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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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게이커뮤니티의 마케팅' #2]
2015~2017년 Private Beach 기획
: Jay Lee님 인터뷰
1. 처음 가본 이태원 게이클럽 12. 2015년 퀴어문화축제 파티기획팀 'Private Beach' 결성 |
▲ 2015 Private Beach, 2015.6.13. (촬영 : 터울)
12. 2015년 퀴어문화축제 파티기획팀 'Private Beach' 결성
터울 : 대망의 (서울)퀴어문화축제 애프터파티 Private Beach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아까 인터뷰 때, 회사에서 방송 채널의 마케터로 일하시면서 배웠던 여러 기법들을 많이 적용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기법들이 적용되었는지부터 말씀해주시죠.
Jay Lee : 우선 이 Private Beach라는 행사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생각하면, 이 프로그램의 이름을 붙이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정의하는 것부터, 행사를 열고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것까지를 총괄하는 PM(프로그램 매니저)의 역할을 하는 것, 그런 게 회사 일과 되게 비슷했죠. 그리고 실제로 일을 하면서 적용했던 건, Private Beach 스탭은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있었어요. 이게 돈받고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가 도와줄 수 있는 일만 딱 돕고, 그것만 해도 고마운 거니까 그렇게 참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 그리고 팀내 파트간의 관계를 어떻게 보면 수직적으로 만들어서, 그 구조를 통해 요청이 내려오면 결과물들이 올라오는 방식을 적용한 것도 그랬고.
그리고 마케터로서는 어떤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가 얼라인(align)되어야 하고, 하나의 통일된 전략이 있어야 된다는 것, 그런 걸 직접 해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전에 애프터파티를 하시던 분들도 그런 전략들이 다 있었겠지만, 2015년의 파티팀은 완전히 새로운 멤버였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그런 걸 새롭게 적용해본 거였죠.
터울 :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이 정확한 팀 명칭인 거죠?
Jay Lee : 그렇죠.
터울 : 팀내 조직 구성은 어떻게 됐을까요?
Jay Lee : 2015년에 처음 할 때는 사실상 인원이 많지가 않았고, 처음엔 급작스럽게 모였기 때문에 개개인의 역할이 주어져 있고, 그 중 몇명이 좀더 주도를 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2016년에 세빛섬에서 했을 때는 진짜 인원이 많았어요. 20여명 정도가 됐는데, 그 때는 아예 팀들도 나뉘어있었고, 역할들도 좀 세분화했었죠. 그렇게 각자 해야 되는 롤이 명확히 있었고.
예를 들어서 제가 했던 팀은 홍보팀이라 해야 될지 마케팅팀이라 해야 될지, 그게 있고, Ethan형과 주축이 되는 분들이 하는 공연팀은 공연 관련 대관이라든가 어떤 하드웨어적인 것들을 하는 업무가 있고, 그리고 그 둘은 서로의 일에 거의 관여를 안했어요. 이건 별로인 것 같아-같은 말을 서로 거의 안했죠. 홍보 방식에 대해 그들도 크게 관여 안하고, 저도 대관이 어떻게 되든, 가격을 어떻게 매기든 크게 관여를 안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홍보·마케팅팀 안에는 홍보를, PR를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었고, 영상과 사진, 디자인을 해주는 파트가 있었고, 그런 식으로 구성되었던 것 같아요.
터울 : 2016년 들어서,
Jay Lee : 네, 그 해에 더 나뉘어있었죠.
▲ 제3회 RED PARTY, 2015.12.5. (촬영 : 터울)
▲ 2015 Private Beach, 2015.6.13. (촬영 : 터울)
터울 : 'Private Beach'라는 표제를 정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어떻게 이 이름을 정하게 되셨는지,
Jay Lee : Glow Kitchen 때도 그랬지만, Ethan형이 처음에 어떤 이름이 좋을지를 얘기해보자고 해서 토론을 했어요. Private Beach도 마찬가지로 초반에 몇 명이 모여있을 때, 첫해에 했던 게 저랑 쵸비랑, Ray Lee도 있었고, 그렇게 한 대여섯명이서 얘기를 하다가 'Private Beach'가 여러 이름들 중에 그냥 나왔었어요. 제가 낸 건 아니었던 것 같고. 그 당시에 우리가 고려한 컨셉 중 하나가 낮에는 공개된 곳에서 놀고, 모두가 볼 수 있는 약간 건전한, (웃음) 우리가 여기 있음을 알리는 목적의 퍼레이드를 한다면, 그날 밤에는 뒷풀이처럼 우리끼리 좀더 재밌는 파티를 해보자는 거였기 때문에, 그것에 착안해서 '프라이빗'을 떠올리고, 그리고 퍼레이드가 개최되는 시점이 여름이었는데, 그 당시 해외 서킷 파티 때 진짜 프라이빗 비치에서 파티를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문 파티처럼. 그렇게 사적인 놀이 공간을 만들자는 뜻에서 착안했던 것 같아요.
터울 : 물론 그게 낮의 퍼레이드에 비해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밤의 공식 파티도 사실 사적인 공간은 아닌 거잖아요. 그래서 되게 역설적인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떤 의미에서는 거의 게이들만 오는 외국 서킷 파티의 외형에 LGBT란 내용을 집어넣은 느낌 같기도 했고요.
Jay Lee : 맞아요. 그리고 그 당시 저희의 목표는 평소에 그런 퀴어 행사나 애프터파티에 잘 오지 않는 수많은 게이들을 끌어당기는 것이었어요. 그들에게는 애프터파티가 뭔가 퍼레이드 때처럼 자신이 전부 공개될 것 같은 느낌, 그러니까 나를 타겟으로 하는 행사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있었던 거죠. 내가 지금 이렇게 재밌게 종로·이태원에서처럼 노는 것과는 달리 그런 파티는 너무 공개적인 것 같고, 혹은 나에게 낯선 어떤 운동 방향을 가진 것 같고. 그런 거부감이랄까 어색함을 좀 내려놓고, 그냥 너네들이 놀러오는 파티랑 비슷한 거야, 그렇게 다가가고 싶었던 거죠.
터울 : 어찌보면 어떤 가치들을 모으는 느낌? 중간 지점의 성격이 있었던 것 같네요.
Jay Lee : Private Beach를 우리 파티팀이 맡으면서 특히 제가 제일 하고 싶었던 건, 퀴어문화축제 등과 같은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들과 운동하는 사람들이 계시고, 그런 걸 잘 모르고 관심이 없거나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태원·종로는 매주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이의 접점을 만들어야 이게 분명히 규모도 커지고 힘이 생길 거라는 게, 제가 십몇년 간 바라온 방향이었어요. 내가 이 팀에 들어가 일하는 의의도 거기에 있다, 그러니 걔네들이 여길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이 사람들을 여기에 끌어오는 게 저한텐 너무 명확한 목표였어요. 그래서 Private Beach라는 개념도 논의 단계에서 아마 그런 방향 안에서 결정되었을 거예요.
터울 : 흥미로운 말씀을 해주신 게, 운동과 커뮤니티가 양분되어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으셨고, 지금도 어느 정도 그걸 문제의식으로 갖고 계신 것 같거든요. 그걸 십몇년 간 쌓아왔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게 양분되어있다는 걸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흔하지도 않고, 그런 인식이 살면서 그냥 만들어지는 감수성도 아니라고 생각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문제구나, 이게 풀어나가야 되는 숙제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처음 하게 되셨는지 좀 궁금해요.
Jay Lee : 그건 사실 이쪽 얘기를 떠나서도 마찬가지인데, 대학교 때 민중가요 동아리를 했어요. 2002년이면 민중가요가 사실 되게 쇠퇴하던 때였고, 거의 '이걸 누가 해?'라는 분위기였는데, 그런 모임이나 집회에 가보면 우리가 하는 말과 노래와 일반 학생들과의 괴리가 너무 큰 거예요. 그들도 이것에 대해 맞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너무 촌스럽고 세련되지 않고, 같이 하고 싶지 않다고 느끼고, 다른 한쪽의 사람은 이런 문제에 관심없는 사람을 답답해하거나, 또는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걸 그런 데서 많이 느꼈는데, 이쪽 바닥에 나와보니 똑같은 게 또 보이는 거죠.
그래서 나는 약간 그 중간의 입장에서, 이들이 하는 생각도 의미가 있고 맞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쪽에서 보면 어떤 색깔이나 세련됨의 결이 아쉽고, 그런데 그게 쉽사리 잘 안되는 이유도 알겠고. 그래서 내가 여기서 뭔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을까-하는, 그게 어떤 사회를 보는 나의 관점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말씀해주신 것처럼 그게 2014년의 어떤 일들로 인해 합쳐질 수 있는 계기를 만났고, 그렇다면 이게 터질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에, 이걸로 밀어보자는 생각이었죠.
터울 : 저도 대학교 때 민중가요 동아리를 했던 사람으로서 많은 동감이 되네요. 20대 초반에 목격한 사회의 어떤 기본적인 상에서 출발한, 활동판에 있으면서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을 갖거나, 커뮤니티에 있으면서 이런 활동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으면 좋겠다는 이중의 과제가 눈에 보였고, 그 중간에서 뭔가 어쩔 줄 모르겠는 느낌, 그 사이의 결절점들과 중간 지점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 Jay님도 그런 동기 부여의 맥락으로 활동해오셨던 거군요. 중요한 말씀 감사합니다.
▲ 2015 Private Beach, 2015.6.13. (촬영 : 터울)
13. Private Beach 파티기획팀원 섭외 과정
터울 : 당시 크루분들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죠. 주로 게이스북으로 만난 사람들, 친한 사람들을 위주로 섭외하셨던 걸까요?
Jay Lee : 그때 Private Beach 스탭 모집도 했는데, 모집으로 오신 분들도 일부 있었지만 상당수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따로따로 연락해서, 그분들의 탤런트를 보고 섭외를 한 거죠. 그 경우가 더 많았어요.
터울 : 기억나시는 분들을 한분 한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Jay Lee : 그 스물 몇 명을 다 소개하기는 너무 어렵고, (웃음) 또 그 중 일부는 여기에 소개하는 게 그분들에게 실례일 듯한데요. 처음에 얘기했던 것처럼, 제가 2015년에 팀에 들어간 다음에 제가 섭외했던 건 Ray Lee였죠. 그 친구는 광고업을 하는 친구였는데, 게이스북으로 불렀죠. 그 친구와 그 전까지 일적인 얘기를 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센스가 나랑 잘 맞는다, 일적으로 맞겠다는 생각을 했고, 커뮤니케이션이 깔끔한 친구였기 때문에 같이 해보자고 했는데, 전에 그런 일을 안해본 친구였음에도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3년 내내 같이 하게 됐죠. 그리고 뭔가 같이 일을 할 때 생각하는 거랑 결론이 항상 비슷했어요. 그 친구가 어떤 피드백을 하면 그게 내 생각과 똑같았고, 반대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분업이 되어있는 Private Beach 기획팀 내에서 어떤 일을 걱정없이 맡길 수 있는 친구였던 것 같아요. 나랑 생각이 똑같으니까.
그리고 영상팀은 사실 업무량이 되게 많은 팀이었고, 그들이 많은 고생들을 했는데, 그 영상 팀의 두 분 중의 한 분이 전에 인터뷰를 하신 Jude Lee였고, 한명은 저랑 많은 일들을 같이 한 Coke라는 친구가 있어요.
터울 : 그 두 분은 각각 어떻게 섭외하셨는지,
Jay Lee : Jude는, 쵸비가 여자친구 커버팀을 했을 때,
터울 : 팀 이름이 '보갈친구'였죠. (웃음)
Jay Lee : 네, 그 팀을 했을 때 그 친구가 영상을 찍었고, 제가 또 다른 친구들이랑 같은 여자친구 곡으로 다른 커버팀을 했을 때 Coke가 그 멤버이자 촬영·영상 담당이었어요. 그래서 쵸비네가 영상을 찍는데 Jude라는 친구가 촬영·편집을 한다고 들었고, 그런 인연으로 알게 됐는데, 어느날 그 친구가 종로 모처에서 편집을 하다가 제가 거기에 우연히 가게 된 거예요. 그래서 '안녕하세요, 뭐하세요?' 그랬더니 '편집하고 있어요' 그러길래, 그때가 아마 처음 대화였던 같은데, '해보세요 어디 한번', 이랬어요.
터울 : 기갈을 부리셨다고,
Jay Lee : 그러니까요. (웃음) 그리고 나중에 그 친구가 만든 영상 결과물을 보고, Coke와는 다른 강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리고 Coke라는 친구도 그 친구만의 명확한 강점이 무언지를 제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이 두 친구들을 데리고 같이 해보자고 생각했죠. 그렇게 따로 Jude한테도 연락해서 만나서 밥먹으면서 같이 해보자고 얘기했어요.
터울 : 적의 스탭을 품으셨던 거군요. 히딩크 느낌으로. (웃음)
Jay Lee : (웃음) 그런데 다른 팀들도 물론 고생을 되게 많이 했지만, 영상팀은 작업량 자체가 너무 많았어요. 그 때 그 친구들이 회사를 다니던 상태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고, 그래서 더 많은 열정을 낼 수 있었는데,
터울 : 정말 갈려들어갔었죠.
Jay Lee : 네, 맞아요. 영상팀은 진짜 일이 너무 많았고, 또 제가 영상을 하는 사람이니까, 방송쟁이이기 때문에 거기에 되게 까다로웠고, 더 깊이 관여를 해야 됐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더 많은 고생들을 했던 걸로 기억해요.
▲ 2015 Private Beach, 2015.6.13. (촬영 : 터울)
터울 : 그렇게 알음알음으로 부탁해서 섭외를 하셨군요. 사실 이게 다 마음빚이잖아요, 이런 일에 사람을 데려온다는 게. 저는 그런 것에 되게 예민한 사람이어서, 어떤 사람을 내가 그렇게 데려왔을 때 뭔가 일이 잘 안되거나, 이 사람이 욕을 보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인데, Jay님도 그런 게 부담이셨을 것 같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잘해야 된다는 동기부여가 되셨을 것 같기도 하고,
Jay Lee : 사실 2014~2015년 이 때는 특히 이쪽에서 게이스북이 되게 활발했을 때였고, 전성기였죠. 얘기했던 것처럼 퀴어퍼레이드에 대해 특히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가 많이 올라가던 때였기 때문에, 그 때 Ethan형이 Private Beach 하자고 했을 때 흔쾌히 하겠다고 했던 것도, 내가 해서 기여할 수 있는 게 명확히 보였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내가 했던 게 잘 되는 것에 대해 되게 에너지를 받고 신나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너무 잘 될 걸 알고 있었죠. (웃음)
터울 : 확신이 있으셨군요.
Jay Lee : 맞아요.
터울 : 그래서 내가 아는 사람들을 여기 끼워넣어도 전혀 문제가 안 생길 거라는,
Jay Lee : 네, 이미 이렇게 하겠다는 어떤 게 다 있었어요. 그리고 잘 될 것 같았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죽어라 했던 거죠. 진짜 그 당시가 사실 입사 4~5년차면 회사에서 되게 바쁜 대리급인데, 야근을 그렇게 11~12시까지 하고, 그 때부터 Private Beach 일을 또 하는 거예요, 새벽까지 회사에서. 그런 식으로 몇 개월 1년을 보내는 게 너무 힘들죠 사실. 너무 갈아넣는 거죠.
터울 : 지금이라면 아마 못할 것 같은,
Jay Lee : 지금이라도 아마 그때같은 분위기라면 할 거예요. 잘 될 거라는 확신이 나한테 있으면.
터울 : 멋있다. (웃음) 그렇게 많이들 갈려들어갔던 행사였기 때문에, 그걸 제가 조금이라도 옆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이걸 꼭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기도 한데요.
▲ 2015 Private Beach, 2015.6.13. (촬영 : 터울)
14. 게이스북 SNS 플랫폼의 활용
터울 : 아까 게이스북 얘기 하면서 SNS가 모두를 셀럽으로 만드는 욕구를 타고 성장한 서비스라고 말씀하셨고, 마케팅의 입장에서 그것들을 잘 활용하셨던 것 같은데요. 가령 파티기획팀 크루들의 게이스북 프로필을 일괄적으로 바꾸는 식의 캠페인이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갔는데, 그런 시도가 예전에도 있긴 했지만 이게 뭔가 제대로 트렌디하고 핫한 느낌이 들었던 건 제 기억으로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거든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지,
Jay Lee : Private Beach 초기에 잡았던 방향이, 그 당시에 느꼈던 것들이 거기에 많이 녹아있어요. 얘기했던 것처럼 2014년에 쵸비가 퍼레이드 행진의 선두에 있다가 막히고, 사람들이 던지는 걸 맞고 핍박받았던 경험, 그리고 그걸 보고 사람들이 분노했던 포인트가, 이게 어떤 활동가가 아니라 내 친구라는 것, 그것이 많은 에너지를 확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했고, 그게 파티 기획의 주요 모티브가 되었어요. 애프터파티를 만드는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어떤 단체의 사람들이 아니라, 너랑 어제 놀던, 너랑 어제 술먹은 네 친구들이야-라는 걸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내 친구가 하는, 내가 아는 사람이 하는 파티에 대한 참여 욕구라든가 같이 하고 싶은 에너지가 되게 클 거라는 걸 예상했었죠. 그래서 파티팀이 많이 모인 김에, 얘네들을 게이스북에 다 까자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 당시만 해도 그런 게북 프로필 교체에 대해 사람들이 큰 거부감이 없었고, 퍼레이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이 커지던 때였어요. 그런 행사를 준비하는 일원이라는 게 창피한 일도 전혀 아니었고, 그런 흐름이 막 시작되는 때였던 것 같아요. 그전에는 그런 팀을 하는 이들이 그렇게 눈에 안 띄었고 나랑 먼 얘기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 때는 내가 퀴어문화축제 파티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게 오히려 핫할 수 있는 어떤 코드가 되었기 때문에, 그래서 이왕 하는 김에 프로필 사진을 찍어서 해보자고 결정했고, 정말 부족한 예산 안에서 이걸 하는 게 모험이었는데 그래도 해보자고 했었죠.
터울 : 사실 그런 게 되게 귀한 마음이잖아요. 행사에 맞춰서 얼굴을 내보이고 하는 것들이. 그런 자발적인 에너지가 눈에 보였고, 그런 것들을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하셨던 거군요.
Jay Lee : 네, 그것에 대해 그 당시 멤버들 중에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고, 다들 좋아했던 것 같아요. 재밌어하고.
터울 : 좋았던 시절의 얘기네요.
Jay Lee : 저는 오히려 그런 걸 걱정했죠. 그렇게 떼거리로 몇십 명이 페북 프로필을 바꾸면, 그냥 자기네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군다고 고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있어요. 그걸 오히려 걱정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그게 많지 않던 시도라서, 재밌어하는 분위기가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자꾸 반복되면 피로해지니까, 그 다음부턴 안했죠.
터울 : 네, 그 이후에 많은 팀과 사업들에서 그 기법을 오마쥬했죠.
▲ 2015 Private Beach, 2015.6.13. (촬영 : 터울)
15. 파티기획팀 내 레즈비언 크루와 LGBT 파티 기획의 난점
터울 : 게이 얘기를 한참 나누었으니 다른 성소수자 정체성 얘기도 나눠볼 게요. 당시에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내에 게이가 많이 없던 때였고, 지금도 사실 그렇죠. 그래서 파티팀에 게이들이 많이 들어가게 된 게, 흔히 말하는 '파티팀이 게이판 됐다'는 것 이전에 어떤 의미에서는 조직위 전체의 차원에서 마치 거꾸로 된 남녀동수 맞추기 같은 맥락이 있었던 것도 같아 보여요. 물론 그게 어떤 사람에게는 결국 부정적이거나 나쁜 흐름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파티기획팀에 있었던 레즈비언 팀원 중에는 칠월님이 계셨는데요. 혹시 그분이 팀내 유일한 레즈비언이었나요?
Jay Lee : 2015년엔 유일하진 않았고 2016년에는 유일했어요.
터울 : 어떤 분으로 기억되세요?
Jay Lee : 그 당시만 해도 우리가, 대부분의 이쪽 파티팀원들이 레즈비언과의 친분이 깊지 않았고, 서로를 잘 모르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 특히나 같이 일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 어색하고 어려운 것들을 칠월님은 되게 어렵지 않게 잘 풀어주는 분이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걱정했던 건 레즈분들과 우리가 일을 할 때 의견이 다른 게 생각보다 되게 많고, 그것에 대해 서로 까칠하게 반응하게 되는 때가 그 당시에도 있었는데, 칠월님은 그걸 좀더 부드럽게 얘기해주시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그분 덕에 뭔가 파티팀 내에서 큰 갈등 없이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터울 : 그런 한 사람의 역할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G와 LBT 등이 그냥 태어나서 갑자기 친해지는 게 아닌 거고, 당연히 각자의 입장과 시각과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런 그들이 함께 일을 한다고 했을 때 기본적으로 서로가 갖추어야 할, 어느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에 갖추어야 할 교양들이 생기게 되는 거죠. 만약 향후에 이런 LGBT 파티 행사가 다시 생긴다면, 만들어질지 모르겠지만 생긴다면 그런 것이 몹시 필요한 과정일 거라고 생각하고,
Jay Lee : 네, 맞아요.
터울 : 그래서 LGBT가 절대로 같이 뭘 할 수 없다기보다는, 그런 서로 다른 입장과 시각들이 의외로 작은 노력으로도 쉽게 극복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적어도 제 생각은 그렇고, 그런 부분들에 대한 준비와 대비를 해두고 싶다는 게 저의 중요한 연구·활동의 동기이기도 한데요. 이런 얘기를 하게 된다는 건 결국 서로 싸울 일이나 생각이 다른 일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암시하기도 하죠. 그런 경험의 예를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게이와 다른 성소수자 정체성들 사이에 서로 생각하는 게 이렇게 다르구나, 그런 것들을 절감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궁금해요.
Jay Lee : 실제로 Private Beach의 마케팅과 홍보를 하는 입장에서, 제가 페이스북을 선택하고 그곳을 주로 활용했던 건 제가 거기의 일원이었기 때문인 거죠. 그곳의 생리에 내가 함께 해서 그걸 잘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잘 할 수 있는 건데. 당시에 저는 레즈 커뮤니티는 거의 몰랐고, 그래서 거길 어떻게 뚫어야 할지도 아예 몰랐어요. 그러다보니 거기서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하나의 파티로서 홍보가 될 때 이 파티의 브랜딩 중에 레즈분들에게 별로일 수 있는, 기분나쁠 수 있는 포인트가 분명히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그걸 조심한다고 하지만 내가 캐치를 못하는 부분도 생길 것이고. 그런 것에 대해 칠월님에게 가끔씩 의견을 구했던 것 같아요. 이런 건 괜찮을까요? 라든지.
그렇게 홍보는 사전에 스크리닝이 되는데, 더 예민할 수 있는 건 사실상 행사장 안에서의, 현장에서의 일이죠. 그곳 베뉴(장소)부터 올라가는 공연 내용, 공연팀들의 몸짓까지도 사실 서로가 너무 취향이 다르고, 취향이 다른 것뿐 아니라 서로 불쾌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다보니까, 아마 그런 것에 대해 공연팀에서 더 많은 충돌이나 조심스런 부분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 2015 Private Beach, 2015.6.13. (촬영 : 터울)
터울 : 그런 부분들 때문에 처음에는 미처 다 알지 못했던 여러 반응과 고민들에 부딪쳤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행사에서 했던 시도들에 대해, 그것이 성공했든지 실패했든지간에 유산으로 남겨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고민들이 있었고, 이렇게 다른 부분들이 발견되었고, 다음에 누가 할지는 모르겠지만 LGBT 파티나 퀴어 행사를 하게 된다면 사전에 서로 어떤 것들을 알고 가야 하는지, 어떤 것들이 고려되어야 하는지 파악될 필요가 있고, 그 과정에서 LGBT를 비롯한 각 정체성들이 서로 어떻게 다르고 어떤 고민들이 있고 각자 어떤 사정들이 있는지를 배울 수 있는 워크샵 등의 절차가 사전에 꼭 필요한 것 같거든요. 혹시 당시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서 그런 어떤, LGBT가 서로를 익히거나 배울 수 있는, 서로의 논점이나 의제를 알 수 있는 장치나 사전 워크샵 같은 게 있었는지 궁금해요.
Jay Lee : 2015년에는 급하게 모였고 팀원도 몇 명 없었어서 제 기억에는 그런 게 따로 없었던 것 같고, 2016년에 인원이 많아졌을 때는 한번 모임이 있었어요.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차원에서 모든 팀이 함께 모이는. 그래서 파티팀에서도 이런 게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겠지만 가보자, 좀 많이 가자, 해서 꽤 많이 갔던 걸로 기억해요. 그 때 파티기획팀 중에 열몇명은 갔던 것 같아요. 거기서 퀴어문화축제의 역사나 의의 등에 대해 죽 들어보고, 다른 팀은 뭘 하는지도 들어보고. 저와 다른 몇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파티팀원들은 거기서 얼굴 처음 본 사람도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 물론 어색하죠. 그런 모임을 특히 이쪽 바닥에서는, 학교도 아니고 다들 처음 겪어봤을 것이고, 지루했을 수도 있는데, 참석한 개개인들의 소회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그런 모임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편으로 제 생각은 이래요. Private Beach 파티팀은 대부분이 팀원들 간의 친분으로 만들어진 팀이었어요. 몇 명의 인맥과 친분으로, 형이 하니까 하는 거지-라는 식으로 합류한 사람이 많았고, 그렇게 시작했을 때 퀴어문화축제의 일부로서 그 팀원이 유기적으로 관계맺을 수 있으려면 결국은 서로가 팀을 넘어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파티팀원들과 조직위 내 다른 분들 사이에 일적인 게 아닌 수준의 인간적인 교류가 있어야 되고, 그래야 친분으로 시작한 팀이 친분을 통해 팀 활동을 유지하고 조직위 내 다른 활동들로 외연이 확장될 수도 있겠죠. 나중에 LGBT 파티팀이 또 생긴다면 그런 게 꼭 필요할 거고, 그래야지 전체적인 얼라인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워크샵도 중요하고 절차도 중요한데, 그렇게 머리로 아는 거랑 실제로 친해지면서 배우는 거랑은 또 다르니까요. 그리고 파티팀 안에는 반드시 다양한 정체성이 있어야 될 거라고 생각해요, 어렵겠지만.
그리고 중요한 게, 파티가 되게 원초적인 행사여서, 여기에 올 사람들이 원하는 말초적인 포인트를 찾아야 돼요. 그들이 원하는 게 뭐고 무엇에 환장하는지를 알아야 되는데, 그건 내가 당사자가 아니면 몰라요. 저는 지금도 레즈분들이 어떤 파티를 꿈꾸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 그분들과 개인적으로 친해야 그런 얘기가 탁상공론이 아니라 그야말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거고, 그래야만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게 만들어지는 거죠, 당연히. 물론 어떤 리스크를 막는 차원에서라면, 그건 그냥 회의만 잘 해도 되는 거죠. 파티팀 안에 레즈분이 한두분이라도 계시면, 이런 건 우리가 안좋아할 수 있고 예민할 수 있다는 걸 지적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그런 당사자성이 되게 중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터울 : 그런 과제들에 대한 중요한 시도, 중요한 시행착오, 그렇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순하게 어떤 사고로 요약되는 게 아니라,
Jay Lee : 그래서 결과적으로 Private Beach는 뭔가 다른 나라에서도 못 들어본 행사가 된 거죠. 고고보이가 올라가서 옷을 벗고 춤을 추는데, 다음 무대는 레즈비언 댄스 모임을 하시는 분들이 나와서 멋진 춤을 추고, 그러다 나중엔 노래를 부르는 팀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그러다 갑자기 프로듀스101 같은 걸 틀어놓고 전체가 무대에 올라와서 춤을 추는, 되게 뭔가 이상하게 믹스된 행사였던 것 같아요.
터울 : 그러니까요. 외국에서도 좀처럼 시도되지 않는 신기한 행사였죠.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꿈같이 느껴지는 느낌도 있고, 이런 걸 시도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해 계속 되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누군가 이런 비슷한 걸 시도한다고 했을 때, 이 Private Beach에 대한 평가나 입장 없이 넘어가지는 못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요.
▲ 2015 Private Beach, 2015.6.13. (촬영 : 터울)
▲ 2015 Private Beach, 2015.6.13. (촬영 : 터울)
16. 2015년 Private Beach, 이태원 클럽 S-cube
터울 : 2015년에 이태원 S-cube 클럽에서 첫 Private Beach가 열렸는데, 요즘은 코로나로 난리지만 그때는 메르스 때문에 난리였었죠. 그 해의 에피소드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Jay Lee : 처음 하는 거라 사실 되게 힘들게 했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스탭이 많지도 않았으니까, 좁은 클럽이지만 행사장을 꾸미는 것도 우리가 직접 해야 했고, 풍선 붙이고 이런 것까지 다 했어야 했고, 난 홍보하는 사람인데, (웃음) 너무 손이 모자랐죠. 그런데 어쨌든 처음으로 저랑 Ethan형이랑 쵸비랑 Ray랑 이런 식으로 몇 명이 모여서 한 행사였는데도 규모의 측면에서 사람들이 많이 왔고, 실내에 에어컨 터지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더워 죽겠고막. (웃음)
그 때 기억나는 순간은, 제가 그 때 SNS 운영을 했는데, 너무 사람들이 많이 온 거예요. 그 때는 사실 걱정을 했거든요. 사람들이 많이 안 오면 어떡하지, 메르스도 있고 한데. 물론 메르스는 지금 코로나같은 분위기는 아니었고, 그냥 메르스가 어떤 까이기 쉬운 명분이 될 수 있었죠, 이 시국에 행사를 연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식의 표적이 되니까. 그래서 그냥 앞에서 손닦아 드린다든지, 그런 걸 안배하기도 했었고. 그런데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응원해주는 게 느껴져서, 그때 제가 한두시 즈음에 막 너무 감사하다는 포스팅을 올렸어요. 감동이었죠, 뭔가를 했는데 그게 잘됐다는 게. 또 제가 그런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아쉬운 건 많았죠. 처음이었고, 내년에 잘해보자는 얘기를 그 때 했었어요. 다음 해에도 할 거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있었고.
터울 : 어떤 점이 아쉬웠어요? 1,200명이 왔는데.
Jay Lee : 브랜딩 차원에서도 힘들었고,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Private Beach의 로고가 2015년에는 여러 개였어요. 진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그 때는 그랬어요. 왜냐하면 급하게 여기저기서 부탁해 디자인할 줄 아시는 몇몇 분들이 도와줬는데, 그게 또 포스터에는 맞는데 뭔가 다른 작업물에는 안맞고, 그러면 로고 디자인을 또 새로 받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계속 바뀌고, 뭔가 일이 많다보니 여기저기 부탁하고 도와주시는 과정에서 이게 하나로 모이지 않는 부분이 좀 있었죠. 그런 걸 컨트롤하는 것도 어려웠고, 그런 게 좀 컸죠.
터울 : 그래도 그 해에 기억나는 통일된 컨셉으로는 빨간 모자에 호루라기를 목에 건 상탈한 게이가 생각나요. 아이코닉한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Jay Lee : 네, Private Beach 쇼의 컨셉은 해양구조대, 라이프 가드였어요. 2015년에 공연팀들 프로필 까는 걸 하기 전에도 이 사람들을 좀 스타로 키워놔야 파티 흥행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방식으로 그 사람들을 띄우려고 노력했죠.
터울 : 라이프 가드가 그런 뜻이었군요. 너네들이 물에 빠지면 구해주겠다,
Jay Lee : 그게 이제 Private Beach의 프라이빗함을 지킬 수 있는 그런 의미이기도 했죠. 메르스와의 연관도 있었고요.
터울 : 그런 서브 텍스트가 있었다는 건 지금 떠올리게 되네요. 그 땐 그냥 상탈한 근육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웃음)
Jay Lee : 그러니까 그런 것도 나름대로 생각해서 적용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터울 : 그런 식으로 포스터와 실제 무대에서 어떤 일관된 이미지를 죽 가져갔던 게 2015년의 파티였군요.
Jay Lee : 포스터 찍을 때도 인천 바다에 가서 찍었어요. 그런데 그게 진짜 파티팀 결정되고 그 주인가, 다음 주인가 그랬어서, 너무 급하게 가서 진짜 급하게 찍은 거였어요. 그 때도 사진을 잘 찍는 이쪽 친구가 도와줬는데 미안할 만큼, 프로의 시간을 내줘서 와준 전문가에게 미안할 만큼 컨셉도 애매하게 주고, 일이 전반적으로 효율적이지 않게 돌아간다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게 아쉬웠던 거죠.
▲ 2016 Private Beach 포스터
▲ 2016 Real Private 영상 스크린샷
17. 2016년 Private Beach, 세빛섬에 뜬 달
터울 : 2016년에 세빛섬에서 했던 파티는 저도 아주 가까이에서 실무진들을 본 기억이 나는데, 여기가 비어있던 걸 처음 인지했던 게 Ray님이라고 들었거든요. 2015년의 에너지가 싹 모여서 이 해에 꽃피었던 것 같은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판이 되게 커졌었던 것 아닌가 하는,
Jay Lee : 세빛섬에서 하는 게 맞나-라는 고민을 내부적으로 했죠. 부담스러운 장소고. 그래도 일단 저는 공연에 대해서 생각하기보다는, 마케팅하고 홍보·기획하는 입장에서 세빛섬, 난 너무 좋았어요. 여긴 너무 엣지가 있는 장소고, 의미가 너무 좋고, 게다가 이렇게 크게 한다는 게 얼마나 있어보여요. 저의 목표는 늘 숫자였기 때문에 너무 의미가 있었는데, 이제 Ethan형을 비롯해 막상 행사장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부담이 너무 큰 거예요.
터울 : 다 자봉으로 하는 일이니까, 공짜로 일을 시켜야 하는데,
Jay Lee : 클럽에서 하는 거면 이미 다 세팅이 돼있는 장소인데, 거기는 텅 빈 그 넓은 곳에 사운드와 무대를 전부 우리가 직접 준비해야 되는 말도 안되는 미션이 있는 곳이니까, 그 분들의 결정이 되게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결국 거기서 파티가 성사되었죠. (웃음)
터울 : 제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게, 음료를 팔아야 되는데 그 음료가 칠링이 돼야 되잖아요. 거기 현장에 냉장고가 없으니까,
Jay Lee : 그러니까요.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진짜 다,
터울 : 사전에 아이스박스에 얼음이랑 음료들을 다 집어넣어서 옮기고, 그러니까 이런 일례 하나만 들어도 이게 얼마나 땅바닥에서 시작한 행사였는지가 기억나거든요.
Jay Lee : 그 인원으로, 그 자본으로 그런 행사를 하는 게 진짜 말도 안되는 미션이었죠. 그런데 사실 제 담당은 마케팅과 홍보였기 때문에, (웃음)
터울 : 그래도 어쨌든 그런 입장에서도 일이 적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공간이 크고 그러다보니까. 엄청나게 바쁘셨을 것 같은데, 그 정신없음의 일화에 대해서 좀 회고해주시면,
Jay Lee : 그 때 했던 것 중에 Jude Lee랑 했던 게, Real Private,
터울 : 웹예능같이 했던,
Jay Lee : 네, 예능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프라이빗 크루를 모집해서, 개개인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이들이 Private Beach의 의미를 느끼고 더 널리 알리는 데 어떤 기여하는 모습들을 프로그램처럼, 웹예능처럼 만들어보자,
터울 : 그걸 주에 하나씩 촬영·편집해야 하는,
Jay Lee : 맞아요, 그걸 Jude한테 맡겼던 건데, 왜냐하면 그 친구와 Coke와의 차이점은, 그 친구는 영상을 스토리로 보는 타입이었어요. 영화를 하기도 했기 때문에 사람의 감정을 영상에 녹이고 그걸 스토리로 짜는 것에 강점이 있는 친구였고, Coke는 미감에 대한 게 남달랐고, 그 친구는 브랜딩을 잡고 그걸 짧은 영상 안에 깔끔하게 딱 녹일 수 있는, 그런 정확한 영상을 기깔나게 딱 만들어내는 친구였기 때문에, 두 친구의 롤을 다르게 가져갔던 거죠. 그래서 Jude는 흐름이 있고 호흡이 있는 걸 가져가는데, 그게 아까 얘기한 것처럼 내 친구들이 그 모임에 기여하고, 그 친구들을 스타로 키워내는 역할을 맡긴 거였죠. 그래서 그 친구가 매주 웹예능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내보냈단 말이에요. 그 마지막회가 파티 현장이었어요. 완전 그냥 일반인 친구들인데 사실, 연예인도 아니고. 그 친구들을 대상으로 파티 현장에서 페이스북 라이브를 하는 거였어요. 나는 그러니까 현장에서 그것도 해야 되는 거예요.
▲ 북경 게이클럽 Destination, 2018.3.3. (촬영 : 터울)
▲ 2016 Private Beach, 2016.6.11. (촬영 : 터울)
Jay Lee :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북경 Destination 클럽에서 협찬을 해서 고고보이도 지원해주셨고, 그에 따라 그 분들이 부스에서 뭘 홍보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있었는데, Destination 섭외를 제가 했고 중국어를 저만 할 수 있으니까, 저는 현장에서 그 분들과도 얘기해야 되는 거예요, 계속. 다행히 고고보이의 인아웃, 공항에서 맞이하는 등의 일은 그 분들과 친분이 있는 다른 분께 부탁을 해 도와주셨지만, 현장에서의 매니지는 제가 해야 되니까 그 관리도 해야 되었고. 그리고 홍보 쪽에서 제가 부탁드린 일로 따로 와서 뭔가를 해주는 친구들, 영상 찍는 친구들, 사진 찍는 분들, 페이스 페인팅 하는 팀원들, 그리고 내가 섭외해서 부스를 해주셨던 브랜드 분들, 전부 다 신경써야 되는 거죠. 그러니 정신이 없죠, 당연히.
터울 : 몸이 열개라도 모자랐겠어요.
Jay Lee : 그 와중에 온 친구들도 맞이해줘야 되고, 술도 한잔 해야 되고, 그러다 공연팀 일 터지면 가서 또 봐줘야 되고,
터울 : 그 때 Jay Lee님에 대한 기억은, 계속 폰을 보고 있는 거였어요.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남과 얘기할 수 있는 짬이 없을 정도로,
Jay Lee : 그 때 충전기 꽂아놓고 이렇게,
터울 : 맞아요, 그 기억이 나요. 그리고 내부의 돔에 프로젝트를 쏴서 연출했던 것도 재밌었어요.
Jay Lee : 네, 세빛섬 홀의 돔 내부가 하얗기 때문에, 무슨 파티를 하얀 데서 합니까, 그래서 원래는 까맣게 다 해버릴까도 얘기하다가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웃음) 그래서 그냥 하얗게 하되, 풀문이 컨셉이니 큰 달도 띄워놓고 영상도 쏘고 해서 활용하자, 그 얘기가 공연 기획 단계에서 나왔었죠.
터울 : 그 아이디어를 누가 혹시,
Jay Lee : 달 띄우는 건 Ray가 얘기했어요.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띄워-그랬는데, 그러다가 퀴어퍼레이드 당일 제가 부스에서 파티 홍보를 하다가 급하게 택시 타고 세빛섬으로 갔단 말이에요. 그 후에 택시 타고 잠수교를 지나가는데, 저쪽 세빛섬 쪽에서 큰 포토월에 달이 둥실 있는 것처럼 연출이 돼 있었어요, 엄청 큰 사이즈로. 그게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와 저게 정말 돼있네, 그러고 벅차오르던 기억이 나요.
▲ 2016 Private Beach SNS 홍보물 : 날짜 및 장소 공개
▲ 2016 Private Beach, 2016.6.11. (촬영 : 터울)
터울 : 네, 그게 너무 기억나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광경은 기억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그 해 파티를 치르고 난 직후에, "게이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감동적인 포스팅을 쓰셨더라고요.
Jay Lee : 네, 뽕이 찼죠. 뽕이 차서, (웃음)
터울 : 퀴어들은 이런 기억들 때문에 살아가는 것 같아요. 보통은 게이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데, (웃음) 그래도 중간중간에 이런 좋은 기억들이 있는 거죠.
Jay Lee : 그런데 그건 개인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저는 게이로 살아가는 게 너무 재밌다고 생각하고, 그런 친구들도 꽤 있고. 그냥 개인 성격일 수도 있고, 제가 워낙 우울함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 그리고 그렇게 썼던 것도 파티 자체가 잘된 것도 물론 있지만, 늘 바라왔던 어떤, 운동하는 사람들과 나와서 노는 사람들간의 접점을 그래도 만들어낸 것 같다, 뭔가 하나 한 것 같다는 자부심이 있었을 것이고. 또 그 어려운 LGBT를 묶는 걸, 물론 되게 문제가 많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래도 어쨌든 뭔가 해냈네, 레즈분들도 와서 재밌게 노셨고, 게이들도 재밌게 놀았다는 것에 대해, 그런 경험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었다는 게 뿌듯했고. 그래서 게이로 살면서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그리고 이런 일들이 앞으로 더 잘될 것 같다… 그 때는 지금처럼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웃음) 그랬죠.
터울 : 저도 게이뿐만 아니라 다른 정체성 분들이랑 일을 하면서 제일 감동적인 순간이, 무대보다 무대 뒤에서 같이 노는 걸 볼 때거든요. 야, 이게 놀아지네, (웃음) 너무 어렵고 말할 때 실수하면 안될 것 같고 온갖 것에 PC해져야 될 것 같은데, 놀 때 그게 서로 무리없이 녹아드는 광경을 볼 때면 뭔가 마음 하나가 탁 풀리는 느낌이 있어요. 비슷한 느낌이셨을 것 같아요.
Jay Lee : 자원봉사가 되게 많이 필요했어요. 아시다시피 클럽이 아니었고, 생판 텅 빈 데서 해야 됐으니까 많은 손길이 필요했는데 많이들 도와주셨고, 그분들 중에 게이들도 있었고 레즈들도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 친구가 이걸 했네 싶은 친구들도 많이 와서 도와줬어요. 그래서 파티 현장에서는 레즈분들이 주로 앞 시간에 와서 많이 놀아주시고, 게이들이 그 뒤에 자정 지나서 좀 많이 노는 분위기였고, 프로그램도 그렇게 짜고 했는데, 어쨌든 그 스탭분들은 계속 거기 남아서 몇 시간을 일하신 거잖아요.
그리고 그날 끝날 때쯤에 폭우가 내려서 정리도 되게 힘들었을 거예요.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끝나고 저는 그냥 쉬었는데 그 자봉한 친구들끼리 같이 또 술을 마시러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 중의 몇 분들이. 그것도 이제 게이 따로 레즈 따로 간 게 아니라 같이 가서 술을 마시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는 거예요. 파티 때도 웃으면서 서로 춤도 추면서 놀고 했다니까, 그 얘기를 듣고 너무 놀라웠던 기억이 나요. 오히려 파티팀 사람들은 레즈분들과 같이 일하면서 되게 조심하고 어려워하는 관계였는데, 막상 참여하는 사람들, 그리고 스탭을 했던 자원봉사자들은 되게 편하게 놀았구나, 그래서 너무 놀라웠죠.
터울 : 그게 운동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이정표가 되는 경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특히 이후의 여러 가지 일들에 비추어서.
▲ 2016 Private Beach, 2016.6.11. (촬영 : 터울)
▲ 2016 Private Beach, 2016.6.11. (촬영 : 터울)
▲ 2016 Private Beach, 2016.6.11. (촬영 : 터울)
▲ 임찬혁(Justin Lim) 님과, 2016 Private Beach, 2016.6.11. / 2016 I:M, 2016.8.13. (제공 : Jay Lee)
터울 : Private Beach를 했던 세빛섬에서 2017년에 서킷 파티 I:M를 했었잖아요. 그래서 I:M을 기획한 찬혁이가 2016년 Private Beach 답사를 온 기억도 나는데, 혹시 2017년 I:M에 갔었어요?
Jay Lee : 그 땐 제가 중국에 있을 때라 못 갔어요.
터울 : 그 때는 돔 안에 검정색 막을 다 쳐서 성대하게 파티장을 꾸몄었죠.
Jay Lee : 사실 Private Beach 당일에 찬혁이가 왔을 때 만났었고,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첫 마디가 그거였어요. "야 진짜 고생했겠다", (웃음) 그 친구가 온 뒤에 I:M을 했을 때는 아마 그 때 봤던 문제점들을 보완했을 것이고, 그리고 그 친구는 훨씬 전문가니까요. 실제로 그런 얘기도 했었어요, 자기가 가서 본 게 많이 도움이 될 거라고 했었고.
터울 : 한국에서 I:M이라는 서킷 파티를 했던 기억의 중심에 그 해의 세빛섬 파티장이 남아있을 거예요. 저는 그렇게 실내 공기가 쾌적한 서킷 파티를 가본 적이 없었고. 그게 사실은 2016년 Private Beach가 먼저 그곳에서 파티를 시도했기 때문에 부드럽게 그 다음 해의 행사로 이어지지 않았나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은 당분간 없어진 행사가 됐지만요.
Jay Lee : 사실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 해 Private Beach는 해외 클럽의 협조도 있었고, 따지고 보면 그것도 글로벌하게 뭔가를 해본 경험이었죠. 후원사 부스도 넣었었고, 진짜 일적으로 온갖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했었어요. 물론 규모가 너무 커지다보니 최종 목표인 후원금 마련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값진 시도들이었던 것 같아요.
다음에 소개되는 2017년 Private Beach의 현장 사진들은 후술할 이유들로 인해 여태껏 한번도 공개되지 못했던 컷으로, 이번 친구사이 소식지 인터뷰를 통해 처음 일반 대중에 공개된다. 사진 게재를 허락해주신 김민수 작가님, 강조새 작가님,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측에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드린다. - 편집자 주 |
▲ 2017 Private Beach, 2017.7.15. (촬영 : 김민수, 제공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 2017 Private Beach, 2017.7.15. (촬영 : 김민수, 제공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18. 2017년 Private Beach, 이태원 클럽 Pulse
터울 : 이제 힘든 얘기로 넘어갈 텐데요. 먼저 2017년에 파티팀이 구성된 정황을 여쭙고 싶어요. 2016년 파티를 치르고 난 다음에 다들 번아웃을 겪고, 그래서 이듬해에는 핵심 멤버만 급하게 모인 상황이었다고 들었는데요.
Jay Lee : Private Beach는 저한테는 늘 일이었고, 일적인 관점으로 접근했던 행사였어요. 어떻게든 잘 돼야 한다는 게 강했던 행사였고. 그리고 2017년 Private Beach는 원래 찬혁이가 하기로 되어있었어요. 그래서 맘편하게 저는 제 개인적인 커리어를 따라 해외로 간 거였는데,
터울 : 중국에 언제 가셨었죠?
Jay Lee : 2017년 3월 말에 갔죠.
터울 : 그 때 환송회 행사가 기억에 많이 남네요.
Jay Lee : 그것도 일이었어요. (웃음) 진짜 그것도 일처럼 했어.
터울 : 거의 이 바닥 퀴어 행사였던 것 같아요. 한 사람이 출국하는 일이, (웃음)
Jay Lee : 그래서 파티를 찬혁이가 한다고 하기도 했고, 2016년 파티를 그 고생을 하고 만들었는데, 세빛섬 파티가 실은 그 당시에 제가 쓸 수 있는 아이디어라든가 에너지를 다 넣어서 한 거였거든요. 그럼 넥스트를 한다면 저는 또 반드시 더 잘 되게끔 해야 할 거고, 더 잘 될 것 같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사람인데, 좀 어렵다 이제는, 이것보다 더 에너지를 쓰는 건 무리인 것 같은데, 이것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까 나한테. 해봤자 비슷하게 하지 않을까, 작년과 똑같거나 그럴 거면 난 하기 싫은데. 그래서 진짜 고민을 하다가, 찬혁이가 도와주게 됐다고 하니 그럼 걔가 하는 건 내가 했던 것과 또 다를 것이고, 그럼 나는 마음 편하게 내 갈 길을 가면 되겠다, 그런 마음으로 해외로 가게 됐죠. 그리고 걔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거니 했는데, 4월 초에 갑자기 찬혁이가 세상을 떠나게 됐죠.
터울 : 거의 출국하고 나서,
Jay Lee : 바로 일어난 일이었어요. 출국하던 시점에는 Private Beach는 완전히 잊고 있었고, 그거 할 때 한국에 올 수나 있을까 싶은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그런 일이 생겨서 Ethan형에게 급하게 연락이 왔죠.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난 일도 너무 갑작스럽고 슬픈 일인데, 파티는 파티대로 우리가 준비해야 될 것 같다, 네가 할 수 있겠니, 네가 할 수 있는 정도로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저는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하겠다, 그렇게 대답했죠.
터울 : 충격이 크셨겠어요.
Jay Lee : 그렇죠. 그 때 제가 감정적인 상태에서 포스팅을 몇번 했는데, 찬혁이랑 제가 개인적으로 되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꿈을 그리는 친구였다는 건 너무나 알고 있었어요.
▲ 제10회 오픈마이크 'Lonely Christmas with 차세빈', 이태원 MouM, 2015.12.19. (제공 : Jay Lee)
터울 : 업무 스타일도 비슷했던 것 같고요.
Jay Lee : 맞아요. 의지가 됐었죠. 그리고 그 친구는 클럽 운영이나 파티 기획이 직업인 친구고, 비슷한 일을 하다보니까 많은 걸 도와주고 싶어했어요. 이태원 클럽에서 파티를 했을 때 갑자기 라이팅이 필요하면, 급하게 연락하면 와서 갖다주고, 빌려주고. 그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사실 어떻게 보면 자기 클럽을 여는 날 행사를 한다는 건 자기 입장에서 손님을 뺏기는 것일 수 있는데,
터울 : 그렇죠, 경쟁사처럼,
Jay Lee : 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예민하게 나와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인데, 너무 도와주고 하는 게 되게 의지가 되었던 친구였어요. 또 동갑이고 하니까.
터울 : 그 전해인 2016년 RED PARTY를 찬혁이가 잡고 갔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르퀸이랑 루킹에서.
Jay Lee : 맞아요. 그런 일에 되게 의지가 있는 친구였고, 저랑 되게 비슷한 걸 하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잘할 거라는 기대도 컸었는데, 그런 일이 생기고 나서 충격이 있었죠. 큰 에너지의 중심이 비겠구나, 나 말고도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 친구를 추모할 겨를도 없이 또 파티를 준비해야 했고, 그래서 2017년에는 진짜 뭔가 커뮤니케이션상의 오해가 없이 실무적으로 일에 딱 집중할 수 있는 사람만 모았어요. 그렇게 6명 정도로 꾸몄던 거고, 디자인적으로 도와줄 사람 하나, 영상하는 친구들, 기획 같이 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말 행사장에서 뭔가를 하게 될 사람, 진짜 모자라는 인원으로 그해 파티를 준비했죠.
터울 : 2015년에 처음 했을 때의 소규모 세팅처럼,
Jay Lee : 거의 그 규모였어요. 물론 그 때보단 다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요. 게다가 저는 해외에 있으니까 같이 뭘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카톡방으로 주로 얘기했었고, 영상 회의도 해보니 사실 쉽지가 않더라고요. 2017년 Private Beach는 일정이나 여건이 새로운 마케팅을 규모 있게 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전체적인 브랜딩을 2016년과 연결해 가져가되, 세빛섬이라는 어마무시한 곳이 아닌 펄스라는 익숙한 공간에 맞게 전체적인 톤앤매너를 좀더 팝하게 잡았어요.
2016년에는 LGBT를 아우르도록 약간 차분한 파스텔 톤으로 통일하고, 유례가 없던 파티라는 점을 살리려고 풀문 콘셉트로 큰 달을 띄우면서 '와우' 할 만한 요소를 심는 데 중점을 뒀다면, 2017년에는 펄스로 사이즈가 작아진 게 파티 콘셉트와 통일되고 오히려 역으로 설득력이 있도록, 힘을 좀 빼고 가볍고 신나게 하려고 했어요. 트로피컬 콘셉트를 더 강하게 줘서 컬러도 좀더 쨍하게 네온으로, 커뮤니케이션도 오피셜한 화법을 벗어나 약간 B급 드립 위주로 잡았었어요.
터울 : 그 때 그럼 파티 당일에도 중국에 계셨던 거예요?
Jay Lee : 그 날만 왔어요, 한국으로. 왜냐하면 그 때 제가 했던 게 SNS 상의 홍보였고, 2016년에 했던 스폰서 부스나 Destination측 인력을 케어할 일은 없었지만, 포스터라든가 영상 홍보, SNS 홍보랑 고고보이 섭외, 의전 같은 글로벌적인 업무를 제가 해야 됐었기 때문에.
터울 : 현장에 없으면 안되는 상황이었군요.
Jay Lee : 네.
터울 : 그렇게 예기치 않게 입국을 하게 되셨군요. 중국에 가신지 몇달 안돼서,
Jay Lee : 한 4개월 있다 들어왔었죠. 급하게 그 때 한 1박 2일? 진짜 1박 2일 와서 일만 하고 갔어요. 그 때도 고고보이가 해외에서 왔기 때문에 그들과의 소통도 필요했고, 걔네들 만나서 식사 대접하는 등의 일을 했었죠.
▲ 2017 Private Beach 포스터
▲ 2017 Private Beach SNS 홍보물 : 티징 이미지
▲ 2017 Private Beach, 2017.7.15. (촬영 : 김민수, 제공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 2017 Private Beach, 2017.7.15. (촬영 : 김민수, 제공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2017년 7월 15일 진행된 퀴어문화축제 공식파티 '프라이빗비치'는 퀴어문화축제의 취지에 기반한 조직위의 요청과 그 요청에 동의한 클럽 펄스의 적극적인 협조 속에 아래와 같은 합의 사항을 기반으로 기획되었습니다.
1. 대관은 12시 30분까지로 한다.
그러나 행사 당일 12시 30분 이후 여성의 입장료에 차등을 두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조직위가 클럽 펄스 측에 사실 확인을 한 결과 입장 담당자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방침을 숙지하지 못한 직원이 프론트를 맡으면서 해당 문제가 발생하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펄스는 조직위와 합의된 취지와 운영 원칙을 직원에게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했고, 파티 기획단은 12시 30분 이후에는 클럽과의 정산을 위해 프론트를 떠나 상황을 몰랐으나 이는 충분한 변명이 되지 못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사과문 (2017.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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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울 : 이번에 퀴어문화축제 공식파티에서 난리가 났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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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Private Beach, 2017.7.15. (촬영 : 김민수, 제공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19. 성별별 입장료 차등부과 사건, 이후 파티기획팀의 불명예 사퇴
터울 : 그런 연유 때문에 그 해의 파티는 제반 설비가 갖춰진 기존의 게이 클럽에서 하게 됐고, 그 때문에 파티 장소가 Pulse로 정해졌던 것 같은데요. 그 때 입장료 차등부과 사태가 나게 됐던 원인 중 하나가 12시 반까지만 대관한 거였던 것 같은데, 그 뒤로는 평소와 똑같이 운영하되 성별에 입장료 차등을 두지 않는다는 방침이 불행히도 클럽 직원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죠. 혹시 새벽까지로 전체 시간을 대관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을까요?
Jay Lee : Private Beach 팀의 특성이 철저한 분업화인데, 그럼에도 2016년이었다면 제가 이런 상황을 훨씬 일찍 알았을 거예요. 그런데 2017년은 진짜 정신없었어요. 인원이 부족했고 손이 모자랐는데, 그래서 그런 식으로 대관한다는 걸 되게 늦게 알았어요. 거의 닥쳐서 알았던 것 같아요. Ethan형도 그걸 다 공유할 정신이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그렇게 대관 결정이 된 이유를 저는 모릅니다만, 아마 수익의 문제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터울 : 네, 비용 문제였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Jay Lee : 그리고 우리도 인력이 모자라서 당일 파티기획팀원 중에 프론트를 지킬 사람이 없었어요. 현장에서 각자의 롤이 있었기 때문에, 출입문 티켓 부스에서 일할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기존 클럽 직원의 도움이 필요했고.
터울 : 그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상황이었군요.
Jay Lee : 네.
터울 : 그래서 결과적으로, 제가 예전에 듣기로는 그 입장료 차등부과 문제가 생겼을 당시 기획단 단톡방에 그 소식이 올라왔을 때, 팀원들이 각자 일에 매달리느라 그 시각에 그걸 아무도 확인을 못했다고 들었거든요.
Jay Lee : 맞아요, 그 때 기억에 분명히 실시간으로 그 이슈가 있다는 게 올라왔었는데, 내용 확인을 1시간 뒤에 했던 거죠. 그 때는 큰일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입장료 때문에 이슈가 있었다, 그래서 설명이 잘못돼서 그런 것 같으니 확인해볼게요, 그러면 정확히 확인해주세요, 이러고 잊어버렸던 같아요. 그러면 안되는 거였지만, 잊어버렸고. 그리고 행사 끝나고 새벽에도 그 일에 대해 한번 더 얘기가 나왔는데, 사실 끝나고 우리도 술을 먹잖아요, 행사팀 사람들도. 그래서 바로 팔로업을 못했어요. 그리고 다음날에 Ethan형이 부랴부랴 수습을 하려고 했던,
터울 : 이게 중요한 게, 인력 부족인 상황에서 클럽 측의 실수도 있고 파티팀의 실수도 있었던 건데, 이게 '실수'이고, 일어나지 않는 편이 좋았겠지만 결국 일어난 실수였고, 그래서 실수로서 수습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게 아니라 마치 파티팀의 남성중심성이나, 파티팀이 게이판이기 때문이라거나, 그런 '노선' 문제로 비화되는 흐름이 트위터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7월 18일에 조직위에서 사과문이 나오고, 이튿날인 19일에 파티기획팀이 총사퇴를 하게 되는데요. 그 때 심정이 어떠셨어요?
Jay Lee : 저는 사실 파티 끝나고 잠 몇 시간 자고 바로 중국으로 돌아갔어요. 너무 힘든 출장과 비슷한 일을 하고 돌아가서 이제 끝났다-하고 있는데, 그 일들이 벌어졌고, 난리가 났죠. 현장에는 없었으니까 저는 한국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제일 아쉬웠던 건 불명예스럽게 그 일이 끝났다는 것.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한 일이 이쪽 친구들이나 현장을 왔던 사람들에게 온전히 나쁜 기억으로만 남았거나 쉽게 사라지는 기억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이런 행사가 계속되려면 사람이 필요한 거고, 사람들이 이 일을 하고 싶으려면 이게 되게 좋은 일이고 일을 했을 때 스스로 뿌듯하고,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되겠다는 게 설득되어야 사람들이 이런 걸 같이 하려고 할 텐데, 이게 일이 이렇게 되고 Private Beach 자체가 어쨌든 불명예스럽게 끝났기 때문에 이제는 아무도 이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겠구나, 넥스트가 힘들겠구나, 그런 게 제일 컸죠.
▲ 2017 Private Beach, 2017.7.15. (촬영 : 강조새)
터울 : 총사퇴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이런 상태로는 스탭들이 이 일을 더는 할 수가 없겠구나-라는 것 때문이었군요.
Jay Lee : Private Beach라는 이름으로는 적어도 할 수 없겠구나란 게 있었을 것이고. 그게 저는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운 지점이었어요. 그러잖아도 넥스트에 대한 여러 고민들이 내부적으로 있었는데, 2016년 세빛섬 이후로 내가 여기서 뭔가 새로운 걸 더 할 수 있을까 싶었고.
터울 : 3년간 갈아넣었던 행사를 자기 손으로 접었을 때의 비감함은, 제가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꼈던 비감함과는 또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을 것 같은데요.
Jay Lee : 그렇죠. 사실 그 때 얘기를 굳이 꺼내려고 하지는 않는데, 개인적으로 슬픔이 오래 가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얘기했던 것처럼 넥스트가 없다는 아쉬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제일 컸죠. 그래도 내가 하지는 않더라도 누군가는 하기를 기대했는데. 그리고 안 그래도 제 일하는 방식, 사람을 갈아넣는 방식에 대해 사람들이 되게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있었어요. 모두가 나같지도 않고, 그것 때문에 주변 사람들한테 진짜 대단하다, 고생했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일의 방식 때문에 넥스트를 만들기 힘든 측면도 분명히 있었어요. Private Beach를 하면서 이걸 같이 한 친구들이 나중에 나도 형처럼 돼야지, 그렇게 생각해주길 바랬는데, 그게 사실상 2017년 때도 쉽지 않았고, 같이 하던 친구들도 너무 힘들어했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 고민하면서 넥스트를 어떻게 해야 되냐 하던 차에, 이제는 그럴 겨를도 없이 끝나버렸으니.
터울 : 우는 아이 뺨 때린 격이네요.
Jay Lee : 그게 제일 컸고. 그리고 욕을 먹는 것에 대해서는 물론 그 자체로 기분 나쁜 것도 있었지만, 글쎄요, 근데 그건 그렇게 타격이 있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때 너무나 많은 이쪽 사람들이 편을 들어줘서, 일방적으로 당했다기보단 맞서 싸우는 분위기였잖아요.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도 되게 많았기 때문에. 욕먹어서 힘든 건 별로 없었고, 넥스트가 없겠다는 게 제일 아쉬웠죠. 이걸 앞으로 누가 감수하겠나 싶은.
터울 : 이 사건 이후로 퀴어의 퀴자도 보기 싫어하는 게이들이나, 게이 빼고 다른 타자를 보기 싫어하는 게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 같고, 되게 안타까운 일이죠. 일견 그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고요. 어쨌든 주로 인맥으로 불러모은 스탭이나 자원봉사자들이 나쁜 경험을 갖고 이후를 살게 된 셈이 되어서, 그들을 불러모은 입장에서 어떤 부채감이랄까, 그런 게 혹시 있으셨는지,
Jay Lee : 사실 뭐랄까, Private Beach가 그렇게 불명예퇴진을 한 것에 대해서, 그 일이 생긴 것 이상의 책임감은 들지 않아요. 실수가 있었고, 실수로 인해 일이 이렇게 커져서 결국 팀이 아작났다-라는 것에 대한 책임감은 있는데, 사실 그것 때문에 서로 더 반목하게 된 건 아니라고 봐요. 그건 그냥 그런 반목이 있던 과정 중에 그 일이 터진 것뿐이고, 일이 터진 건 그런 반목의 결과일 뿐 그 일이 그런 반목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일이 없었어도 어차피 생겼을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오히려 파티팀은 그런 흐름의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죠.
▲ 2017 Private Beach, 2017.7.15. (촬영 : 김민수, 제공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터울 : 개인적으로 이 불명예사퇴의 일은, 했던 잘못보다 몇십 배를 얻어맞은 경우라고 생각돼요. 파티팀이 없어진 것도 그렇고, 그 후로 2017년 파티에 대한 어떤 영상이나 사진들도 웹상에 공개되지 않은 것, 그리고 Private Beach 페이스북 계정 자체도 2020년 5월 아주 외재적인 이유 때문에, 이태원 클럽 코로나 집단감염 문제로 혐오세력들이 몰려들면서, 킹클럽 페이스북 계정이 그 때를 기점으로 1년 반 넘게 비공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Private Beach 계정도 비공개로 전환돼 지금까지 공개가 안되고 있는 것도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처벌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에 대해 부당함을 느껴셨을 것 같아요, 책임의 차원을 떠나서.
Jay Lee : 네, 그리고 사실 그런 것도 있어요. Private Beach 팀의 컨셉 중 제일 중요한 것이 내 친구들이 하는 공연, 행사라는 거였잖아요. 그게 되게 흥행에 도움이 되었던 반면,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파티팀이 그렇게 욕을 먹을 때 어떤 게이들이 완전히 등을 돌리는 이유도 된 거예요. 파티팀이 욕을 먹는 상황에 대해 본인들이 더 화를 내고, 그 욕을 먹는 게 내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열을 내는 거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더 멀어지게 되는, 아예 등을 돌리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만약에 그냥 어떤 애프터파티가 욕을 먹고 못하게 됐으면 짜증은 났겠지만, 내 친구들이 하는 파티가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사람들이 화를 냈을까요? 내 친구가 하는 파티였으니까 그런 화가 나는 거죠.
터울 : 아까 말씀드렸던, 프라이빗한 행사라고 표제를 걸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내용이 퍼플릭한 것들을 상당수 품고 있는 양가적인 면이 있었고,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많은 오해들을 감당해내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네요.
Jay Lee : 게다가 트위터라는 공간을 파티팀이 잘 몰라요. 그래서 대응을 하기도 어려웠죠.
터울 : 트위터는 조직위 측에서만 대응을 했죠.
Jay Lee : 그렇죠. 그리고 어떻게 대응을 해야 빨리 가라앉힐 수 있는지도 잘 모르는 플랫폼이었어요. 그래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터울 : 대응을 아무리 잘했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잘 수습됐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트위터라는 플랫폼은 주로 어떻게 기억되세요?
Jay Lee : 확산이 너무 빠르죠. 즉각적인 확산이 너무 빠르고. 트위터는 저한테는 지금도 일적으로 봤을 때는 그런 매체고,
터울 : 리스크 관리의 차원에서,
Jay Lee : 네, 그래서 확산이 너무 빠르기 때문에 잘 안쓰고 싶어하는 매체입니다. 게다가 제가 개인적으로 그 생리를 잘 모르는 매체이기도 하고요.
터울 : 순기능이 있지만 그만큼의 역기능도 있는 것 같아요. 여러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삽시간에 이루어지는데, 그것이 자칫 전체의 여론으로 쉽게 오도되기도 하고, 그래서 그 때 당시엔 아주 옳아보였던 것들이 2~3년 지나고 보면 사실과 거리가 멀거나 지엽적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고. 그런 역기능을 트럼프가 만천하에 알린 셈이 됐지만.
Jay Lee : 사실 비슷한 일들을 회사 일에서도 겪었었어요. 회사에서 어떤 오프라인 행사를 할 때 항상 문제가 터지는 건 트위터였고, 거기서 어떤 오해가 생겨서 퍼져나가기도 하고, 그거 수습하느라 진도 빼고. 그게 다 트위터에서 일어났었죠, 보통.
터울 : 어려운 질문에 대해 잘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아무리 잘못이 있었던 행사라도 이런 방식으로 수습되어서는 안된다는 느낌을 저는 개인적으로 받아요. 잘못에 대한 사과와 수습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한 경험이 통째로 모욕당하면 안되는 부분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죽 말씀을 들어보니 글쎄요, 그 당시에는 그렇게 서로를 독려하면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상황을 수습하고 일을 지속할 수 있을 에너지가 다들 없었던 상황 같기도 하고,
Jay Lee : 맞아요.
터울 : 그리고 무엇보다 있었던 행사의 기록들이 웹상에 한번도 올라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Jay Lee : 그 때 사진과 영상을 찍었는데, 행사 당일에 일이 터졌기 때문에, 원래 그 다음에 제가 해야 될 일은 그걸 모아서 올리는 거였거든요. 그런 일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저도 그 때 메일을 받았는데 다 대용량 메일로 받아 다운로드 기한이 만료되어서, 당일에 촬영해주신 작가님들께 자료 유무를 다시 트랙킹해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터울 : 네, 인터뷰 원고 정리하면서 제가 한번 체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Qmore (촬영 : Yun Guo)
▲ Qmore 커버댄스 영상 중국 내 블루드 독점공개 전면 팝업.
20. 2018년 서울퀴어문화축제 Qmore KPOP 커버 영상 상영
터울 : 2018년 Qmore 얘기를 좀 할게요. 서울퀴어문화축제 무대에 Qmore의 KPOP 커버 영상이 상영되었는데, 본래는 한국의 성소수자 부모모임과 중국 내 비슷한 성격의 모임인 친우회와 합동해 행사를 하려고 했다가 여러 이유 때문에 무산되었고, 그 영상이 한국·중국·대만 게이 친선의 핵심으로 남게 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지금 동북아시아 정세를 생각하면 다소 신기한 일인 것 같아요. 친구사이의 지보이스가 아시아 성소수자 합창제 Hand in Hand에 참여하면서 일본, 대만, 중국 퀴어들이 모여 타이페이·서울·도쿄에서 공연을 했던 기억도 지금으로선 너무나 꿈같은 일로 여겨지는데, 지금 이렇게 양안관계와 한중일 관계가 악화된 상황 속에서 많은 소회가 드실 것 같아요. 이 때도 한한령이 내려진 후의 일이죠?
Jay Lee : 네, 내려지고 한 1~2년 지나고 나서예요, 사실. 그 때도 분위기는 안 좋았어요.
터울 : 궁금해요, 그 때 어떠셨는지.
Jay Lee : 사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낸 건 제가 아니었고, 그 때 중국에서 같이 지내던 친한 한국 형이 이런 것에 관심있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형이 친우회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같이 행사를 가보자는 거예요. 저는 남의 나라에 가서도 그런 델 가야돼? (웃음) 이러고서 어쨌든 궁금하니까 가봤는데, 이게 부모모임이 주는 코드가 있잖아요. 정말 당사자의 감정을 건드리는 게 있어요. 중국도 똑같더라고요. 그분들의 인터뷰라든가, 잠깐 만나서 얘기하면 남의 나라지만 진짜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좀 감명깊은 마음으로 자리에 있다가, 끝나고 나서 그 형이 여기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거예요. 네가 한국에서 그런 것도 알고 사람들도 알고 경험도 있으니까 해보지 않을래-라고 해서, 뭘 하자는 건데? 했더니 커버 댄스를, (웃음) 춤추라고, (웃음)
그래서 팀을 짰죠. 그 때도 비슷하게 인맥으로 팀원을 모았죠. 2017년 Private Beach 때 공연해주었던 대만인 고고보이 친구 Jayen를 섭외해서, 그 친구가 스타성이 있으니까, 그 친구와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을 모아서 알음알음으로 팀을 짰죠. 그래서 커버 댄스를 추고, 원래는 친우회 멤버들 중에도 모집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뭔가를 할 때 그래도 결과물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커버 댄스 영상을 찍으려면 진짜 몸치는 안되거든요. 그럼 연습할 때 너무 힘들어요. (웃음) 나도 직장인들이고 다들 직장인들인데, 일주일에 한번 연습하면서, 안된단 말이죠, 무대에 올릴 만큼이. 그래서 진짜 오디션 보듯이 영상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고, 춤추는 거 있으면 좀 보내달라, 그렇게 뽑았기 때문에 친우회에서 지원하신 분들이 몇 분 계셨음에도, 죄송하지만 안됐고.
사실 그래서 친우회에서 같이 하려고 했던 건 그분들이 촬영을 도와주시고, 정확히는 촬영이 가능한 분들을 찾아서 섭외해주실 계획이었어요. 그리고 한국의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연락해서 서울퀴어문화축제에 가서 행사를 한다든지 이런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한국쪽이랑도 연락을 해서 좋은 방향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게 다 엎어지면서 촬영도 결국 한국에서 Coke가 사비 들여서 와서 해주는 방향으로 됐죠.
터울 : 중국까지 와서요?
Jay Lee : 네, 중국에 와서 자기 돈으로 비행기 타고 호텔비 내고 와서 찍고 편집해주고. 제가 또 피드백을 까다롭게 주면 맞춰주고.
터울 : 못살아, 사비 들여 중국까지 날아가서 그 일을 해준 거예요?
Jay Lee : 맞아요. 멤버들이 아마 조금 모아서 돈을 주긴 했을 텐데 진짜 큰 돈이 못되었을 거예요. 비행기값도 안 나올 만큼의 돈만 줬으니까.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했죠. 그래서 어쨌든 친우회와 같이 하는 건 사라졌지만 친우회 덕분에 생긴 프로젝트였어요. 친우회와의 일이 결국 성사되지 않은 아쉬움은 있습니다만. 그래서 생뚱맞게 내가 내 친구들 모아서 춤춘 거 찍어서 퀴어문화축제 무대에 올린 셈이 됐고, 사실상 되게 면이 안 서긴 했어요. 내가 뭔데 거기서 내 춤추는 영상을 틀며, (웃음)
터울 : 그래도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 측에서 Jay Lee님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나름대로 있었기 때문에 그런 영상 상영이 성사되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이전에 중국 측 클럽이나 고고보이 등 그쪽 스탭과 일을 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은 이런 프로젝트도 가능했던 것 같고요.
Jay Lee : 그렇죠.
터울 : 이제 코로나 풀리니까 그 친구분들도 곧 한국에 와서 같이 놀 수 있는 여건이 되겠네요.
Jay Lee : 그 때 영상을 틀었을 때도 한명은 왔었어요. 서울이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이태원 클럽도 가보고, 술도 먹고 그랬었어요. 풀리면 한번 오지 않을까요. 오고 싶어하죠, 궁금해하고. 그 중엔 한국에 유학했던 친구도 있고 해서, 같이 놀면 재밌을 것 같아요, 언젠가는.
터울 : 코로나 영업제한이 풀리기 직전에 이 인터뷰를 하고 있어서, 영업제한이 있었다는 것도 정말 신기한 역사가 되기 직전인 상황이네요. 최근에 이태원이 다시 북적이고 있어서 기분이 좋네요.
Jay Lee : 네, 어제도 정말 많더라고요.
▲ 한국퀴어영화제 홍보대사 Qple 위촉장, 2015.3.28. (제공 : Jay Lee)
▲ 2019년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2019.6.1. (촬영 : 터울)
터울 : 2019년 서울퀴어문화축제 무대에 2000년대부터 함께 한 단체 및 개인 중 한명으로 올라가셨거든요. 이 때도 중국에 체류 중이다가 이 때 입국하신 거죠?
Jay Lee : 네, 맞습니다.
터울 : 그 때 제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네요.
Jay Lee : 이제는 무슨 역사처럼 얘기하게 되지만, 20년 전에 이태원에서 처음 퀴어퍼레이드 할 때도 그냥 행인처럼 서있었던 것부터 시작해서, Private Beach도 있었지만 2015년에는 제가 퀴어문화축제 스폰서를 모집했었고, 그해에 쵸비와 더불어 한국퀴어영화제 홍보대사(Qple)로도 위촉됐었고, 2016년에는 한국퀴어영화제 폐막식 때 쵸비랑 같이 사회도 봤었어요. 되게 중심 일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많은 참여를 했어요. 그렇게 옆에서 커가는 걸 너무 봐왔고, 그게 제가 생각했던 방향이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 그대로 2019년까지 성장을 팍 했기 때문에, 그걸 다 봐오고 참여해온 사람으로서 소회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커갈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때 인터뷰에서도 "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다 잘될 겁니다." 그렇게 말했었어요. 그런 믿음이 있었던 때였죠.
터울 : 좀 짓궂은 질문일 수 있는데, 퀴어문화축제와 인연이 오래 됐다고 하더라도, 2017년의 그런 일을 겪고 나면 한동안은 그냥 생각하기 싫을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Jay Lee : 아녜요. 앞에서도 말했는데 저는 사실 그 일이 생겼던 것이 나한테 개인적으로 그렇게 큰 타격은 아니었어요, 생각보다. 어떻게 보면 그건 제가 2016년까지 Private Beach를 두 번 하면서, 이제 약간 에너지를 다 썼다 싶은 것도 있었고, 2017년에 했던 건 급하게 준비해서 빨리 치고 빠져야지, 여기까지만 잘하자, 이런 마음으로 했었고. 그래서 2017년의 일이 그리 큰 타격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축제가 정말 좀 보기 싫었던 순간은 행사를 힘들게 끝냈을 때죠. 진저리를 치고. (웃음) 진짜 안해야지, 뭐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웃음)
터울 : 그래서 Jay Lee님과 조직위 사이에는 어떤 애틋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면 굳이 중국에서 일자에 맞춰 항공편을 끊고 서울에 올 일도 없었을 거고, 조직위 차원에서도 그렇게 초대를 할 이유가 없었겠죠.
Jay Lee : 실은 내가 참여해서 이렇게 키워놓았다는 생각도 있고, (웃음) 그 자리가 나 없이 진행되고 그게 내 마음에 안 들면 난 그게 더 싫을 것 같았어요. 갈 건 가야지, 이름도 Private Beach인데, 뭐라도 해야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터울 : 이렇게 커온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나름의 지분이 있다고 생각하시고, 그걸 나름 자랑스럽게 여기시는 거군요.
Jay Lee : 그렇죠. 물론 때를 잘 만난 것 같기도 하지만.
터울 : 저는 2013년에 데뷔했는데, 나오자마자 그런 커뮤니티의 상승과 고양을 제 눈으로 목격한 것이 아직도 제가 활동하는 동력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 2016년 제17회 퀴어문화축제, 2016.6.11. (촬영 : 김민수)
21. 향후 게이커뮤니티 행사 마케팅·홍보 전략의 전망
터울 : 만약 올해에 퀴어 관련 파티를 진행하신다면, 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웃음) 만약에 하신다면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Jay Lee : 음… 지금은 외려 그 때보다 서로 예민한 상태고, 그게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사실 LGBT가 다 모이는 파티를 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은 아직 없어요. 그래서 만약 그런 목표가 그대로라면, 고민을 진짜 많이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저로선 그 고민의 답을 모르겠고. 그래서 당장 고민을 덜하고 잘할 수 있는 파티를 한다면 LGBT가 아니라 게이 파티를 하게 되겠죠. 게이 파티를 한다면 그래도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터울 : 게이 파티를 한다면 어떻게 해보고 싶으세요?
Jay Lee : 한다면 서킷 파티를 해보고 싶어요. 찬혁이가 없기 때문에 더 그런 것도 있고, I:M도 되게 고민 끝에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이 그런 걸 해보고 싶죠. 그리고 해외에 살면서 그런 델 다녀보니 더 아쉽고, 중국 친구들도 I:M을 알고 있고, 없어진 것에 대해 되게 아쉬워해요. 그래서 있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는 없겠지만, (웃음) 그런 생각을 하죠.
터울 : 2010년대에 게이스북이 게이커뮤니티 행사의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된 예를 말씀해주셨는데, 지금은 그렇게 게북이 핫하지 않잖아요. 게북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자체가. 그래서 지금 만약에 행사를 홍보하고 마케팅을 한다면 어떻게 진행하고 싶으실지 궁금해요.
Jay Lee : 그건 참 어려운데, 아마 앱이랑 더 협업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이쪽 앱들이랑 협업을 하는 루트가 많이 열려있는 것 같고, 그 앱들도 한국의 퀴어문화에 대해 각자 다른 입장과 관점을 가지고 접근하더라고요. 잭디와 블루드가 다르고, 다른 국내 앱들도 다른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분들과 협업을 해보는 것도 되게 흥미로울 것 같고, 그 과정에서 유튜브가 어떤 걸 할 수 있을지도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아요.
터울 : 지금은 정말 커밍아웃한 게이 유튜버가 많으니까,
Jay Lee : 그리고 Private Beach 이후 5년이 지났으니까 이쪽 사람들의 생각도 다르고, 유튜브에서 뭘 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없는 사람도 꽤 있을 거라고 예상돼서, 그런 걸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도 고민할 것 같고.
터울 : 그렇죠, Real Private 웹예능을 지금 만든다고 한다면 100% 유튜브에 올라갈 테니까요.
Jay Lee : 그럼요. 그리고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일일 것인데, 어쨌든 그걸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자기 PR의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친구들을 컨트롤하는 것도 그만큼 어려울 거예요, 그 사람들을 조율하는 게. 그것도 재밌을 것 같고. 일단 떠오르는 생각은 그 정도인 것 같아요.
▲ 2022.3.18. (제공 : Jay Lee)
터울 : 게이스북이 중요한 플랫폼일 수 있었던 이유가 이 안에서 얼굴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인데, 지금은 얼굴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내용적인 의미가 되게 많이 바뀐 것 같거든요. 요즘은 트위터로도 얼굴을 까고,
Jay Lee : 얼굴만 까면 다행이지, (웃음)
터울 : 그러니까 참 이게, 예전에는 SNS에 얼굴을 까고 거기에 행사를 입히는 게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됐다면 지금은 별반 그렇지가 못한 상황인 거잖아요.
Jay Lee : 맞아요.
터울 : 물론 커밍아웃은 여전히 중요하고, 직장 내 커밍아웃이라든지 직종별 커밍아웃 등이 인권운동단체에서 지금도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뭔가 요즘 게이커뮤니티의 파티나 행사에 임팩트를 줄 만한 어떤 마케팅 포인트, 얼굴을 까는 것이 아닌 다른 코드가 과연 뭐가 있을까, 그런 고민을 좀 하게 돼요.
Jay Lee : 그렇죠, 말씀하셨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포인트였다면 지금은 전혀 아니라서 파티를 한다면 크루들 얼굴을 아마 안 깔 것이고, 또는 그 때처럼 그렇게 많은 이쪽 친구들을 끌어들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게 지금 파티가 멋있어보이는 포인트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내 친구가 하는 행사나 공연은 지금 이미 너무 많아졌는데, 그것만으로 내가 거기 가야 할 특별한 동기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럼 다른 걸 찾아야 할 텐데,
터울 : 그게 뭔지는 참 어려운,
Jay Lee : 맞아요, 그게 항상 마케터의 고민일 거고, 지금 당장 내가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돈을 쓸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봐야겠죠. 이걸 알려주는 건 영업 기밀을, (웃음)
터울 : 아, 여기서부턴 컨설팅비를 받아야 하는 거군요. (웃음)
Jay Lee : 그렇죠. (웃음)
터울 : 제가 공짜로 얻어먹으려고 했군요. (웃음)
Jay Lee : 지금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를 파보는 게 먼저일 거고, 그게 모든 마케팅의 시작이니까요. 그런 고민을 해보겠죠.
▲ 2019년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2019.6.1. (촬영 : 터울)
22. 활동가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꿈, 그 다음의 고민
"'이런 것'에 관심 없는 사람들과 '이런 것'을 열심히 만드는 사람들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서로의 무관심 또는 반감이 안타까웠고 그래서 뭔가 연결고리가 되고 싶었다. 그게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2017.7.19) |
터울 : 마지막 질문인데요. 위 내용의 게이스북 포스팅을 올리신 게 기억에 많이 남고, 이 글이 공교롭게도 파티기획팀 퇴진 직후에 올라왔던 글이었는데요. 아까 언급해주셨듯이 이런 문제의식이 퀴어가 아니더라도, 대학 시절 민중가요라든지, 스스로 느꼈던 사회에 대한 관점에서 시작되었다고 말씀해주셨거든요. 그런 게 보람있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하실 거고, 그래서 이런 연결고리의 역할에 대한 자임이, Jay Lee님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회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Jay Lee : 사실 이런 의식을 갖게 된 첫 시작은, 내가 게이로 나와 생활할 때 나는 생각보다 크게 불편하지 않게 살았는데, 그게 다 그 전에 뭔가 희생이라면 희생이고 투쟁이라면 투쟁인, 사람들의 앞선 발걸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되게 민중가요스런 관점이 있었죠. (웃음) 그래서 나도 그 덕분에 얻은 게 있으니, 후대를 위해서는 나도 뭔가를 해야겠다, 그런 부채의식에서 시작한 게 있었고. 그걸 하면서 성과를 내는 걸 스스로 좋아했으니까, 그런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서 열심히 했고, 거기서 의미를 찾았고.
그런데 지금 공교롭게도 Private Beach 사태 이후로 모든 게 바뀐 것은, 더이상 이 담론이 유효할까 싶기는 해요. 이 담론이, 이런 관점이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나 분위기에 유효한 질문일까? 유효한 과제일까? 정말 오늘날 이런 상황이 된 이유와, 이걸 헤쳐나갈 수 있는 답안이라는 것이 그런 연결고리의 부재에 있을까? 정말 운동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혹은 그냥 나와서 노는 친구들이 인권이라든가 그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기 때문일까?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그렇다면 내가 했던 역할은 이제 그 정도까지로 됐던 것이고, 다른 문제를 찾고 거기에 따른 해답을 구해야 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게 뭔지. 다만 이게 나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이 과제를 안고 십몇년을 게이를 위해서 뭔가를 해왔던 것.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는 것이 너무 좋죠.
터울 : 맞아요, 질문이 달라진 느낌도 들고, 질문이 같더라도 그 내용이 아주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게 뭔지에 대해 각자가 다들 모색하고 있는 기간인 것 같아요. 이를테면 시청광장을 점거한 퀴어퍼레이드가 그 다음에 어디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을 거고,
Jay Lee : 그렇죠.
터울 : 하지만 축제 이외에 퀴어의 삶에서 되어있는 건 뭐가 많지 않은 상황이고, 그런 과제를 어떻게, 어떤 임팩트를 통해 해결하고 성과를 달성할 것인가가 모두의 고민일 것 같네요.
Jay Lee : 그래서 제가 했던 건 따지고 보면 퀴어문화축제 중의 한 행사를, 운동권에 관심없던 일반 게이들이 와서 돈쓰고 싶게 만드는 것, 그렇게 예쁘게 만들고 세련돼보이는 느낌을 만드는 데 대한 기여였어요. 그런데 이게 앞으로도 필요할까, 이미 했는데, 해봤는데. 이걸 한다고 사람들이 그 이상으로 올까, 이걸 한다고 이 행사가 더 화제가 되고 더 큰 의미가 생길까, 그런 건 있어요. 뭔가 다른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터울 :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시네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계속 꾸준히 나아가보는 것도, 가령 더 큰 규모나 더 큰 참여같은 것도 여전히 유효할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해요.
Jay Lee : 그렇죠.
터울 :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말씀하셨던 그런 고민들이 과정 중에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고요.
▲ 2017 Private Beach, 2017.7.15. (촬영 : 김민수, 제공 :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터울 : 진짜 마지막 질문입니다. Jay Lee님에게 게이커뮤니티란 어떤 의미인가요?
Jay Lee : 뭐야 이게. 무슨 라디오스타도 아니고. (웃음)
터울 : (웃음) 여기서 어떤 일을 더 하고 싶으세요? 앞으로.
Jay Lee : 저는 원래 2017년에 한국을 떠나면서 와, 진짜 아무 것도 안해야지, 이러고 갔어요. 가서도 어쩌다 Qmore를 하게 됐지만, 이제는 나도 40대가 코앞에 있고, 이런 건 정말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본인이 매주 매일 나와서 커뮤니티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해야 돼요. 그들이 커뮤니티의 생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제 그 중심이 아닌데? 그걸 하는 게 맞아?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그래서 후원이나 하고, 돈 좀 버니까. (웃음) 그러고 싶은 상황이고 지금도 사실 그래요. 지금도 한국에 와서 어떤 일을 같이 하자고 하면 웬만하면 안하고 싶고.
그런데 또 이제 넥스트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웃음) 그걸 실패했다는 것 때문에 늘 고민을 하는데, 저는 진짜 이제는 현재의 사람들이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뭔가 내가 생각할 수 없는 생각을 할 것이고. 그래서 앞으로 이랬으면 좋겠다는 것도 조심스러운 게, 이건 제 생각인 거고 제가 못 보는 걸 그들은 볼 것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뭔가를 찾아내고, 나도 그런 걸 보면서 진짜 잘한다, 그런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고, 그렇습니다.
터울 : 제가 Jay님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처음에 생각했던 게, 해오셨던 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나 충분한 의미화가, 일했던 것에 비해서는 그렇게 충실하게 되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행히도 Jay Lee님은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 스스로 보람을 얻는 것에 능숙한 사람같아서, 그런 게 딱히 있지 않아도 그 세월이 잘 갈무리되었던 케이스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그렇게 본인이 알아서 보람을 챙길 수 없었던 사람이라면,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부당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사실 일했던 만큼 그 일을 평가받거나, 그 일에 대해 사람들이 잘 챙겨주거나, 이런 것들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이런 인터뷰를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도 그런 활동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적어도 기록으로는 잘 남겨보자는 목표가 있는 것인데요.
그래서 같은 학번이자 같이 그래도 살짝이나마 일을 해본 입장에서, 일 욕심을 이젠 덜 내셨으면 좋겠다, (웃음) 이때까지 일해온 것도 너무나 많기 때문에, 더 뭔가 일을 해야 된다든지, 후임을 못 길렀다든지 등의 일에 대한 강박에서 좀 풀려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이렇게 글로 남겨놨으니까 보면서 가끔 뿌듯해하시고. (웃음) 대신에 오래 같이 놀아줬으면 좋겠어요. 이제 40인데, 언제까지 놀 수 있을까, 어느 순간엔 민폐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거든요. 일은 안해도 같이 오래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Jay Lee : 아 그럼요. 매주 짐에 갑니다.
▲ 2021.11.6. (촬영 : 터울)
터울 :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Jay Lee : 이런 활동을 하는 동기가, 사실은 본인의 보람인 경우가 제일 많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처음부터 인권운동단체에 있는, 그런 어떤 의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잠깐 일을 도와주는 친구들 대부분의 동기는 내가 일을 해서 보람찬 그 자체일 것이지, 어떤 대단한 보상은 아닐 거예요. 금전적인 보상은 그냥 이 일을 위해 쓰는 돈 정도를 지원해주면 될 거예요. 사람 만날 때 드는 택시비, 먹는 밥값, 그리고 내가 내 돈 안써도 되는 것 정도라 생각하고. 돈보다는 사실상 그 보람을 얼마나 만들어주느냐가 중요하고, 그런 면에서 아까 말씀하신 평가에 대한 부분이 이어질 텐데,
제가 지금 이런 걸 얘기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안좋은 것 같아요. 보람을 찾을 토대가 무너져내린 느낌? 이런 활동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코로나도 그렇고 상황이 안좋다보니까 그런 보람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저도 그래서 뭔가를 하고 싶어도 그게 잘될 것 같지 않으니까 엄두가 안나는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건,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걸 시도하는 분들이 있다는 거죠. 꿈이나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면서 투쟁하시는 분들도 있고, 희생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걸 여기 있는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고.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그분들을 싫어하지 않아요. 그런 것도 이제 다, 예전보다 많이들 인지하고 있을 거라는 것. 그 정도인 것 같아요.
터울 : 다음 꿈을 꿀 사람, 다음 일을 할 사람이, Jay Lee님이 나타났던 것처럼 불현듯 나타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일한 사람, 일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귀하고 예민한 것인지를 조금 더 잘 챙기고 쓰다듬어줄 수 있는 바닥이, 그럴 수 있는 서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인터뷰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Jay Lee : 감사합니다.
[96호][커버스토리 '익선동의 오늘' #1] GLOW SEOUL 대표 Ryu Ethan님 인터뷰 : 1. SPIKE와 PRIVATE BEACH
2018-06-29 15:59
기간 :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