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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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정체성에 대해 요즘 고민해 보았습니다.

머리 쥐어뜯으며, 벽을 쳐다보고 한숨짓는 고민이 아니구요.

일상생활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어요.

전 제 자신을 '지금까지 좋아했던 사람이 남자였던 남자'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인 이성애자들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고도 생각했구요.

그런데 요즘...이성애자들과 동성애자를 똑같이 여기는 것이 옳은 것인지 궁금해지네요.

동성을 사랑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똑같은 사람들일까?

그렇다면 이성애자들과 똑같은 사람임을 주장해야 하는가?

만약 이성애자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면,

우리만의 정체성을 인정해 달라고 떳떳이 목소리를 내야하는가?



글구 두번째...

동성애가 나쁘지 않다는 것(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을 충분히 주위 사람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논리를 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제 머릿속에 제대로 정리도 안 되구요.

역사적으로 존재해 왔으니까 동성애는 나쁜 것이 아니다...이렇게 이야기하기에는 모순되는 점이 많구요.

간단명료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정리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동성애를 의학적,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학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지 않을까...이렇게도 생각되구요.



좀더 어릴 때 했어야 하는 고민을 이제서야 하고 있네요.

알홈다운 답변 부탁드려요! ^^


안티민남이 2005-06-20 오후 16:38

1. 각기 정치적 스펙트럼과 지향이 다르긴 하지만 현재 한국 동성애자 인권운동 진영의 기본적 모토는 '동성애자의 사회적 권리' 쯤으로 요약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동성애자의 사회적 권리는 비동성애자의 '권리' 일반을 이미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티민남이 님이 언급한 '똑같다'라는 동일한 규준을 상상적으로 가공하고 있는 게 현실이죠. (개인적으론 이 상상적 가공 방식이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1번 질문은 꽤나 깊은 대화를 나눠야 모양새가 만들어지는 어려운 질문인 듯)

2. 소수자들은 이미 일반화된 윤리적 기준에 의해 질문을 받고, 그 질문에 대답을 하는 방식으로 삶을 구성하기를 요구 받는 것 같아요. '나쁘지 않다는 것'을 조목조목 따져서 답안 작성지를 제출하지 말고 총체적으로 질문-대답 방식을 바꿔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입니다. 왜 나쁘지? 이성애자들에게 질문을 해보세요. 집요하게 묻다 보면, 그들의 편견이 속이 텅 비어 있다는 걸 서로 깨닫게 되기도 하더군요.

3. 이것 역시 논쟁의 여지가 여전한 질문이네요. ^^;; 이제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에서도 동성애에 관해 조금 타협점을 제출했다고 하더군요. '동성애는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다.'에 동의한다면 너희들을 인정해주겠다는 논리입니다.

20세기 초반에도 동성애자 진영은 '선천적 요인' 쪽에 손을 들었지요. 원래, 팔자가, 선천적으로 그렇다, 하고 말하면 공격의 여지를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동성애는 선천적(유전학적) 결함으로 인정하는 동성애자들이 많습니다. 동성애를 팔자 소관으로 여기는 게 피차에 속이 편하기 때문이죠. 이 팔자 소관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전히 유전학적, 생물학적 연구들이 진척이 되고 있고요. 뇌하수체, 염색체, 호르몬의 역학, 팔, 다리 등등. 아, 이래서 게이였구나, 아, 이래서 레즈비언이었구나.

하지만 다른 의견이 있기도 합니다. '너희 이성애자들은 의학적, 과학적으로 연구하디?' 이성애는 해부대 위에 오르지 않아도 되는 보편적인 성애로 규정해놓고, 동성애는 늘 이 보편적 이성애의 '결여'로 인식하기 때문에 해부대 위에 올려놓고 그 원인과 이유를 찾는 거 아냐? 그래서 이들은 아예 동성애는 선천적이거나 후천적 요인에 의해 구성된다는 '요인설'을 부정하자고 말합니다. 아예 그 질문 방식을 바꿔보자는 거죠. 왜 동성애만 해부대 위에 올려놓니? 라고 말이죠.

(이 질문 역시 조금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네요. 일테면 중세 초기부터 과학자들은 남성의 몸을 '완전한 신체'라 여겼고, 여성의 몸은 이 남성 몸의 '결여' 또는 '부족함'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왜 차이가 있는 걸까? 하고 궁금해하며 그간 끊임없이 여성의 생리적 몸을 해부대 위에 올려놓고 연구해왔지요. 해부학에서 정신분석학적인 히스테리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몸은 늘 남성 학자들의 편견이 소여된 어떤 '원인'들을 제공하는 신천지였던 셈. 동성애에 대한 의학적 담론 역시 이와 별반 차이가 없지요. 개인적으론 지금 현재 기세등등한 유전공학의 발전이 앞으로도 가속화될 거고, 동성애에 대한 의학적 담론은 끊임없이 새롭게 재정비될 거라 생각됩니다. 꽤 우려되는 대목이고요. 더 할 말이 있지만... 배가 고파서 여기서 그만)

p.s
민남이 군, 맨날 무슨 학교 회의 있다고 친구사이 모임 자주 빠지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죠. 글고, 용가리 똥배예요? 다들 질문 사항이 있으면 오른쪽 지식인 게시판에 지식인 군에게 물어보는데... 민남이 님은.... 흐흐.....

대전 잘 내려갔다오고.... 다음에 만나면 자세하게 이야기해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차돌바우 2005-06-20 오후 18:24

그러게~ OT라도 와서 질문하면 진지모드로 열심히 토론해 보았을텐데~! ^^

민남이 2005-06-20 오후 21:47

죄송해요...^^; 자주 가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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