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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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5-03-10 19:04:43
+0 925



피쇼테 (Pixote: A Lei do Mais Fraco, 헥터 바벤코, 1981)


시네마 누보 자장 안에 있는 브라질 리얼리즘의 적자 헥터 바벤코의 초기 작품.

이 영화를 못 봐서 계속 찜찜했었는데 이제라도 보게 돼서 다행입니다. '거미 여인의 키스'로 잘 알려진 헥터 바벤코의 작품입니다. 최근에 잠깐 국내에 개봉되었던 '카란디루'를 연출하기도 했어요(백두대간에서 dvd로도 출시되었네요).

브라질의 실상을 고발한 이 영화로 헥테 바벤코는 가장 주목 받는 남미 작가 중 하나로 발돋움하게 됐지요.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브라질 소년들의 삶을 통해 현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 오프닝에는 헥터 바벤코가 직접 나와(감독인지 아닌지는 확신 못하겠습니다) 브라질 빈민촌 앞에서 어린 친구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증언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시 300만의 아이들이 집없이 떠돌았다고 하네요.

피쇼테라고 하는 어린 소년이 강간, 살인이 경찰들과 조직폭력배의 담합에 의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끔찍한 소년원에서 친구들과 탈출해 마약 딜러, 창녀를 이용한 사기를 저지르다 또다시 혼자 남아 쓸쓸히 기찻길을 걸어간다는 내용입니다. 최근작 '카란디루'가 헐리우드 입성에 실패한 브라질 작가의 과잉된 자의식으로 인해 흠결이 많은 작품인 반면, 이 '피쇼테'는 여과없이 브라질 민초들의 삶을 즉물화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이 쳐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헥터 바벤코의 영화를 관통하는 두 가지 요소를 들라 한다면, '범죄'와 '퀴어'를 일단 거론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그의 영화 전반에 깔려 있어요. 그의 전체 리스트를 다 본 건 아니지만 헐리우드에 잠깐 건너가서 만들었던 작품을 제외한다면, '피쇼테', '거미 여인의 키스', '카린디루' 등 그의 대부분 영화에는 감옥이나 범죄에 관한 내용에 꼭 트랜스젠더 등의 퀴어의 모습이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처음에는 다소 우호적이었습니다. 브라질은 90년대만 해도 십 년 동안 천 명이 넘는 퀴어들이 호모포비아들에 의해 길거리에서 살해될 정도로 초강력 울트라 마초 사회이지요. 헥터 바벤코는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가난한 민중과 존재 자체가 범죄화되고 있는 퀴어들의 연대를 영화 속에서 표방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초반의 그 우호적인 느낌. 하지만 카란디루를 접하고 나서 그 생각이 다소 깨져 나가긴 했어요. 퀴어들의 모습을 전혀 능동적으로 재현할 의지가 없다는 걸 확인한 거죠. 그의 영화에 나오는 퀴어는 대부분 트랜스젠더이며, 전 작품을 관통할 정도로 일관되게 전형화되어 있습니다.

현재 브라질은 룰라의 좌파 정권(이것도 좀 거시기하긴 하지만)이 권력을 잡은 이후 세계사 최초로 UN인권위원회에 성 정체성에 관한 항목을 삽입할 것을 국가적으로 주장한 대단한 나라입니다. 상파울로는 이미 남미의 게이 메카가 된 지 오래되며, 게이 퍼레이드할 때 전 남미에서 퀴어들이 몰려가는 것은 기본이고 정치인들도 대거 나와서 축하할 정도로 재현의 문화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헌데 여전히 7,80년대 퀴어 재현 방식을 답습하는 헥터 바벤코를 보고 있자니 그가 여전히 역오리엔탈리즘에 붙박혀 있다는 겁니다.

-- 후략--

2005/01/20


아주 오래 전에 쓴 글입니다. 보실 분은...
영화로 보는 라틴 아메리카의 동성애
http://gondola21.com/bbs/zboard.php?id=essay&no=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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