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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호][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29 : 합창단원이 된다는 것
2022-08-31 오후 12:37:35
202 0
기간 8월 

 

[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29

: 합창단원이 된다는 것

 

 

무더운 여름이 오면 지보이스는 본격적인 공연연습에 돌입합니다. 올해 공연은 10월9일로 예정 되어있어 딱 한달정도 연습 기간이 남아있습니다.


소식지를 읽으신 모든 분들이 3년만에 본격적으로 하는 정기공연에 와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올해 공연의 제목은 '그래도레미' 입니다. 그동안의 지보이스와 퀴어 커뮤니티 우여곡절을 공연으로 담아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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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공연 안무 연습 중

 


오랜만에 격한 연습을 하다보니, 녹슬은 몸을 다시 움직이는 것도, 마음을 모아서 노래를 부르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지보이스는 단원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서 매일 릴레이 일기를 밴드에 작성중인데요. 그 중 합창을 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 준환님의 일기를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소식지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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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보이스 단장 / 상필

 

 

여러분 안녕하세요, 류준환입니다. 벌써 즐거운 연습날입니다. 이제 공연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저번에 음악감독님이 당신의 초심은 여전하냐며 영상을 올려주셨었죠. 다시 보니 너무 오글거렸는데, 그래도 그때 이후로 내가 왜 여기 나오고 있는지 저의 초심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지보이스 이전 한참 합창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을 때 밑줄까지 쳐가며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부끄럽더라고요. 합창에 살았던 때와 달라진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되면서 동시에 제 초심을 어느 정도 찾아가게 되네요. 

 

요즘 저는 지보이스가 너무 재밌습니다. 이제야 지보이스에 정이 붙어가는 것 같네요. 원래 합창은 첨예하게 다른 개인들이 약속을 통해 하나로 소리와 마음을 섞어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죠. 그 과정이 너무 어렵고 힘이 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것이 어렵기에 더 매력적인 게 아닐까요? 위대한 화가 반 고흐도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 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들의 합창도 공연도 이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새벽 감성에 취해서 글을 써봤는데, 마지막으로 단원 여러분께 감명 깊었던 글을 하나 소개하고 물러갑니다. 이따 연습 때 뵈어요. 

 

 

 

합창단원이 된다는 것

 

사람은 모두 다르다. 일란성 쌍둥이조차 다르다. 키도 다르고, 체격도 다르고, 얼굴 생김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60억 명이면 60억 개의 얼굴과 개성이 존재한다. 사람의 목소리도 다르다. 똑같은 베이스 파트도 각자의 개성적인 목소리가 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좀 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이도 다르고 학력도 다르며 삶의 형태도 다르다. 하나의 작품을 두고도 현저한 견해를 보이는가 하면, 음식의 취향도 달라서 음식점에 가서도 다 다른 메뉴를 시키기도 한다. 

 

‘나는 저 사람과 다르다.’를 주장하고 싶지만 ‘저 사람도 나와는 다르다.’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아 가면서 합창이 시작된다. 그때부터 모든 연습은 ‘너는 나다!’의 연습이다. 아무리 같아보려고 해도 같을 수는 없지만 작은 공통분모라도 만들려고 양보하는 연습이다. 인간의 목소리는 섞이려 하지 않는다. 둘이면 둘,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 다 다른 소리가 난다. 그런 각자의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미세한 더듬이를 작동시켜, 각자의 목소리가 녹아들고 서로 섞이게 하여 공동인 ‘우리’의 목소리를 내려고 갖은 고생을 다하는 작업이다. 하여 합창은 긴 숨을 요구하는 예술이다. 모였다고 금방 환상의 화성이 울리는 것을 본적이 없다. 뜸이 들고 익어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 연유로 합창을 하는 것은 인내하는 일이다. 어려운 음정을, 또 잘 안되는 감정 선을 반복으로, 오로지 반복으로 만들어 내야만 하는 작업이다. 과정이 무시되어서도 안 되는 작업이다. 오랜 시간 차근차근 하나씩 쌓아가는 건축처럼 튼튼하게 쌓으면서도 순간순간 과정의 행복이 있어야 긴 길을 갈 수 있는 장르이다. 어느 TV방송에서, 방송을 위해 합창단을 급히 만들어 경연대회까지 단 몇 개월 만에 치러낸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건 합창을 잘 모르고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PD가 원하는 그런 감동이 자연스럽게 나오려면 최소 3년 이상은 작업을 해야 한다. 매주 방송될 때마다 눈물의 감동 쓰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르가 합창이 아닌 것이다. 오디션 때의 개개인 실력은 나쁘지 않았으나 그것은 독창의 실력이었다. 독창이 모인 게 합창이 아니라 독창이 녹은 것이 합창이다. 녹을 시간을 만들지 못한 채 억지 감동을 위해 경연까지 달려오고 나면, 남는 것은 허탈감밖에 더 있겠는가? 

 

합창은 표면적인 감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즉 심심풀이 오락거리가 아니란 말이다. 이성을 넘어 영혼까지 깊숙하게 파고드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합창을 하는 사람이나 이를 듣는 사람들은 높은 경지에서 서로가 영혼의 교감을 느낀다. 이는 사실 현실세계가 아니다. 사람을 번쩍 들어 전혀 다른 세계에 있게 만든다. 한없이 자유롭고 초자연적인 힘을 영위하면서 자신들의 영혼이 정화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정확한 음정과 음색, 감정의 전달은 그저 단순히 물리적 소리의 전달로 그치지 않고 엔돌핀보다 몇 천배 더 강한 치유능력이 있는 다이돌핀을 생성시키는가하면, 건강한 정신으로 변화하는 과정들을 만들어낸다. 즉 살아있음에 기쁜 순간이 되고, 합창을 통해서 한없이 진선미를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탈바꿈되는 것이다. 

 

우주의 모든 것은 파장을 통해서 이동된다. 빛도 파장이요 소리도 파장이다. 또한 감정도 파장으로 이동된다. 이 파장들을 우리의 뇌가 인식하고 반응한다. 우리는 합창을 통해서 순결하고 아름다운 파장을 만들고, 그것을 너와 내가 나누려고 노래를 한다. [...] 그러므로 합창단원이 된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거룩한 일을 하는 것이며, 보다 높은 자기의 완성이자 남과 나누는 사랑의 실천을 시작하는 걸음걸이임에 다름 아니다.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도 무한 리필 되는 것이 합창이다. 

 

합창단원이 되는 것은 이렇듯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혼의 밥을 먹는 것과 같다. 또한 괴테는 우리가 경청해야할 다음과 같은 명언을 1822년 이그나츠 플레옐(Ignaz Pleyel)에게 남기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절반의 인간이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은 완전한 인간이다.” 

- 홍준철, 『합창단원을 위하여』, 예솔, 201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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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보이스 단원 / 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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