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우리 성소수자는 더욱 더 존재를 드러내 사랑과 평등을 외칠 것이다.
2016년 8월 10일 국민일보 1면 헤드라인을 보라.
죽음 앞둔 국내 첫 트랜스젠더... 김유복씨의 증언
“동성애는 사랑이 아닙니다. 혼자 늙고 결국엔 비참해집니다”
이 기사는 MTF 트랜스젠더 (male to female, 출생 시 성별이 남성으로 지정되었으나 여성의 성별정체성을 가진 사람) 김유복씨의 중환자실 입원 중 이요나 목사가 병문안 간 이야기를 자신의 SNS를 통해 전한 것이 주요 요지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주요하게 인용한 멘트는 김씨가 2015년 간증했다는 글, 그리고 김씨와 깊은 인연이 있으면서 이태원에서 40년 넘도록 게이 클럽을 운영하며 동성애자로 살다가 일본에서 신학공부 뒤 일명 ‘탈(脫)동성애’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요나 목사가 김씨와 함께 출연하여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영상 속 발언들이다. 이요나 목사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홍보한 수준의 이 글이 국내 주요 일간지, 1200만 기독교 신자를 대변한다는 국민일보 1면 머리기사로 등장한 것이다.
국민일보가 이 기사를 1면 톱으로 다룬 의도는 무엇일까? 기사의 헤드라인,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동성애에 대한 혐오조장, 차별선동임에 틀림없다. 기자가 직접 현장을 취재한 내용도 아닌 한 목사의 개인 블로그 또는 영상에 올린 발언, 해당 목사가 제공한 사진을 올린 기사를 인용하는 수준의 기사에 대해 국민일보의 직접적인 의견이나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1면 톱으로 걸었다는 것은 국민일보가 갖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언론사의 책임은 망각한 채 저급하고 비열한 태도로 드러낸 것이다.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에 대한 정확한 구분도 하지 못하고, 수술 후유증에서 비롯된 하반신 장애와 그 이후 홀로 살아가는 한 독거노인의 삶의 이야기가 동성애 때문으로 귀결 짓는 논리는 이 기사가 일간지의 기사인지 믿기 힘들 정도다. 한 사람의 고유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이요나 목사가 듣고자하는 멘트만을 뽑아 작성한 글과 영상물을 비판적 관점 없이 그대로 보도한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국민일보의 행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국민일보는 지난 7월 5일 이후 남성동성애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데이팅 어플리케이션, 포털 사이트 등의 게시물과 사진들을 자극적으로 노출하여 한국사회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나타난 양 떠들며 남성 동성애자들의 데이팅 문화를 동성애 혐오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쏟아냈다.
국민일보가 이러한 기사를 통해 노리는 속셈은 막연한 동성애 혐오와 편견의 고착화다. 동성애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동성애 치유해야 한다는 일부 탈(脫)동성애 세력들의 논리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동성애 전환치료는 한 인간의 고유한 정체성을 자기 스스로 부정하게 만드는 정신적 폭력행위다. 국민일보는 이러한 폭력적 동성애 전환치료 관련 세력들의 홍보 매체임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일보의 그간의 행태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활동의 위축을 노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6만명이 몰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고 평가되는 17회 서울퀴어문화축제와 변화의 바람을 물고 오는 7회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보자. 6월 미국 올란도 참사에 분노하며 열린 추모의 현장에서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시민들의 참여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더 이상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존재를 부정하는 반인권적 기사들에 휘둘리지 않는다. 성소수자의 존재가 가시화 되면서, 소수자로서의 인권의 문제가 드러나고, 평등과 자유의 가치를 함께 하기 위해 한국의 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 성소수자들은 더 이상 숨어서 입 다물고 있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대중가요의 가사를 인용하고 싶다. 말도 안 되는 말 제발 그만 좀 하길 바란다. 끝났단 걸 왜 모르는가! 우리 성소수자는 더욱 강력하게 존재를 드러내어 말할 것이다. 사랑과 평등을 외칠 것이다.
2016년 8월 11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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