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청와대, 성소수자 인권을 왜 한기연과 논의하나?
신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인권의식이 참으로 한심하다. 크리스찬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7월 27일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이 한국기독교연합회(이하 한기연)을 방문해 “동성애를 권장하거나 동성결혼을 합법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 용인되는 성소수자 인권 수준을 따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다시 성소수자 당사자들 없이 성소수자 인권정책을 논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는 일은 동성애를 권장하는 일이 아니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관련한 부당한 차별을 없애는 일이다. 최근 새롭게 취임한 이동원 대법관의 “동성애자는 군기강을 혼란케 한다”는 발언이나 “화장하고 성정체성 혼란을 겪는 자가 국방 개혁을 논할 수 없다”는 식의 김성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막말에서도 찾을 수 있듯, 부당한 성차별이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그런 차별을 없애고 민주 사회의 평등원리를 바로 세우자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기사에서 이용선 수석은 그런 기초적인 내용도 인식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그런 상태로 국제 사회 기준에 부합하려고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노력하고자 한다면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 없는 종교 단체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수석으로서 먼저 관련된 시민사회 단체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새롭게 취임한 관료들이 기독교단체를 내방하는 것이 관례가 된 것 같다. 문제는 내방 때마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성소수자 인권에 관해 문제적인 발언을 남겼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동성결혼을 시기상조라며 걱정하시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다독였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교계 인사들을 다독이면서도,양성평등이나 성평등 용어에 대한 교계의 질문에 모호하게 입장표명하여 마치 두 단어가 성소수자 인권을 배척하거나 배척하지 않는 기준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어 논란이 되었다. 그리고 이용선 수석이 또 다시 교계를 방문해 동성결혼 법제화시킬 생각이 전혀 없다며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방침을 해명했다. 국가 고위 관료가 종교단체의 눈치를 보며 쩔쩔매는 모습이 헌법의 정교분리 정신에 부합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인권수호를 위해 단호하게 나서지 못할망정 부끄러운 작태만 보이고 있다.
또한 동성결혼에 대한 청와대 인사들의 입장 또한 우려스럽다. 이미 25개국에서 동성혼이 법제화되었고 한국과 주로 교역을 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이에 해당한다. 한국은 전세계 OECD 국가 중에서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자체단체에서도 어떠한 동성커플의 승인 제도가 없는 몇 안 되는 국가다. 이웃 대만은 작년 사법원의 위헌 결정으로 민법 개정을 앞두고 있고. 일본에서는 도쿄 시부야 구, 세타카야 구를 포함한 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동성파트너십등록제도를 시행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향과 사회에 보내는 신호다. 작년 대만 차이잉원 대통령은 성소수자 당사자들을 대통령궁으로 초청해 대화를 나누며 법률적으로 혼인이 인정되지 않는 차별로 인한 고충과 어려움을 진지하게 들었다. 2018년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어느 정부도 “동성결혼은 없다”는 발언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는다. 진전의 속도는 느릴지언정 권리의 차별과 배제 상황을 적극적으로 정당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은 해당 기사의 내용에 관하여 즉시 해명하라. 아니면 최소한의 인권의식도 없는 시민사회수석이라는 오명이 남을 것이다. 또한 청와대는 이용선 수석 등을 통해서 뒤늦었더라도 차별 받는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더 이상 성소수자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논의하는 행태를 보이지 말라. 문재인 정부가 인권 문제에 있어 퇴행적이라는 비판이 영원한 오점으로 남도록 하지 않기 바란다.
2018. 8. 1.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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