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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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토마토 2006-01-24 12:34:23
+3 916




소년일 적에, 고등학교 다닐 적에 초여름의 짙은 밤꽃 냄새를 맡으며 난 내가 한 명의 생물학적 남성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곤 했다. 아프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한 묘연한 감정이, 그 생에 대한 도저한 호기심이 가슴 한복판을 작은 병정의 북처럼 바삐 두드려대는 통에 어느 날 초저녁엔 유령처럼 밤나무 숲을 온통 헤매기도 했었다. 다른 것과 닮은 것을 셈하며 초저녁 숲을 어슬렁거리는 소년은 언제나 문학청년이다. 나이듦을 저주하며 잃어버린 시간을 속절없이 반추하는 것은 내가 더 이상 문학소년이 아니라는 속좁은 변명이 되기도 한다.

요즘 밤꽃의 순진함, 첫 자위의 부끄러움 같은 그 농염한 청춘의 기미를 점점 상실해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며, 내가 바로 저런 모습이겠구나 하는 씁쓸함에 쓴웃음 짓는 일이 잦아졌다.

허튼 욕망들을 수줍음 타는 새처럼 부르르 털어내고 맨몸으로, 그 여름 초저녁 밤나무 숲으로 살망살망 걸어들어가면 과연 다시 소년이 될까?





Wim Mertens | Hufhuf

굵직한 놈 2006-01-24 오후 12:44

밤꽃 냄새가 아주 좋습니다. 후각을 도발하는 저 알싸한 유혹, 질식될 것 같습미다. 그런고로 저는 소년입미다.

토실한 밤 2006-01-24 오후 19:31

난 꽃이 진 다음에 태어나야 하는 운명이어서 밤꽃 냄새를 한번도 맡아본 적이 없어요.

어쨌건 저는 단단하고 속이 꽉 찬 토실한 놈입미다. 삶은토마토야, 그래서 내가 그렇게 좋은 거니? 꽃 냄새만 맡아도 가슴떨리고.

Garden2588 2011-11-18 오전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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