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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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선거입니다.
탄핵정국이 몰고 온 광풍도 어느덧 수그러들기 시작했고, 선거를 둘러싼 우리들의 말들은 조금씩 냉철함을 되찾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오늘 저녁쯤 전화를 걸어 우리 가족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찍기를 권할 생각입니다. 민주노동당 후보가 없는 저쪽 전라도 시골인지라 지역구 후보는 가족의 판단에 맡기겠지만 정당투표만큼은 민주노동당을 찍어야 한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겠지요.

선거철만 다가오면 시장통에 나가서 '아지'를 할 때 언제나 귤이나 생선 머리로 조롱을 당하던 92년 백선본 선거운동원 시절, "야, 백기완 찍은 건 이 동네에서 너하고 나뿐인갑다. 얼른 집에 가자." 라며 온통 김대중 지지자 일색인 투표장에서 바삐 걸어나가던 어머니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치던 12년 전의 분노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날 이후, 정치적 포지션이 진보정당보다 항상 '왼편'이기를 바래왔고 기껏 투표 용지 하나로 우리 삶의 결정권을 의탁하는 대의제를 조롱하기 위해 나 자신을 채근해왔지만, 역시나 선거철만 되면 진보정당에 대한 그리움, 아옌덴 정권이 수립되던 날 밤의 그 붉은 칠레의 밤거리가 한국에서도 재현되어 기쁨으로 소리를 지르고픈 간절한 소망이 되살아나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보정당의 안착까지 저의 비판적 지지는 계속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래도, 이번엔 조금 다르더이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 바로 코앞에 와 있는 형국이며, 조금 더 지지를 얻으면 원내 교섭 단체도 가능한 시점입니다. 자못 흥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전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청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원하기를 바라며, 그곳에서 이 놈 저 놈 똑같은 판박이 보수정당 후보들에게 통쾌하게 호통치는 모습을 보기 바라며, 노동자, 농민, 서민의 삶을 대변하는 반듯반듯한 정책을 내놓으며, 선거 전에 약속한 대로 우리 동성애자의 인권을 간증하는 명쾌한 신앙고백이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제가 일하고 있는 딴따라 독립영화계 일꾼들이 '종사자 70%가 월 20만 수입도 없는' 그 예술가연한 가난의 지옥에서 공적 노동자로써 구원되기를 바라며 나의 섹스 취향과 내 애틋한 연애질이 이성애 올인 사회의 벽을 허무는 낫과 망치의 진리로 등극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바로 그런 희망의 그림이 가능한 정당이기에 전 민주노동당을 지지합니다.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사회의 진보를 흡혈해야 비로소 생존할 수 있었던 우리 동성애자의 저주를 풀어내야 할 아침이 다가온 듯합니다. 기쁨의 서광.  

나는 동성애자, 민주노동당을 지지합니다.

2004.4.13 이송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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