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상담소가 개소했다. 한국여성성적소수자 인권모임 ‘끼리끼리’를 전신으로 하는 ‘한국레즈비언상담소’가 그것. 따라서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이제 막 출범을 알리는 단체지만, 한편으로 레즈비언 인권운동 10년 역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레즈비언 인권운동 10년을 돌아보는 이 시점에 ‘끼리끼리’가 ‘한국레즈비언상담소’로 전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담소 측은 먼저 ‘끼리끼리’ 운동의 10년 역사와 변화를 설명했다. 1994년 창설 이후 수 년간 ‘끼리끼리’는 레즈비언들끼리 만남의 통로가 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빠르게 인터넷이 보급되자 레즈비언들은 집에서도 충분히 컴퓨터를 통해 레즈비언들을 만날 수 있었고, 끼리끼리는 회원단체로서의 정체성 위기를 겪게 됐다. 2001년 끼리끼리는 인권운동단체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회원 프로그램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동성애 이슈를 부각시키고 ‘동성애 바로 알기’ 교육을 진행하고, 타 인권단체와 교류하고, 레즈비언 커뮤니티 내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고, 동성애 혐오범죄에 대응하는 등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왔다.
이러한 인권활동 속에서 가장 중심에 놓여있던 업무는 단연 ‘상담’이었다. 폭력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제대로 의지할 곳 없는 레즈비언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현실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대응책과 문제해결에 위한 활동을 지향해왔다. 상담소로의 전환은 이처럼 중요하고 절실한 ‘상담업무’의 보강 필요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레즈비언 인권운동 1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끼리끼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를 모색해보았을 때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둔 상담소로의 전환”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레즈비언 이슈는 특정 담론이나 몇몇 활동가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레즈비언들의 존재 가까이에서, 끼리끼리는 더욱 레즈비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10년 역사 동안 끼리끼리는 전문성을 갖고 레즈비언들의 상담창구가 되어왔지만 현재 레즈비언들이 쉽게 상담을 의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다는 느낌을 전면적으로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끼리끼리의 존재가 많이 부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대별 레즈비언들의 접근 비율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레즈비언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상담업무를 보강한다고 해서 ‘상담’만 하는 단체가 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레즈비언 상담을 큰 축으로 해, 단체의 활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펼쳐나가기 위해 재정비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상담소로의 전환이 ‘인권운동모임’으로서의 성격을 희석시키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상담을 통해 레즈비언들의 현실에 더욱 다가선다는 의미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인권이슈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담소 자체 내 다양한 부서를 통해 인권사안에 대한 연구대응활동 및 대사회화 운동들을 지속적으로 벌릴 예정이라고. 무엇보다 레즈비언 인권을 위한 ‘교육’에 주력할 계획이다. 따라서 “10년 운동의 성과를 토대로 현재 새롭게 요구되는 역할을 성실히 하려고 하며, 앞으로 몇 년 후엔 사회의 변화속도와 레즈비언의 요구에 맞춰 또다시 변화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Lsangdam.org (02)703-3542(사무), (02)718~3542(상담)
이메일 lsangdam@lsasngdam.org(대표), lsangdam@hanmail.net(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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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