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성소수자 인권정책이 사라졌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보다 후퇴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 규탄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에 성소수자의 인권이 실종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후퇴한 안이다. 법무부는 지난 8월 7일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18~2022년) 을 수립하여 공표했다. 그런데 그 계획안에는 2007년부터 시작된 제1차와 제2차, 심지어 박근혜 정부의 제 3차 초안에도 있었던 ‘성적 소수자의 인권’ 항목이 사라졌다. 정부의 종합적인 인권정책 대상 집단에서 성소수자 인권은 제외하고 비가시화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보다 후퇴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을 보며 깊은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국가 인권정책 방향을 국내외에 천명하는 것이다. 인권 증진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전제로 하는 범국가적인 인권정책 종합계획인 것이다. 5년의 주기마다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인권정책을 수립하는 만큼 그 과정과 내용에 국제인권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시민사회로부터 수렴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 한다. 그러나 무지개행동은 수차례 진행된 간담회에서 정부와 관련 부처들이 실행해야 할 차별 해소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의견을 전달했지만 거의 모두 묵과되고 제대로 된 피드백조차도 받지 못했다. 또한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국제 권고 내용들을 실었으면서도 그 권고들을 수용하여 마련한 정책은 거의 없다.
법무부는 국어사전에서 성소수자 관련 용어를 정비하거나 공무원 대상으로 교육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긍정적으로 홍보하려고 하는 듯 하지만, 그것은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피상적 대응에 그친다. 가령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시도율이 다른 청소년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현실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안에는 성소수자 배제적 교육환경에 대해서 아무 대안도 제시되고 있지 않다. 군형법상추행죄에 의해 무고한 성소수자 군인이 자신의 성적지향만을 이유로 범죄자가 되고 있어 사태가 심각함에도, 이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간담회를 통해서 성소수자 정책 과제가 별로 없어서 항목으로 따로 구성할 필요가 없다고 변명했던 바 있다. 성소수자 차별실태에 대해 정부가 무지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또한 법무부는 국가의 종합적인 인권정책 방향과 목표, 추진과제를 제시해야할 계획안에서 조차, 차별금지 내용 안에 “성소수자(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종교계 등의 이견이 큰 상황이므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 필요”하다고 기술했다(42쪽). 성소수자 정책 과제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며 또 다시 '나중에'를 주장하고 있을 뿐 아닌가.
이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권의 가치, 정교분리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대한민국헌법 정신에 어울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인권의 증진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의 취지와 본질에도 맞지 않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초기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제고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을 인권국가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는 촛불혁명과 박근혜 정권의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수립하게 될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기대감을 갖고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절차를 통해 성실하게 의견을 개진하여 왔다. 그러나 법무부가 이번에 발표한 안은 그동안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수년간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내용이며, 문재인 정부의 인권정책, 기본권 강화라는 정책 기조는 쇼에 불과하였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국가의 전체적인 인권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야할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에서 조차,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새긴 법무부는 인권옹호를 총괄하는 부처로서 자격이 없다.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보다 후퇴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에 분노한다. 반동성애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며 인권의 보편성을 도외시하고 국가의 인권옹호 의무를 저버린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2018. 8. 8.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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