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퇴폐의 여운을 즐기다가 반전 섬뜩하지만 신선한 마침표
그토록 관능과 성적 에너지가 넘쳐나던 화려한 카바레는 결국 전체주의를 가리는 커튼에 불과했다. 그 ‘킷 캇 클럽’에서 환호하고 사랑을 나누며 행복을 꿈꾸는 군상들의 삶은 결국 파시즘 수용소 죄수들의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24일 밤 대전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개막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카바레>(연출 샘 멘데스)를 지켜본 대부분의 관객들은 은밀한 성적 장난과 퇴폐의 여운을 느긋하게 즐기다 느닷없이 낯설게 반전되는 2막과 그로테스크하다 못해 섬뜩하게 마침표를 찍는 결말에 소름을 느꼈을지 모른다. 더불어 눈썰미 있는 관객들이라면 화려한 해피엔딩이기 일수인 일반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달리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새로운 유형의 뮤지컬을 향해 신선한 고개짓을 했을지도 모른다.
<캬바레>는 1930년대 나치 치하 베를린의 싸구려 캬바레 ‘킷 캇 클럽’을 배경으로 미국인 소설가 클리프와 그의 룸 메이트 샐리를 중심으로 한 평범한 소시민들이 나치의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에 고통받는 현실을 에로티시즘과 섹슈얼리티, 동성애 등으로 적당하게 변주하며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혼란스런 시대상을 반영하듯 성적 정체성이 모호한 엠씨는 해설자로 나서 시종일관 등장인물들을 설명하고 간섭하고 조롱하며 간혹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져댔다. 또한 ‘킷 캇 클럽’의 전속 여성 무용수들도 엠씨와 한통속이 되어 엠씨와 섹스를 나누기도 하고 그와 함께 에로틱한 춤과 노래로 세상을 풍자했다.
그럼에도 이날 공연은 조명이 너무 어두워 배우들의 표정 연기를 읽기 힘들었고, 음향도 낮아 효과적인 노래 전달이 힘들게 느껴졌다. 30일 대전 공연이 끝나면 내달 3일부터 16일까지 서울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이어지는 서울 공연에서는 조명과 음향시설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 (02)577-1987.
대전/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