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모던보이 2004-05-24 23:15:47
+0 1131
출처 : http://board.jinbonuri.com/view.php?id=best_view&no=5595

당원도 아닌 주제에, 또 '다수자 모순의 선차성'을 주장하시니 그 선착순 맨뒷줄에 가서 문제제기를 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주제에, 아울러 내 실존의 권리를 개인적으로 주장하는 것조차 '종파적 작태'로 오인되는 주제에 감히 이용대 후보님께 또 한 번 질문을 드릴까 합니다.

당원도 아니기에 남의 당 당직 선거에 괜스레 누가 되지 않을까 저으기 고민되어 쓸까말까 망설였더랬습니다. 그런데 이용대 후보님의 사과문을 읽고 나서, 또 최근 붉은 이반이 당 내에서 겪는 고초와 분노를 접하고서 참으로 황당하기도 하고 적잖이 우려스러워 이렇게 다시 묻습니다. 질문 드리겠습니다.


1. 저희 성적 소수자 문제 해결 순번은 몇 번입니까? 언제쯤이나 우리는 우리의 해방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겠는지요? 정히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면 살짝 귀뜸이라도 해주셔서 저희가 기다릴 시간품이라도 좀 덜어 주셨으면 합니다.

이용대 후보님의 산술적 방식으로 봤을 때, 그리고 이용대 후보님의 지지자를 자처하는 분들의 '다수자 모순의 선차성'이란 생전 듣도 보지도 못한 횡설수설에 따르면 다수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시 저희 같은 가련한 성적 소수자들은 기다림에 지쳐 영원한 망부석이 될 것 같은데, 살짝 순번이나 면접 시간이라도 좀 정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니면 자신들의 인권 문제가 정작  '다수자 모순'인 우리 같은 성적 소수자들은 따로 나가서 딴살림을 차리라는 서브 텍스트를 친절하게 귀뜸해주신 건지 이참에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 걱정스럽습니다. 한 나라의 진보정당의 정책위원장 후보라는 분께서, '집권'이 중요하다는 지지자들의 엄호를 받으며 각각이 더할 나위 없이 중대한 사안들을 다수자 /소수자라는 '산수풀이' 놀이로 차등화하시다니요. 이렇게 남들의 고통과 울분을 차등지워놓고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행복하신가요?


2. 두 번째 질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대 후보님의 사과문은 진보정당 정책위원 후보로써 나름의 순발력과 진정성이 담보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렇죠, 순서는 좀 밀리긴 했지만 성적 소수자 문제에 대해 앞으로 계속 공부하고 함께 연대해며 차별을 철폐해야 된다는 말씀, 깊이깊이 가슴 속에 새기겠습니다.

묻습니다. 북한에는 동성애자들이 존재할까요? 인터뷰 전문이나 사과문을 살펴보니 동성애를 여전히 '자본주의 문제 혹은 파행 현상'으로 생각하시더군요. 그렇다면 '아름다운 집단주의' 체제인 북한에는 당연히 동성애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차별이 존재하지 않을 듯 합니다.  

혹시 북한 동성애자들에 관해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아마 없으실 겁니다. 국가보안법 때문에 정보가 차단된 게 아니라 아예 북한에서는 북한 내 동성애자 문제에 대해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쩌죠? 지난 9월 프랑스 동성애자 잡지 '테튀'에 의하면 북한에서 몽골로 반체제 인사 스물 여섯 명이 탈출했고, 이들 모두 붙잡혀 다시 북한으로 송환되어다고 합니다. '테튀'는 이렇게 돌려보내는 것은 '사망 선고'라고 덧붙이며 그들을 애도했지요. 헌데 공교롭게도 이 중에 다섯 명이 모두 동성애자였고, 그들은 자신들을 학대하는 북한을 피해 탈출했다고 합니다.

잔혹하게 동성애자를 학대해서 쿠바를 탈출했다가 바다에 빠져 죽어갔던 그 보트피플의 동성애자들, 율법과 가족의 학대로부터 탈출하고 있는 아랍 동성애자들의 이미지와 중첩되어 괜스레 마음이 아프더군요.

대체적으로 지금까지 흘러나온 정보를 종합해보면, 북한에는 우리 한국의 60년대 동성애자 커뮤니티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나고 사랑하는 음지의 대면 커뮤니티의 양상만 그렇다는 뜻이고, 이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모르는) 인권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것만큼 분명합니다. 국경을 넘어 탈출한다는 것은 곧 공권력과의 마찰을 의미하고, 이것은 곧 동성애자 문제를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가시권 내에서 처리하고 있다는 뜻이 되겠지요.

저 역시 얼른 통일이 되어 중국 내 동성애자들조차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우리 남한 동성애자 인권 운동의 역량을 밑천 삼아 북한 동성애자들과 진심으로 연대하고 싶습니다.

연이어 질문 드리지요. 성적 소수자 입장에서 드립니다.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는 북한 정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걸고 탈출했다가 다시 붙잡혀 들어간 그 분들 역시 소수이기 때문에, 다수자 문제를 먼저 생각하고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어찌됐든, 성적 소수자 차별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분이시니, 저는 이용대 후보님께서 북한 조선로동당의 인권 감각에 대해 아주 날카로운 일침을 날리시리라고 봅니다. 또한 정책위원장이 된다면, 저희 남한 동성애자들이 북한 동성애자들의 인권에 대해 정보를 찾고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지평을 여는데 힘을 보태주고,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의 권리를 추방과 단속의 프레임으로 제어하는 북한 당국과 남한 정부에 대해서도 공히 함께 비판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두 가지 질문에 답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아마도 이용대 후보님께 드리는 마지막 질문일 듯싶군요.


p.s
1.
이용대 후보님, 나중에 정책위원장이 되시면 꼭 저희와 동성애자 문제에 관해 워크샵을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동성애는 '자본주의적 문제 혹은 자본주의의 파행 현상'이 아니라, '근대성의 문제'임을 보너스로 슬쩍 귀뜸해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북한에 왜 동성애자들이 존재하는지, 그들이 왜 지금 슬퍼하고 있는지도 말씀드리지요.

2.
아, 아울러 질문 드리는 김에 김진선 후보께도 함께 드릴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질문이 떠오르지 않더군요. 동성애자를 이성애자가 되게끔 열심히 '기도'하겠다는 이 분의 말씀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쑥과 마늘도 아니고, 기도로 사람을 변신하게 만드는 신통방통 재주를 가진 이 분께는 기도로 동성애를 극복하는 모임인 '이반 극복 크리스쳔 모임'과의 연대를 강력 추천 드립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3204 가톨릭청년회관과 진보네트워크 +5 가람 2011-10-27 1131
3203 [프레시안]<인생은 아름다워> 교도소 방영 ... +3 관리자 2010-10-07 1131
3202 겨울 허수아비도 사는일에는 연습이필요하다. +5 재원 2009-01-30 1131
3201 지갑주인을 찾습니다. +1 한울타리 2003-11-25 1131
3200 (입장발표) 엑스존 '청보법시행령' 위헌소지 대... +2 박철민 2004-01-04 1131
» 이용대 후보께 질문 : 북한 동성애자들 모던보이 2004-05-24 1131
3198 장미의 장례 행렬 모던보이 2005-06-26 1131
3197 덥구만유 +7 지나 2012-08-07 1131
3196 한 걸음 한걸음 다시 또 한 걸음 +2 박재경 2013-02-05 1131
3195 4월25일, 청소년 동성애자 故육우당 10주기 추모... +1 동성애자인권연대 2013-04-02 1131
3194 개신교도들의 포교활동은 이전부터 도가 지나치다... 林(림) 2013-05-07 1131
3193 [초대] 제2회 SOGI 콜로키움 "동성결합 제도화의 ... +1 낙타 2013-08-06 1131
3192 8월 친구사이 정기모임 - 김조광수&김승환 동성 ... 종순이 2013-08-26 1131
3191 게이펭귄 파이팅!!!! +3 뉴스녀 2011-11-12 1132
3190 '성지순례' 마치고 온 종교지도자들, 이게 무슨 ... +5 차돌바우 2010-12-28 1132
3189 펭귄 무쟈게 때리기 +2 .. 2004-02-08 1132
3188 화려한 이미지의 환상 +1 사하라 2004-04-12 1132
3187 귀요미송모음~! +6 차돌바우 2013-04-05 1132
3186 왜 집회에 나서냐고 묻는다면? 코러스보이 2014-12-20 1132
3185 쥐보이스공연후기를 이제야 +1 tlmn 2011-11-12 1133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