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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동성애 "소문나면 학교생활 끝이에요"

[한국일보 2006-02-09 03:42]  


정아(가명ㆍ18)는 아직도 혼란스럽다.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정아는 지난해 어느 순간 이성친구보다 동성인 여자친구에게 더 끌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라 가슴앓이를 하는 동안 주위에서 “정아는 동성애자”라는 수군거림이 시작됐다. 수군거림은 진실로 굳어졌다.

‘이상한 애’로 낙인 찍힌 정아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집단 따돌림은 예사고 옷 입는 것에서부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까지 친구들의 손가락질이 뒤따랐다. 정아는 결국 자퇴를 택했다.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정아는 삶을 송두리째 흔든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실업고 교사 A씨는 최근 당황스런 경험을 했다. 한 여학생이 무단 결석을 해 행방을 알아보니 인터넷을 통해 사귄 여학생을 만나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 있더라는 것.

앞서 지방의 그 여학생이 서울의 학교로 이 여학생을 찾아온 적도 있다고 했다. A씨는 여학생의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어머니는 이미 알고 있었다.

A씨는 “동성애가 이 정도로 학교 현장에 퍼져 있을 줄은 몰랐다”고 놀라면서도 “정작 학교에서는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덮어두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동성애’는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간 꾸준히 펼쳐져 온 성적 소수자 운동, 영상 매체의 호의적인 시각, 트렌스젠더(성전환자)나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등장 등으로 인해 이질감은 많이 옅어졌다.

그러나 ‘공부만 해야 하는’ 무성(無性)의 존재로 간주되는 청소년의 경우는 다르다. 청소년을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어른이 아닌 존재로 보는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의 동성애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서울 신촌의 한 놀이터에서 만난 K(16)양은 학교는 절대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레즈비언이라고 소문이 나면 졸업 때까지 정상적인 학교 생활은 힘들다고 봐야죠. 선생님들부터가 동성애에 대해 혐오감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라 고민을 털어놓고 의논할 상대가 전혀 없거든요.”

청소년들이 동성애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청소년들의 고민을 받아들일 교육 현장은 채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교사들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어린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 지 답답해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 시내 한 여고의 상담 교사는 “동성애를 마냥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되, 성에 대한 정체성이 채 여물지 않은 시기인 만큼 일선 교육 현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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