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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news 2006-02-08 02:26:50
+0 571
레즈비언 입장에서 본 저출산대책

[일다 2006-02-07 07:00]  



세금제도가 자녀가 많을수록 소득공제를 많이 해주는 방향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저출산과 부의 양극화 시대를 맞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세개편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 정부는 먼저 1인 혹은 2인 가구의 추가공제를 폐지하고 부양가족이나 자녀 수에 따라 세액을 공제해 주거나 일인당 인적 공제액을 늘리겠다고 했다가, 거센 반발여론에 부딪혀 보류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문제는 그런 정책을 내놓는 사람들의 ‘발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거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이성애자 부부들의 양육비 원조를 위한 재원마련에 나의 세금을 보태라니! 이거야 원, 레즈비언들을 억압하는 ‘정상가족’ 지키기에 레즈비언인 나 자신이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하게 되는 꼴이지 않은가 말이다.


안 그래도 독신으로 살건, 파트너와 함께 살건, 국가로부터 아무런 원조도 혜택도 받지 못하는 처지라 억울해 죽겠는데, 이젠 거기에다 한술 더 떠 여남 부부와 그들 자녀의 생활까지 뒷바라지하란다. 이러다간 양극화 사회의 최하위 계층이기 십상인 레즈비언들의 상황은 더욱 궁지로 몰리게 생겼다. 정말 기막힌 노릇이다.


어이없게도, 레즈비언들은 의무(출산)는 다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이기적인 변태들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우리가 한국사회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너희들은 기본적이 의무 자체를 다 하지 않고 있잖아! 그러니 입다물고 가만히 있어!’ 하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란 것을 정부 관계자들이 알 턱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더러 출산장려정책에 힘을 보태라고 하는 것이겠지.


그럼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라는 건가? 출산율이 떨어지면 인구증가율은 감소, 노인층은 증가, 그리하여 국가경쟁력이 하락할 것이 정녕 두려운가? 국가경쟁력이 걱정된다면, 동성애에 적대적인 사회 분위기와 동성애자들의 삶을 뒷받침해주지 않는 제도적 여건들 때문에 심각한 우울증과 자기 혐오에 빠져 힘들어 하는 동성애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도 좀 마련했으면 한다. 고통의 수렁에서 힘겨워 하는 동성애자들이 더 안심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져도, 장기적인 국가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걸?


이제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의 전환이 좀 있어줘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 지난 4일 한국레즈비언상담소가 주최한 레즈비언 강좌사업에서 한 강사가 했던 말이야말로, 모두들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였다. 레즈비언 활동가인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동성애자가 많아질 것을 대체 사회는 왜 두려워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 이유 중 하나에는 분명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동성애자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오면 출산율이 더 떨어질 거라는 것도 있을 텐데요. 사실 고정된 원칙에 얽매여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억압하는 게 옳은 일이 아니잖아요.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여러 삶들이 있고 그러한 삶들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변화시킨다면, 제도 자체도 그에 발맞추어 바뀌는 게 옳은 거죠. 안 그런가요? 적정한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칠 게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삶의 패턴에 맞춰서 전반적인 사회의 지향 자체가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지 않는 이상 소위 표준이니 기준이니 하는 것을 충족시킬 수가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억압은 계속될 터이니까요.” (박김수진, 레즈비언권리연구소 활동가)


그의 말을 들으며 내가 다시금 하게 된 생각은, ‘정상’적인 것을 고수하려고 하는 이 세상의 움직임이 정말이지 무섭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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