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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년 7월, 영국 경찰은 비어 가에 있는 비밀 게이 클럽을 습격했어요. 거기서 7명의 클럽 회원이 체포되었지요. 이들은 각기 1년에서 3년에 해당되는 형을 받았고, 목에 칼을 씌워 마을을 돌게 하는 벌을 받았어요. 그러면 마을 사람들은 달걀과 진흙과 죽은 고양이 등을 마구 그 사람들에게 던졌습니다.

사실 이건 약한 형벌에 불과했습니다. 왜냐면 그 전에는 '사형' 내지 '종신형'이 선고되었기 때문이죠. 캘비니즘의 변종인 영국 교회는 다른 카톨릭 국가에 비해 동성애에 대한 탄압이 심했어요. 로마 교회법에선 남색죄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몇 주간 빵 대신 물만 준다든지 하는 비교적 가벼운 형벌을 부과하곤 했지만, 영국 교회 오빠들의 분노는 특히 심했지요.

어쨌든 1810년 7월에 발생한 사건에 첨부된 오래된 팜플릿을 소개할까 해서 이 이야기를 꺼내봤어요. 그 비밀 게이 클럽의 장소를 제공한 건물 주인은 극구 자신은 그와 같은 부류가 아니라고 주장했어요. 그 건물 주인의 변호사는 제임스 쿡이라는 사람이었지요. 제임스 쿡은 많은 돈을 받기로 다짐받고 변호에 나서기로 했어요.

쿡은 비교적 상세하게 이 비밀 클럽의 풍경을 묘사해서 법원에 제출할 팜플릿을 하나 만들었지요. 아주 재밌는 광경이 몇 가지 있습니다.

"세 번째 방은 성당이라고 불리는데, 결혼식이 거행되는 곳이었다. 가끔 6피트의 척탄병 여자와 그녀의 절반도 안 되는 키 작은 집사 신랑의 결혼식이 거행되기도 한다. 이 결혼식은 들러리들의 조롱 속에서 아주 엄숙하게 거행되기도 한다."

'척탄병 여자'는 실은 남성 군인을 일컫는 말입니다. 팜플릿은 이 재밌는 젠더 역전과 이름 바꾸기 게임에 대해서도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이 클럽에 들어오면 자신의 계급적 위치와는 아주 무관하게 자신의 신분을 만들고 이름을 여성으로 바꿨어요. 계급의 구분이 역할놀이로 인해 미묘하게 풍자되는 순간이죠.

"셀리나는 사실은 경찰서장이다. 검은 눈의 레오노라는 북치는 소년이다. 예쁜 해리엇은 푸줏간 주인이고, 급사의 이름은 고디바 부인이다. 글로체스터 공작 부인은 원래 어느 신사의 하인이고 데본셔 공작은 대장장이다. 달콤한 입술의 아가씨는 마을의 잡화상 주인이다...."

19세기 초반의 귀족 사회의 은밀한 게이 하위문화는 이렇듯 비밀스러운 조직, 매음-아편굴 안의 공간을 이용한 자생적인 게토 속에서 명맥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후 오스카 와일드와 프루스트를 통해 이 팜플렛의 풍경을 아주 자세히 목도하게 됩니다.  

전 저 팜플릿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름이 있어요. '달콤한 입술의 아가씨'.

모던보이 2004-11-15 오후 14:31

Cycles | Rod McKuen

전라도 사투리로 '맥아리 없는' 이란 표현이 있어요. 풀기 없고, 힘이 없는, 또는 자존심이 없는 맥풀린 상태를 의미합니다. 해서 맥아리 없는 놈, 하면 큰 욕이 되기도 합니다. 제게는 맥아리 단단한 게이들이 섹시한 것 같아요. 맥아리 단단한 게이들이 많아지기를.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