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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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5]
22대 개원을 앞두고, 혼인평등 집중 캠페인에 나서다
동성결혼, 혹은 혼인평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거리에 서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어떤 할아버지들은 나라 망칠 일 있냐고 소리를 지르시고, 어떤 남학생들은 면전에 손가락으로 욕을 하고, 어떤 중년 여성분들은 "난 동성애 반대하는데?" 이렇게 말하시면서 째려보고 가시기도 합니다. 저(기용)는 모두의결혼 팀에서 대중캠페인팀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21대 국회가 끝나고, 22대 국회가 시작하는 지금 더 대중들의 시선에 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집중 캠페인 기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첫 주에는 청계천, 둘째 주에는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신촌을 돌며 서명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더 다양한 곳을 가고 싶었지만, 여력이 없었네요. 그래도 캠페인 현장은 생각보다 반갑고 따듯한 반응들로 가득했어요. 연세대에서는 저희가 캠페인 부스를 펼치기도 전부터 달려와 기다리시면서 "저 바쁜데 빨리 서명만 하고 갈 수 있을까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이게 어떤 캠페인인 줄 아시냐고 물었더니 "동성혼 법제화 하는 거잖아요!" 라면서 서명을 해주고 가시기도 했습니다. 이화여대는 아예 줄을 서서 서명을 해주시기도 했어요. 그런 광경은 캠페인하면서 처음 봤답니다. "무지개 깃발이 조금 더 컸으면 좋겠어요,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감사하다며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사실 캠페인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사람들이 결혼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듭니다. 행인들이 한국 거리에서 동성혼 법제화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걸 위해 캠페인을 한다고 하면 누구는 웃고, 누구는 화들짝 놀랍니다. 정말 그런 걸 이 거리에서 하는 거야? 라는 시선이 느껴진달까요. 어떤 분은 그런 캠페인은 다 외국에서만 가능한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특히 중년 분들의 반응을 보면 결혼이 가족을 정의하는 가장 강력한 이성애 관계의 요소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무슨 결혼을 동성끼리 해..." 라고 읊조리는 중년 분들이 적지 않았거든요. 저는 동성혼 법제화라는 단어를 매개로, 성별과 상관없이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은 것 같아요. 지금도 리플렛을 열심히 나눠드리는데, 리플렛에 적힐 문구를 이렇게 해볼까봐요. "우리는 이미 가족입니다!"
한국 가족 실태 맞춤형 입법(1인 가구의 증가, 다양한 가족구성 양상을 반영한), 혹은 민주주의를 보강하는 입법들이 모두 동성혼을 입법하기 위한 전초 단계라고 반대당하는 시점에서 더 직접적인 찬성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한국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반대 근거를 더 이상 합리적이라고 여기지 않도록 확실한 여론을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니 더 거리에 나서서 "진짜 동성혼 법제화를 위한 운동을 하네"라는 놀람을 더 전달하고, 놀람을 넘어 더 적극적인 지지를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요. 친구사이 회원 분들도 많이 도와주실 거죠?! 이제 시작되는 22대 국회에 전달합시다. "혼인평등법을 입법하라!"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