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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스틱소녀 2004-02-17 10:05:25
+1 808

개인적으로 저는 2월을 아주 싫어합니다.

돌이켜 보면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했던,
누군가에게 거절 당한 날들이 모두 2월에 몰려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맘쯤이 되면 무척이나
쓸쓸하고 우울해진답니다.

집에서 혼자 이런 저런 생각하다가
문득 책장에서 키리코 나나난의 '아픈 사랑'이라는
만화책을 오랫만에 집어 들었지요.

참 잔인한 만화책 같아요.

전 애인에게 청첩장이 날아오고,
그 때문에 흔들리는 남자.
곁에서 그 남자를 지켜보는 현재 애인의 이야기라던지

자신의 친구와 바람이 나버린 애인에게
씨익 웃으며 "다음부턴 나한테 말해도 돼!"
라며 말없이 보내주는 남자의 이야기라던지

원조교제에 탐닉하다가 이젠 사랑이 하고 싶다며
뚱보 아저씨의 지갑을 들고 도주하는 여자아이의 이야기 등등

신파가 넘치고 넘쳐서
철철 흐르다 못해 한강을 이루는 이야기들을
보고 있노라니 괜시리 지난 추억이 생각나서
눈시울이 붉어 지기도 하고 그러네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마음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어요.

상대를 믿는 마음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라 생각했던 제가
시대착오적이고 바보인거죠.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가끔 맘에도 없는 욕지거릴 해대가며,
제 자신을 달래지만..
맘 속 저 깊은 한가운데에서는
아직까지도 그 믿음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남아 있으니까요.

그 믿음은 바로 제 몫이기 때문인거죠.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거...
이젠 지칠 때도 됐는데..잘 안되네요.

계속적으로 누군가를 갈망하게 되고
그런 마음.

사람의 마음이 뜻대로 되진 않겠죠.

그래서 오늘도
잠들지 않는 마음을 부여잡고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푸념을 늘어 놓으며
있는거겠죠.

2월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멋진 남정네가 제 곁에 불쑥 찾아오던가.









모던보이 2004-02-17 오후 13:32

음... 난 이럴 때면 카프카의 단편이 떠올라.

약속 시간에 늦은 사람이 열라 바쁘게 뛰어서 약속 장소에 가고 있었지. 마침 맞은편에 경찰이 걸어오는 게 보였어. 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경찰에게 시간을 물어보려고 말을 걸었어.

"지금 몇 시죠?"

그런데 이 경찰이 물끄러미 그 사람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지.

"포기해."

아마도 카프카 소설 중 가장 짧은 것으로 생각되는 이 엽편 소설, 정말 멋있단 생각이 들어.

포기해. 남정네 안 와. ^^ 그래도 인기 많은 판타스틱소녀인지라 나중에, 나중에 할아버지가 찾아올지도 몰라. 희망을 가지셔.

외려 내게는 잔인하게 삶을 채근하는 3월이 더 혹독하여, 너의 두려운 2월이 더 오래갔으면 좋겠다. 웅성대는 자작나무의 계절, 2월이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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