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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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리 2005-04-10 11:52:45
+2 1122
인간의 감정을 계측할 수 없으니 '가장'이란 형용은 애초에 적용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클래식 애호가와 연주가들에게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으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곡이 있다. 몇 년 전 한국 바이올린 연주가들 설문조사에서도.

비탈리의 '샤콘느 Chaconne in G minor'.

10여 년 전에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얼어붙어버렸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 제대로 생각할 수도 없고, 숨쉬기조차 버거웠던. 바이올린 연주가 혹은 바이올린 제작가에 관한 영화를 보면 주요 테마곡으로 등장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와 흔히 견주게 되는 곡이 바흐의 '샤콘느'.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에 속해 있는 바이올린 곡이다. 평론가들은 바탈리의 샤콘느를 디오니소스에, 바흐의 샤콘느를 아폴론에 비유하곤 한다. 형식적 미를 갖춘 바흐의 샤콘느에 비해, 비탈리의 샤콘느는 제어불가능한 감정의 폭주, 불규칙한 것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이상하게 예전에는 비탈리의 샤콘느를 더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바흐의 샤콘느도 좋다. 앞소절을 듣고 있자면 밤거리를 질주하는 어느 다리 저는 소년의 무표정한 얼굴에 한 움큼 묻어 있는 슬픔... 비탈리의 샤콘느는 감정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언어의 그 결핍감을, 반면 춤으로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 못하는 몸치인 내 육체의 결핍감을. 나는 슬픈 노래의 숲으로 도피하는 '네이키드'의 다리 저는 청년.

7년 전 여기 수유리 자취방에 도둑이 들었을 때, 이 우아한 좀도둑 소년은 가난한 룸펜에게 복수를 하려고 그랬는지 몇 년 모아놓아두었던 CD만을 몽땅 들고 사라져버렸었다. 그때 함께 사라져버린 비탈리와 바흐의 샤콘느. 차라리 팔지 말고 그 좀도둑 소년이 아직도 듣고 있기를.




Sarah Chang | Vitali - Chaconne in G minor




기돈 크레머 | J.S. Bach Chaccone




p.s
장영주의 샤콘느 연주는 다소 힘이 딸리는 듯한 느낌.
우리들의 오빠 기돈 크레머의 바흐 곡도 들어보세요.

라이카 2005-04-10 오후 20:13

새로운 아이디로군요. 음 무슨 뜻인가요? 항구 이름인 거 같기도 하고, 모질게 살겠다는 뜻인거 같기도 하고,, 암튼 슬픈 느낌이 드는 아이디로군요.

모지리 2005-04-11 오전 01:02

안녕하세요, 라이카 님.
저는 모사모(모던보이를 사랑하는 모임)의 대표, '모지리'입니다.
모사모 회원, 받습니다. 신청들 하세요.

P.S
모지리는 제 선배 닉이었어요. 잘 아시다시피 당시는 실명을 잘 사용하지 못했지요. 관성도 있고, 실제로 도청을 당하기도 했으니까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선배였지요. 혁명은 다 헤쳐먹을 것처럼 굴던 교조적인 인간인데, 일요일만 되면 아무도 몰래 빠져나가 야구장으로 달려가던 형. 지금은 그 인간 뭐하고 자빠져 있는지 모르겠네요. 제 후배 녀석과 결혼해서 아이 놓고 잘 산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고요. 나이가 들면서는 증오감이 사라지고, 이상하게 어떤 아련함 같은 것만 남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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