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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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5-04-04 07:56:06
+2 832



Our Lady of the Assassin(La virgen de los sicarios, 바벳 슈로더, 2000)


암살자의 연인, 암살자의 수호신.... 제목 번역이 맞나 모르겠군요. 영어는 역시 쥐약. 영화로 봐서는 그런 대로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여기서 레이디는 '게이'를 의미합니다. 소년 게이들. 콜롬비아 갱단에 속해 있지만 faggot이기도 한 그들은 서로 죽고 죽이기를 반복하죠.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다시 고향인 콜롬비아로 돌아온 중년의 작가 페르란도는 우연히 게이 호스트 바 비스무리한 곳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미소년 알렉시스를 만나게 되죠. 둘은 금방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일견 콜롬비아에서 건너온 희귀한 퀴어영화처럼 보이지만, 곧장 영화는 방향을 선회하게 되죠. 이 영화는 갱단 싸움으로 무자비하게 죽어가는 소년들에 관한 콜롬비아 비망록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알렉시스가 갱단 소년들을 죽이다가 결국엔 총에 맞에 죽게 되자, 페르난도는 무척 상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곧이어 알렉시스와 비슷한 외모,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소년 알마르를 만나게 되죠. 페르난도는 알렉시스를 닮은 알마르를 사랑하게 되지만, 나중에 바로 이 알마르가 알렉시스를 죽인 암살범인 걸 알게 됩니다.

글쎄요. 혼종의 느와르 양식으로 영화를 찍어왔던 바벳 슈로더 감독의 특성을 고루고루 갖추고 있는, 허나 그의 기존 헐리우드 영화들에서 약간 비껴난 듯 보이는 영화입니다. 다만 완성도에 선뜻 동의하기가 망설여지네요. 그 자신의 어느 영화보다 상복을 많이 안겨준 영화지만 콜롬비아를 무자비한 폭력 지옥으로 단순하게 대상화하고 있는 지점이나, 덜걱거리는 영화 흐름도 조금 못마땅합니다. 콜롬비아에서 바로 즉석 캐스팅한 듯 보이는 소년 배우들의 연기도 결점이 많습니다. 아무리 즉석 헌팅한 배우라곤 하지만 쉴새없이 튀어나오는 어색한 연기 톤이 거슬리더군요.

그럼에도, 콜롬비아 자본까지 끌여들여 콜롬비아 내부 상황을 비판하고 있거나 퀴어 맬러 요소를 적극 차용해서 기이한 분위기를 끌고 가는 지점은 그런대로 신선한 맛이 있습니다. 내용이 특이하고 헐리우드 바깥에서 찍어서 그런 건가요? 바벳 슈로더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한국에 개봉되었지만, 이 영화는 개봉은 커녕 DVD 출시도 되지 않았다는. 이란 출신의 바벳 슈로더가 에릭 로메 작품의 프로듀서를 하거나, 헐리우드 영화를 찍거나, 갑자기 이 영화처럼 콜롬비아 영화를 찍는 걸 보면 대단히 신기하기도 해요. 흠... 부럽기도 하고요. 즉석 헌팅한 장소와 배우, 그리고 길거리 통제 없이 진행되는 촬영, 필름과 디지털의 혼용 등도 바벳 슈로더에 대한 기존의 평가와 꽤 색다른 맛으로 차이를 우려내고 있고요.

이 영화에 알렉시스로 나오는 소년 Anderson Ballesteros의 사진들. 연기는 못해도 꽤 귀엽더군요. 대사가 영 어색해서 그렇지 중년 페르난도를 애정의 눈빛으로 보고 있는 표정은 힘이 있군요. 필모그라피가 이 작품이 유일.

이 영화에 보면 재밌는 대사가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 봐서 '작업'할 때 써먹어야겠네요. --;; 중년 페르난도가 미소년 알마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입니다. 페르난도가 알마르에게 종이를 주며, 니가 갖고 싶은 것들을 적으라고 하지요. 그럼 알마르는 리북 신발, 오디오 등의 소지품, 그리고 가난한 자기 어머니에게 줄 냉장고를 적지요. 다 적은 쪽지를 읽고서 페르난도도 종이에 뭔가를 적습니다. 거기에 딱 하나 단어가 써 있어요. 알마르. 소년의 이름이었던 게죠. 너무 닭살스럽나요? 계급 차이, 사랑, 그리고 나이듦의 차이가 묘하게 엇갈리는 장면.











어글리 2005-04-04 오전 09:20

닭살스러워도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꼭 써먹으세요~ ^^

모던보이 2005-04-04 오전 09:26

제 수첩은, 나중에 써먹겠단 의지로 꼬박꼬박 적어놓은 이런 닭살 이미지들이 가득 차서 이미 두 권째로 접어들고 있는데, 영 써먹을 '대상'이 나타나지 않네요.

어글리 님도 어제 후원의 밤에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더 자주 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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