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반대 민원 앞에서 평등을 삭제한 교육부를 규탄한다
28일 언론보도를 통해 교육부가 전국 학교에 배포할 ‘혐오·차별 표현 예방·대응’ 자료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초안에 포함되어 있던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은 물론 성소수자 관련 피해 사례와 학교의 대응 지침까지 빠졌다. 특히 한 학생의 성적 지향에 관한 소문이 단체대화방과 익명 앱을 통해 퍼지고 동아리 활동에서 배제된 사례와,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아웃팅을 막기 위한 학교의 대응 지침도 삭제됐다. 혐오와 차별에 대응하겠다며 만든 자료에서, 정작 학교 현장에서 혐오와 차별의 표적이 되어온 성소수자를 지운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삭제의 이유다. 교육부는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포함될 경우 ‘반대 민원’ 때문에 학교 배포가 부담스럽다는 시도교육청의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특정한 사람들이 성소수자의 존재와 권리를 불편해한다는 것이 어떻게 성소수자를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되는가. 혐오·차별에 대응해야 할 국가의 기준이 혐오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민원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 민원은 사실상 누구의 인권을 보호할지를 결정하는 거부권이 된다. 교육부는 혐오에 대응하지 않고, 혐오에 자리를 내주었다.
학교에서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라는 말이 놀림과 모욕으로 사용되는 현실은 ‘성소수자’라는 단어를 자료에서 지운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이 알려질까 두려워 침묵하는 학생도, 이미 아웃팅과 괴롭힘을 겪고 있는 학생도 학교 안에 존재한다. 성소수자는 학생으로만 학교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성소수자 교사와 학부모 역시 학교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를 숨기라는 신호가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차별과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분명한 원칙이다.
친구사이는 이미 오래전 학교 성교육에서 성소수자를 삭제했던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그 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만든 학교 혐오표현 대응 자료에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명시됐다. 그런데 2026년 교육부는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사회적 논란’과 ‘반대’가 있다는 이유로 뒤로 미루는 방식은 차별금지법을 오랫동안 유예해온 정치와 다르지 않다. 논란이 있다는 사실은 권리를 삭제할 근거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의 기준은 더 분명해야 한다.
교육의 역할은 차별받는 사람을 보이지 않게 만들어 갈등을 피하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동등한 존엄을 가진 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있다. 교육부가 정말 모든 학생이 안전하게 배우고 생활하는 학교를 만들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혐오의 목소리에 따라 보호받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는 일을 멈추는 것이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아도 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교육부는 전국 학교에 자료를 배포하기 전에 삭제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성소수자 학생의 피해 사례와 구체적인 대응 지침을 즉시 복원하라.
삭제가 결정된 과정과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시는 혐오성 민원이 국가의 평등 원칙을 후퇴시키지 못하도록 분명한 기준을 세워라.
“성소수자를 지운 학교가 안전한 학교일 수는 없다.”
“혐오에 대응하겠다면, 교육부부터 혐오 앞에서 물러서지 말라.”
2026년 8월 28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