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entures Of Felix(Olivier Ducastel & Jacques Martineau, 프랑스, 2000) 프랑스 영화계의 피에르 & 질이겠죠. 예전부터 보아야지 했던 올리비에르 & 자크 게이 커플의 영화를 처음 봅니다. 캠프 미학의 최전선에
'피에르 & 질'(논란은 별로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친절한 금자씨'의 포스터는 명확히 피에르 & 질의 캠프 미학과 키치를 반영하고 있어요)이 있다면, 프랑스 영화계엔 당연히 올리비에르 & 자크 커플. 이 커플 감독은 꾸준하게 프랑스 내 인종 문제, HIV, 성 차별 등의 문제를 가로지르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펠릭스의 모험' 역시 여느 퀴어 영화와 달리, 프랑스의 아랍계 게이에게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제를 놓고 이루어지는 사고 실험 같은 영화입니다. 우리의 잘 생긴 펠릭스는, 해고당한 노동자, 아버지 얼굴을 모르는 아들, HIV 포지티브, 그리고 아랍계이며 게이지요. 중층결정된 모순의 집약이랄 수 있겠습니다. 이 펠릭스는 중년의 애인과 함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아버지를 찾으러 고향에 떠나게 되지요. 애인한테는 5일 후에 자기 고향 기차 역에서 만나기로 해놓고 자신은 그 먼길을 히치하이킹을 하며 도보로 여행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바로 펠릭스의 모험이며, 로드 무비지요. 감독들은 영화에 다섯 개의 챕터를 집어넣습니다. '내 남동생', '내 할머니', '내 누이', '내 사촌', '내 아버지'. 펠릭스가 여행 도중 만난 다섯 사람들과 얽히는 에피소드들로 영화가 구성되어 있지요. 감독들은 이 영화를 통해 어쩌면 가족이란 생물학적 관계보다 자신이 마음 먹기에 따라 타인들과 함께 형성하는 친밀성의 관계의 구축물이지 않을까 하고 넌지시 귀뜸을 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만나지도 못하지만,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만날 필요도 없었던 것. 외려 펠릭스의 삶에 더욱 중요한 건, 집을 도망쳐 나온 열 일곱 살의 게이 동생이며, 비록 원 나잇 스탠드에 지나지 않았지만 짧은 순간의 우정을 교환한 철도 노동자 게이, 외로운 할머니, 아버지가 각기 다른 세 자녀를 둔 이혼녀 등일지도 모르지요. 어설피 주장을 개념화하지도 않으면서 경쾌한 모험극으로 끌어가는 솜씨가 매끄럽습니다. 물론 이들이 결코 어떤 사유의 경지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쭉쭉빵빵 꽃돌이들만 설쳐대는 재미없는 게이 시트콤보다 훨 나은 어떤 사유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살짝 개념을 끌어온다면, 게이 교양주의 영화랄 수 있겠어요. 1.
올리비에르와 자크 커플 감독의 사진입니다. 예전엔 저도 잠시 영화 연출 지망생이나 감독을 업으로 삼는 놈이랑 붙어 먹고 사는 게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별로라는 생각입니다. 영화 일을 한다고 해도 연출 쪽이 아니었으면 하는. 2. 요즘 The Coral의 노래에 흠뻑 빠졌어요. 다시 록큰롤로 돌아가자는 그들의 소박한 웅얼거림이 듣기 좋네요. 3. 어디 눈 삔 돈 없나요? 한 300만 원만 주면, 디지털 카메라 들고, 경쾌한 로드 무비 장편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서서히 꽃들이 바람을 타고 올라오는 걸 보니 몸도 아프고, 마음도 어디 꽃밭에 신발 놓고 온 것처럼 싱숭생숭.
The Coral | Pass It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