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가운데 이반인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친구들이 적잖은 편이다.
그들은 만일 성적 지향을 바꿀 수 있는 약이 만일 발명된다면
수억을 들어서라도 복용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반으로서 지내는데 있어 힘겨운 점은
비단 차별과 편견에만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이반들이 나이를 들어가면서 사무치게 겪는
외로움이나 소외에 닿아 있지 않을까.
비록 일반일지언정, 결혼 전에는 무척 친숙하게 어울리며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들도 결혼 혹은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전처럼 편하게 만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러다보면 만나는 계층이 주로 미혼자들이거나
게이들인 경우가 많아진다.
또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만나는 것 또한 어려워진다.
그러다보면 나름대로 확고한 직업세계를 갖춰나가고
조그마한 재산도 서서히 쌓여가고
부모님께 약간의 효도도 해드릴 수 있고
나름대로 어른이 된 것처럼 보여도,
결국엔 외로움에 널브러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중에 거동이 불편할 때 간병인 말고
누가 나를 보살펴줄 수 있을까.
내가 돈이 없으면 얼마나 비참해질까.
중년 이후엔 누구를 어떻게 만나야 하나.
그런 고민들을 소심하게 의기소침하게 해본다.
몇 달 전에 이반씨티를 통해 한 청년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이반으로 오래도록 지내면서도 정작
연인관계를 맺어본 게 별로 없는 나로서는
외로운 사람이 으레 그렇듯 순식간에 순정을 줬다.
이 나이에 주책스럽게 말이다.
그런데 몇 달 후에 보니까 내가 사랑하는 애인이
계속 다른 사람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단은 모욕감이 파고들었다.
나와 나눈 약속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진심으로 나누었던 약속인데 말이다.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과 생긴 일을 쓰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서 더 이상 쓰지 못하겠다.
하여튼 나는 기다린다고 했다.
나중에 올지언정, 내가 지금 아프게 겪는 사랑만큼
그 사람을 환하게 믿으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랫동안 미루었던 중매를 보기로 했다.
꿈꾸고 사는 게 피곤하다.
이제 행복이나 진실한 사랑 같은 게 아니라
안정에 길들여지며 서서히 죽을 준비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