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이 다 되도록 변변한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본 내 친구 A양은 공교롭게도 짝사랑하는 남자마다 게이라는, 슬픈 운명을 타고났다. ‘너만 모른다’라는 말은 보험광고에만 쓸 게 아니라, 누가 봐도 게이임이 분명한 사람을 사정도 모르고 열심히 사랑하는 A양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게이를 이야기하는 범부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흔히들 게이에 대한 선입견 하나 둘씩은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잔을 들 때 새끼손가락을 올리는 사람이 게이 아냐?”, “게이들은 말투부터 다르잖아. 나는 통 간지러워서 못듣겠던데!”, “패션 디자이너 중에 게이가 많다면서?”
그러나, 정작 그들은 자신의 직장 옆자리에 앉아 있는 ‘진짜’ 게이는 알아채지 못한다. 그들에게 게이는 영화나 드라마 속 등장 인물처럼 존재는 하되 내 주변엔 없는, 피터팬과 함께 네버랜드쯤에 살고 있는 종족인 것이다. 이것은 ‘땍땍한(게이 표시가 나지 않는다는 의미의 게이 은어)’ 게이들의 철저한 연기력이 빚어낸 결과다. 우리의 가족이나 친구 중에 있을지 모르는 ‘진짜’ 게이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게이바에서야 끈팬티 쇼에 드랙(여장)까지 불사하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남자 애인과 설왕설래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그들이지만, 일상에서는 ‘멀쩡한’을 넘어서 ‘말쑥한’ 청년일 뿐이다.
이쯤 되면 A양은 이렇게 항변할 법하다. “아니, 어딜 봐서 그가 게이라는 거야?”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게이라서 게이라고 말했사온데 어찌 게이냐고 물으시면…”하고 장금이처럼 말끝을 흐려야 하는 걸까? 사실 게이를 알아보는 것은 느낌이지 논리나 증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쌓아온 게이들과의 우정을 뒤로한 채 공개하는 나만의 게이 알아보기 비법인 즉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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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게이들은 트렌드에 유난히 민감하다. 트렌디한 패션 코드와 브랜드에 관한 한 웬만한 여자보다 훤히 꿰고 있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에서 반전을 제공했던 게이의 대사 “철지난 프라다 구두나 신고 있는 주제에!”를 떠올려 보라.
둘째로, 여느 집단과 마찬가지로 게이 커뮤니티에도 은어가 있다. 이것은 유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굳이 습득할 필요는 없다. 일례로 ‘이반(일반인과 다르다는 뜻으로 게이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던 은어)’이라는 말은 세간에 알려지며 게이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됐다. 하지만 왠지 동성 친구와 통화를 하며 알 수 없는 말을 많이 쓴다면, 특히 여자들 끼리나 하는 속어를 쓴다면 그는 게이라 의심할 만하다. 만약 청담동 거리를 거닐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스타일링한 남자가 “아유~ 그년은 너무 끼스러워(게이끼가 많다는 뜻)!”라고 말한다면 그는 120% 게이다.
여기에 마지막 굳히기 단계. 평소 패션과 말투, 행동 등으로 미루어 당신이 게이라 의심하고 있는 남자가 결혼 적령기를 살짝, 제법, 혹은 심하게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생각은커녕 애인도 없다면 의심을 슬슬 확신으로 돌려도 좋다. 그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죄다 남자다. 누구냐고 물어보면 ‘아는 동생’, ‘친한 형’이라고 둘러댄다. 아니, 친족관계도 학연관계도 아닌 근본을 알 수 없는 남자들과 뭣하러 매일같이 통화를 하나? 설령 애인이 있다 하더라도 얼굴 구경을 할 길이 없다. “내 애인은 뉴욕에 있어.” 뉴욕? 글쎄, 아마도 샌프란시스코겠지. 보이지 않는 애인을 만들어두는 것은 게이들이 가장 흔히 써먹는 연막작전이다. 남자가 ‘애인이 있다’고 하면 그 누가 ‘아, 남자 애인이 있나보군’하고 생각하겠는가! 그런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의 지갑을 뺏어 열어보았더니 그 속에 남자끼리 찍은 사진밖에 없더라면? 게다가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동호회 동생들이야”라고 변명까지 했다면? 그는 십중팔구 게이다. 이때 “김 대리는 동호회 동생이랑 스티커 사진을 왜 찍어요?”라고 묻는 실례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소심한 그는 스티커 사진을 떼어버릴 것이고, 그걸 발견한 애인과 싸우다 못해 헤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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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연예인을 알아보는 법은 더 쉽다.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게이 의혹’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의심해볼 만하다. 게이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던 할리우드 톱스타 K군은 게이설이 한창인 가운데 게이 스트리트에서 목격되어 그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웸 시절 게이설이 있었던 조지 마이클도 여자 애인을 공공연히 동반하는 등 많은 노력을 쏟았지만 뒤늦게 커밍아웃을 한 대표적인 사례. 마돈나나 안젤리나 졸리, 앤 아처, 루퍼트 에버릿, 장국영 등도 커밍아웃을 하기 전에 게이설이 나돌았던 인물들이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한 연예인이 홍석천뿐이지만 비공식적으로 게이설에 시달리는 연예인은 만만치 않게 많다. 남자 후배들과의 유난한 친분 때문에 이혼까지 하게 된 영화배우 L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케이스. 그와 열애설이 있었던 후배 K는 그와 콤비를 이루며 많은 영화에 함께 출연했는데, 평소 하루에도 몇 번씩 L과 통화하는 모습이 측근들에게 목격되곤 했었다. 탤런트 L과 이혼한 방송인 K 역시 비슷한 경우로 유난히 남자 후배들과 외박이 잦았다는 후문이다. 한편, 연예인으로 데뷔하면서 게이 커뮤니티를 떠나며 애인과도 헤어진 근육질 미남 배우 S는 한 때 팬 페이지에 헤어진 애인이 ‘행복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기도 했었다. 모델 출신으로 최근 드라마의 주연을 맡으며 인기 절정에 오른 영화 배우겸 탤런트 J와 K 역시 한 때 소문이 자자했던 이들이다.
그러나, ‘게이 알아보기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하더라도 두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게이가 아닐 확률이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설령 그가 게이임이 확실하더라도 그가 커밍아웃을 하기 전에 그의 비밀을 폭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뭐, 가끔씩 지갑 검사를 하는 것쯤은 나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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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쓴 사람이 여자라네요 근데..잘 아는 것 같지만 호모 포비아 일 확률이 높은 것 같아요
이미 자기가 아웃팅 시켜 놓고 누굴지에 대한 의혹증폭을 해놓고 마지막에 자긴 발을 빼겠다는 스스로 커밍아웃하기전엔 비밀을 폭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 짓고 있네요
호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