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스케치 #1]
2016 성소수자를 위한 HIV/AIDS 바로 알기+감염인과의 대화 후기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이자,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아서 친구사이에서 마련한 간담회가 지난 6일에 있었습니다.
교육은 무겁거나 딱딱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에이즈를 두려워하고 걸리면 죽는 병이라고 인식하는 차별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더 이상 에이즈는 죽음의 병도 아니고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니 말입니다.
요즘 성소수자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는 것이 있죠. PrEP입니다.
PrEP(pre-exposure prophylaxis)는 '노출 전 예방요법'으로 HIV 감염인과 접촉해도 노출 전 약물요법을 시행하면 감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약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과연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입니다. 처방이 필요한 약이고 가격도 만만치 않으며 청소년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지고 보험적용여부도 논의가 필요한 이 약이 과연 예방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겠는가에 대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5번 정도는 먹어줘야 하고 거의 하루에 한 알씩은 복용해야 어느정도 확실한 예방이 가능한데 이 약은 한 달치(30알?) 정도에 4~50만원 정도라는 말을 들었는데, 내 벌이로는 차라리 섹스를 안하고 맛있는걸 사먹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한편 청소년들의 감염율이 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는 곳이 많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콘돔 또한 청소년 성소수자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인들은 보호받고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질까요?
우리나라에서 HIV감염인이 보고되기 시작한지 30년. 하지만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HIV감염인이 건강하게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험합니다. 치료 잘 받으라고 격려 받아야할 환자가 비난과 냉대 속에서 설자리를 잃는 게 HIV감염인의 현실입니다.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법 19조)는 마치 감염인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함과 동시에 그들의 인권과 자유를 박탈하고 상대방의 감염여부와 상관없이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성적자기결정권과 전파매개행위금지. 국가는 이러한 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법을 가지고 감염인의 관계를 법적인 문제로 막고 있습니다.
현재도 진행형인 진료거부 행태에서 나타나는 혐오와 차별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 수술 의자를 랩으로 씌우고 일회용 집기를 사용
- 감염자의 병력사항을 당사자 앞에서 타인에게 알리는 등
- 치과치료, 손가락 상처 수술, 이비인후과, 대상포진 치료거부 입원 시 차별 진료
의학적으로 에이즈 환자는 그 자체만으로는 격리병실로 분리될 이유가 없으며, 통상적인 예방과 주의로도 진료를 받거나 입원, 수술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과정에서 차별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예방과 피해자의 구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수립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HIV감염인에게 요양서비스가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질병관리본부가 요양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전국에 1,300여 개의 요양병원이 있지만 에이즈 환자들이 갈 수 있는 요양병원은 하나도 없습니다. 에이즈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와 낙인 때문입니다.
UNAIDS는 2011 - 2015 전략으로 “제로 달성하기“를 내세웠습니다.
1. 에이즈 예방정책 개혁
2. 치료, 보호, 지원의 새로운 장
3. 에이즈 예방을 위해서 인권과 성평등을 증진
그리고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하여 90-90-90% 이상의 목표를 가지고 2030년까지 에이즈를 종식시키자는 슬로건을 지정하였습니다.
첫째, HIV 감염자의 90%가 검사를 통해서 자신의 감염 사실을 인지하게 하자!
둘째, 감염사실을 인지한 감염인의 90%가 치료를 받게 하자!
셋째, 치료를 받은 감염인의 90%가 치료에 효과가 있도록 하자!
KNP+는 한국 HIV/AIDS 감염인 연합회입니다.
UNAIDS낙인지표 조사를 진행하고, 진료차별 초기 감염인 디딤돌을 구축, HIV와 법정장애타당성 인권증진 실태조사, 상담 및 모임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줄줄이 적은 것은 이렇듯 단체와 기관에서 성소수자와 감염인의 질병과 인권에 대해서 사회적 변화를 요하는 반면, 우리는 과연 커뮤니티 내에서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없는가를 묻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에이즈에 무관심했었습니다. 가끔 종로에 나오다보면 ISHAP에서 검진이나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참여자에게 콘돔과 젤, 보조배터리 등의 상품을 주는데요. 처음엔 나와는 크게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목적은 초대형 젤. 나 역시 이러다보니 커뮤니티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가 더욱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교육과 행사를 진행하는데 참여율이 적은 이유와 검진율이 적은 이유는 뭘까 생각했습니다. 어떤 이는 “나하고는 상관없어! 난 아무나하고 안 해! 난 찜방 안 다녀!” 이러한 말을 하는데 마치 감염인은 문란해서 걸렸다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우리 안에서의 차별과 혐오인 것입니다.
교육을 들으며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친구사이 회원들이 적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에이즈는 우리와 뗄 수 없는 것이고 그만큼 에이즈와 감염인은 우리의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말이죠. 혹시 이제는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공포는 무지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30년 전에 있고 30년이 지난 지금을 모르고 있습니다. 아직도 죽을 병, 문란해서 생기는 병으로 생각하는 무지에서 차별과 혐오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우리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나타나지 않는가, 우리는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고 있지는 않은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고, 우리는 죄인이 아니고 범죄자도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가 고개 숙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고 앞으로 이러한 교육과 참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친구사이 정회원 / 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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