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행진 재밌게 하셨죠! 그리고 낙원에 계신 시민 여러분! 오늘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연대행진 해주신 우리 친구들과 함께, 성소수자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오늘 함께 행진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면서, 이제 마무리 발언을 좀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에 사는 성소수자들은 그동안 많은 낙인을 넘어와야 했습니다. 에이즈를 퍼뜨리는 위험한 사람들, 항문성교를 하는 더러운 사람들, 성쾌락에 중독된 문란한 사람들, 성별체계를 위협하는 위험종자들, 청소년들에게 음란기구와 보지쿠키를 보여주는 유해한 사람들, 벌건 대낮에 공공장소에서 음란하게 노출하는 사람들. 무려 2023년에 이 시대착오적인 비난과 낙인의 틀은 여전히 강력하게 한국 사회에 남아 있습니다.
이런 낙인들에 “아니야, 우린 그런 사람들 아니야!” 라고 우리는 여전히 그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게이인권운동단체로서 친구사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응! 우리 그런 사람들이야!” 맞아! 우리는, HIV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우리는, 항문성교를 하는 사람들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신체의 쾌락을 즐기는 사람들이야! 우리는, 고정적인 성별이분법 대신 우리가 원하는 성별정체성과 성별표현을 존중하는 사람들이야! 우리는, 다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축제에서 옷을 벗고, 우리의 신체를 드러내며 즐길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우리는 청소년들이 더 많은 성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특정 신체부위를 수치스러워 하거나 부끄러워 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야! 도대체 남자 성기 모양의 술은 시장에서 대놓고 팔면서, 성기모양의 쿠키는 왜 만들면 안 돼?
사실 우리는 우리가 오늘 집회와 행진이라는 이름을 쓰며 지나온 광장과 거리에서, 이미 그 누구의 허락도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존재할 수 있고 일상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성이 정치적인 것으로 여겨져 ‘불허’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오로지 우리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렇습니다. 퀴어문화축제, 옷을 벗지 않으면, 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괜찮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마치 그 이유 때문에 우리가 차별과 혐오를 당하는 것처럼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자기들의 권력을 이용해 시민들을 가스라이팅하는 것뿐입니다.
2023년은 동성애자 인권단체 초동회를 기점으로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30주년 되는 해입니다. 성소수자들은 그동안 많은 벽장을 열어왔습니다. 수많은 커밍아웃을 해왔고, 친구 마음의 문을 열고, 부모 마음의 문을 열고, 동료시민 마음의 문을 열고, 나아가 사회적 합의라는 두터운 문을 열어내고 있습니다. 이미 사회에서 곳곳에서는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마음과 의견이 표출되고 있고, 사회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홍준표 같은 정치인들이 공권력을 남발하며 성소수자의 존엄과 권리를 침해하고 있지만,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친구사이는 더 이상의 퇴행을 용납할 수 없기에 사무실에 머무르는 대신, 여러분과 함께 광장과 거리로 나섰습니다. 오늘 하루, 퀴어문화축제 하루, 이렇게 단 하루씩 행사할 때만 우리가 드러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우리의 주체할 수 없는 끼와 존재를 드러내고, 성소수자의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나아갑시다.
마지막으로 구호 한 번 외치겠습니다. 친구사이에서 하는 구호인데요. 우리의 존재를 축복하는 의미입니다. 제가 에브리바디 콩그레츄 하면 여러분이 레이션! 해주시면 됩니다.
에브리바디 콩그레츄, (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