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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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2004-12-08 01: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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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주변에서 강추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다가 조만간 극장에서 내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늦었지만 서둘러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란 일본 영화를 보았다.

친구사이 회원 중 몇몇은 입에 침이 튀어가며 이 영화를 극찬하곤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그래도 소문대로 두 주연 배우의 매력은 대단하더라.^^) 비슷한 소재의 우리 영화였던 ‘오아시스’보다는 ‘개인적으로’ 재밌고 유쾌하게 본 영화였다.

장애여성과 잘생긴 남자의 로맨스라는 위태한 소재를 연민에 빠지지 않은 채 쿨하게 끌고 나간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이별 후, 여주인공인 조제가 담담하지만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 채 자기를 위해 스스로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바닥으로 다이빙(?)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인상 깊었다.

이 영화는 두 개관에서 개봉했지만 좌석 대비 점유율이 높아 꽤 롱런하며 배급사에 이익을 가져다주었다고 한다.(물론 전체적인 관객수는 한참 떨어지지만 말이다.)

몇 백 개의 스크린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대형 영화들이 즐비한 요즘 이런 작은 영화의 선전은 영화 내용과 맞물려 그 자체로도 따뜻함을 주곤 한다.^^



노래 : 조깅(재주소년)

어글리 2004-12-09 오전 01:54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가... 며칠 우울한 기분으로 보낸 영화...
헤어짐을 알고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황무지 2004-12-09 오전 05:12

쩝.. 끝났겠지.?? .. 보고 싶다..

신윤 2004-12-09 오후 23:29

라이카, 모든 감상이야 `개인적'이기 마련 아닌감.

`개인적으로' 애인 하고 손 꼭 잡고 보고 싶은 영화.
모든 사랑은 당연히 끝이 있기 마련이고, 끝나고 나서도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추억이란 흔하지 않으므로.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헤어지는 이유란 솔직히 응시해보면 아주 상투적이고, 심지어 속물적이므로.
신체 장애, 성격 장애, 외모 장애, 경제 장애, 취향 장애.... 모든 인간은 장애를 가지고 있고, 유통기한이 있는 감정은 그 현실의 장애를 결코 뛰어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말하는 영화. 그래도 그것이 나쁘지 않다고, 너는 나쁜 놈이 아니라고, 격려하는 영화. 오히려 그 행운은 감사할 만한 것이라고 나즈막히 얘기하는 영화.

그러므로 <조제>는 장애에 대한 영화라기 보다는 사랑에 대한 영화라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