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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어떤 사내아이가 여성스럽다고 놀림받을 때, 그 때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사람이면 누구나 놀림받는 것을 싫어한다. 놀림받지 않으려면 여성스럽기를 그만두면 될 텐데. 어떻게 하면 여성스럽지 않게 될 수 있을까. 또래보다 살짝 높은 목소리 톤을 낮추면 되나. 아니면 컵을 들 때 살포시 올라가는 새끼손가락을 붙잡아두면 되나. 혹은 무언가에 놀랐을 때 나도 모르게 터지는 '어머나'란 감탄사를 다른 말로 바꾸면 될까. 단속해야 할 몸가짐의 수는 금세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보다 더 나쁜 것은, 그런 여성스러움들은 내가 아무리 의식하고 막아본다 한들 미처 통제하지 못한 순간순간마다 불쑥 튀어나온다는 데 있다. 사람이 어떻게 자기가 보여지는 모습 전부를 통제할 수 있을까. 사내아이는 훗날 기억하지 못할 낙담과 실의에 빠진다. 어느날 그 사내아이는 꿈을 꾸었는데, 빨간 땡땡이 무늬의 원피스를 입은 채 시내 한복판에 덩그러니 방치되는 꿈이었다. 그는 자신의 차림을 알아차리곤 골목 안에 숨었다가, 혹여나 나를 알아보는 이가 있을까 두려워 재빨리 골목에서 골목으로 몸을 숨기며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집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어, 채 몇 블록을 넘기도 전에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다. 잠에서 깬 아이는 제 안에 아직 채 들키지 않은 여성스러움을 움켜쥐고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친구사이 #친구사이소식지_81호 #칼럼 #은둔사이의_터울 #여성스럼움의_낙인 ▶ 자세히 보기: https://goo.gl/WEFYlD ▶ 여러분의 '좋아요'와 '공유하기'는 친구사이의 힘이 됩니다.

친구사이에 의해 게시 됨 2017-03-27T08:28:4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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