.
성명서를 게시 안 했네. 해야지. 사실 초고를 친구사이에서 작성했는데 발표됐는지도 몰랐었다는... ^^;; 음. 아주 이상하게 써보냈었는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