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감염인 자조모임과 인권활동가로 구성된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에서 10월13일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염안섭 참고인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긴급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다소 긴 성명내용이지만 주위에 많이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긴 급 성 명]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 ‘에이즈환자 발생원인 및 관리대책’에 대한 긴급성명 1. 염안섭을 참고인으로 부른 것은 블랙코미디 질병관리본부는 장기요양이 필요한 에이즈환자가 점차 늘어나자 2010년부터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에이즈환자 입원병상을 72개로 늘리고, 에이즈환자 전담인력(코디네이터, 상담간호사, 간병인)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였다. 그러나 2013년 12월 질병관리본부는 ‘간병인 성추행, 환자 사망 등 민원 제기되고, 사업평가결과 미흡하여 위탁중지’하였다. 에이즈 환자의 요양과 치료에서 심각한 위해를 발생시킨 수동연세요양병원장 염안섭을 ‘에이즈환자 발생원인 및 관리대책’에 대한 참고인으로 부른 것은 어불성설이다. 염안섭은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재무이사이자 에이즈TF팀장이다. 2015년 12월 복지부가 HIV감염인이 요양병원 입원 제한대상에 해당되지 않도록 의료법 시행규칙 36조를 개정·공포하자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수동연세요양병원장 염안섭을 팀장으로 하는 ‘에이즈TF’를 구성하여 대응에 나섰다. ‘에이즈 감염인 요양병원 입원 강행 반대 포스터’를 배포, 부착하고, 의료법 시행규칙의 재개정을 촉구하였다. 그 결과 아직도 에이즈환자가 안심하고 갈 수 있는 요양병원이 단 하나도 없다. 에이즈환자에 대한 요양서비스 제공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는 자를 참고인으로 부른 것은 국정감사 파행을 예고한 것이었다. 10월 9일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UN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가 대한민국을 심의한 후 발표한 최종 권고문(concluding observations)에서 “위원회는 HIV감염인에게 의료 행위를 거부하는 의료 인력들에 대한 보고에 우려한다 (제12조). 위원회는 HIV감염인이 의료에 차별없이 접근하고 치료를 받음으로써 건강권을 향유하도록 보장할 것을 당사국에 촉구한다.”고 하였다. 바로 나흘 뒤인 10월 13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HIV감염인을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막은 자가 ‘에이즈환자 발생원인 및 관리대책’에 대한 참고인으로 나온 것은 블랙코미디다. 더욱이 HIV감염인과 에이즈환자를 구별조차 못하는 자가 “에이즈 전문 의사”를 자처하며 환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에이즈혐오와 동성애 혐오 선동에 이용했다. 염안섭은 에이즈환자의 상태를 “뇌세포를 갉아먹고 식물인간까지 되고 동성애로 인하여 항문이 터지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HIV확진받은 10대의 미래인양 말했다.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입원했던 에이즈환자들 혹은 요양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있는 에이즈환자들은 노인성질환자에 비해 연령대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잘 걷지 못하거나 와상상태에 있기도 하고 눈이 안보이거나 사람을 못 알아보는 환자도 있다. 이들은 진단을 늦게 받아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거나, 진단을 받았더라도 낙인과 빈곤 등으로 인해 치료받을 환경에 있지 못하여 면역력이 저하되어 여러 기회질환에 걸린 에이즈환자다. 염안섭은 왜 이들이 이른 나이에 많이 아픈지는 모른 채 환자들의 고통을 이용하여 에이즈를 공포스럽고 혐오스럽게 이미지화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염안섭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동성애로 HIV에 감염된 이들에게 무상치료를 하는 것은 문제이고, 정부정책이 에이즈복지에 치우쳐있어 에이즈예방에 무게를 실어야하며, HIV익명검사가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든다’고 하였다. 이들이 쏟아내는 말에 어느 국회의원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HIV감염인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실상을 보여준 것이다. HIV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없다할지라도 건강보험제도의 운영원리를 뒤흔드는 발언과 동성애 혐오발언에 대해서조차 왜 문제제기하지 않았는가? 2. UNAIDS.WHO “치료가 HIV예방의 핵심(Treatment as prevention)” 2013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이전과는 다른 HIV예방가이드라인을 발표함으로써 HIV예방에 있어 전환점이 된 해이다. 2011년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수행한 연구(HPTN 052) 결과발표를 비롯하여 HIV감염인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비감염인 파트너에게 거의 전파시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었다. 유엔에이즈(UNAIDS)는 이 연구결과가 나오자마자 보도자료(2011.5.12)를 통해 “이 돌파구는 중대한 전환점이고 앞으로 예방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HIV치료는 새로운 우선적 예방조치다”라고 발표하여 향후 에이즈예방전략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 후 2013년 세계보건기구는 ‘HIV예방과 치료를 위한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의 사용에 대한 통합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항레트로바이러스제가 HIV예방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한다고 보고 ‘예방으로써의 치료(Treatment as prevention)’를 강조하였다. 즉 치료 목적뿐만 아니라 예방 목적을 위해 면역수치(CD4+T세포수)가 350이상인 HIV감염인에게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는 HIV감염인의 치료 목적으로 면역수치(CD4+T세포수)가 350미만일 경우에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2015년 WHO 가이드라인은 면역수치(CD4+T세포수)와 상관없이 모든 HIV감염인에게 즉각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유엔에이즈(UNAIDS)는 2016년에 “에이즈종식을 위한 90-90-90 치료 목표”를 설정하였다. 2020년까지 HIV에 감염된 사람의 90%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도록 진단하고, 이 중 90% 이상을 치료받도록 하며, 치료 환자의 90% 이상이 바이러스 미검출 상태에 이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즉 HIV검사를 원활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해야만 에이즈종식을 이룰 수 있다. 염안섭은 “에이즈 복지정책에 치우쳐져있고 에이즈 예방정책은 전무하다”고 탓하는데, 이 언사자체가 그가 ‘에이즈 전문 의사’가 아니라 HIV관련 의학에 너무 무지하며, 에이즈예방에 해악이 되는 비과학적이고 위험한 발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는 HIV감염인의 생명을 연장할 뿐만 아니라 HIV예방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염안섭의 발상처럼 치료와 에이즈예방이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HIV감염인이 치료를 잘 받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필수적인 HIV예방정책이다. 또 그는 익명검사를 하면 “에이즈 환자라는 것은 국가도 모르고 보건소 직원도 모르니까” HIV감염인이 “창녀촌”을 돌아다니면서 “에이즈 테러"를 일으키고 있다고 하였다. HIV검사의 목적이 HIV감염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국가에서 감시하는 것이라고 보는 염안섭의 언사는 매우 문제가 있다. 다시 강조한다. HIV검사를 원활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해야만 에이즈종식을 이룰 수 있다. HIV감염인을 진단할 시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HIV유행의 추이를 파악하기 위함이지 HIV감염인을 감시할 목적이어서는 안된다. 3. “귀족환자”, “ 세금폭탄” 운운하는 것은 건강보험제도를 부정하는 것 염안섭은 “에이즈약값이 한 달에 600만원”이라고 하고, 윤종필 의원은 “2016년에 에이즈환자 치료에 쓰인 국민 세금이 1000억 원 이상”이라고 했다. 제발 사실에 근거해서 말하라. 많이 사용되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는 1인당 한 달에 약 80만원, 1년이면 약 1000만원이다. 2016년에 진료비 총액 921억 원에다 세금(정부, 지자체)으로 지원된 본인부담금(10%)과 간병지원금을 합쳐 국민세금 1000억 원이 넘게 쓰였다고 했는데, 진료비 921억 원은 세금으로 지원된 본인부담금(10%)이 포함된 금액이고 나머지가 건강보험료로 지급된 것이다. 2011~2015년에 본인부담금 지원에 사용된 세금(정부, 지자체)은 40~50억 원 가량이었고 해마다 부족했다. 또 염안섭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1일 10만 원 이상이 되는 고가의 간병비용도 전액 국민세금으로 다 부담”한다며 “과도한 에이즈복지” 운운하는데, 실제 간병지원금은 4억 원이 안 된다. 2016년 진료비 총액이 921억 원, 1인당 연간진료비는 1100만원이 들었다. 진료비가 많이 든 가장 큰 이유는 약값 때문이다. HIV감염인의 의료이용 연구(질병관리본부. 2015)에 따르면 2009~2013년 외래진료 비용의 90%가량, 입원진료 비용의 60%가량이 약가이고, 약가의 90%가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약가이다. HIV감염인의 진료에서 항레트로바이러스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진료비가 너무 많은 것이 걱정되면 “귀족환자” 탓 말고 복지부와 제약회사에 왜 약값이 비싼지를 물어라. 고가의 약을 사용한다고, 진료비가 많이 든다고 환자 탓을 하는 것은 건강보험제도의 운영원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질병에 따라 수십만 원에서, 희귀질환의 경우에는 일 년에만 수억 원이 들어가기도 한다. 또 개인적 수준에서 어떤 질병에 걸릴지 예측 불가능하지만 사회적 수준에서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질병에 대해 개인적인 대비는 무척 어렵지만 사회적 수준에서 대비를 한다면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보험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개인의 질병 위험을 사회 전체로 분산시켜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공적 시스템이고, 사회보험의 주요 가치는 사회연대의식이다. 즉 상호의존적 방법을 통해 사회계층간의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다. 수동연세요양병원의 주요 환자는 암환자인데, 본인부담금은 암환자 산정특례를 적용하여 5%이다. 항암제가 고가이고 다른 환자보다 본인부담금을 낮추었다고 암환자를 “귀족환자” 운운할 수 있는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는 ‘감염병환자등의 진료 및 보호’를 국가 및 지자체의 책무로 규정하고, 제6조(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국가 및 지자체가 국민이 감염병에 대한 진단 및 치료를 받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다. 메르스, 결핵이나 한센병 진단과 치료를 국가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듯이 HIV진단과 치료비용을 국가에서 제공하는 것은 감염병 관리에 대한 국가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HIV진단비용과 치료비용 일부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4. 질병에 부정적 가치를 부여하고 등급을 매기는 것은 낙인이다 염안섭과 성일종 의원은 성매매, 성폭력, 상호동의에 의한 섹스를 구분하지 않고, 10대들의 만남과 섹스가 모두 성매매에 연루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 10대 청소년의 HIV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일종 의원처럼 “콘돔 그런 얘기하면 안 된다”거나 특정 성정체성에 오명을 씌울 것이 아니라 성평등과 인권에 기반한 성교육을 해야 한다. 10대들의 만남과 섹스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금기시하는 주장은 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박탈하고, 성병 및 에이즈 예방에 해악이 되며, 도리어 성매매나 성폭력에 취약하게 만든다. 더불어 사회적 배제와 주변화, 범죄화, 오명, 성폭력 및 성차별 등은 모든 감염병의 장벽이므로 환경의 변화를 촉구한다. 염안섭과 성일종 의원은 “에이즈는 아주 위험하고 끔찍한 질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에 걸린다고 귀결한다. 즉 이들에 따르면 “끔찍한 에이즈”를 유발하는 “동성애”는 나쁜 것이 된다. 질병 자체에는 가치와 등급이 없다. 편견과 공포로 인해 어떤 질병은 “죄값”이 되고 낙인이 된다. ‘에이즈는 무서운 병이다, 치매는 무서운 병이다’는 식으로 부정적 가치를 부여하고 질병에 등급을 매기는 것은 낙인이다. 질병이 낙인이 되면 그 질병에 걸린 사람도 낙인을 얻게 된다. 염안섭과 성일종 의원은 에이즈 낙인을 강화시켜서 HIV에 감염된 이들을 범죄자, 비인간 취급하며 존엄을 훼손하고 있다. 모욕과 공포에 기반한 감염병 예방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엔에이즈 등 국제사회에서 강조해왔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HIV감염인의 존재나 동성애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혐오와 편견이다.
친구사이에 의해 게시 됨 2017-10-17T09:24:03+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