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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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병사가 경험한 끔찍한 인권침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다.

 

 

 

 

한 동성애자 병사가 경험한 인권침해 사건이 1년 넘게 표류하다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사자의 용기와 함께 군 생활을 함께 한 주변 동료 병사들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성애자라는 성정체성 때문에 군대에서 온갖 모욕적인 말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혼자 감당해야 했을 그 시간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모두 치유되진 않겠지만, 오늘 우리의 행동은 문제를 덮어두지 않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이고 다시는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당사자의 마음에 힘을 싣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동성애자라는 성정체성을 인정하고 누구보다 군 생활을 잘 하고 싶었던 A 병사는 전역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군형법상 ‘추행’죄로 기소를 당했다. 평소 친하게 지낸 선임병과의 성 접촉이 군 부대에 알려지게 되면서 “동성애자는 성폭력 가해자”라는 꼬리표를 전역하는 그 순간까지 달고 있어야 했다. 낙인의 형벌은 지나치게 가혹했고 혼자 짊어지기에 너무 버거운 무게였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는지 일방적인 추행이었는지 지금도 불분명하다. 이 사건을 선임병의 진술만 인정하며 합의에 의한 성적관계를 처벌하고 있는 군형법 제92조의6 조항으로 기소유예 처분한 것을 보면 군대가 얼마나 편파적이고 일방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조항은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자유권위원회에서 폐지를 권고받은 대표적인 악법이지 않은가. 동성애자라는 존재가 낙인이 되어 군형법상 ‘추행’죄를 무리하게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사건 조사과정을 보면 더 심각하다. 해당 병사를 성추행 가해자로 몰아세웠고 “남자랑 섹스를 해보았는지” “게이클럽에는 가 보았는지”와 같은 질문으로 수치심과 모멸감이 들게 하였다. 주변 동료들 조사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 병사와 잤는지” “A 병사가 성추행을 자주하지 않았는지” 와 같은 질문을 하며 사건발생의 원인을 A 병사의 성정체성으로 돌리려 했다. 사건조사가 종료 된 이후에는 이 사건을 외부에 발설할 것인지 묻기도 하는 등 수사과정의 문제점을 은폐하려는 시도 또한 우리를 경악케 했다. 정말이지 군대가 동성애자 병사를 바라보는 인식수준이 얼마나 저열한 지, 차별을 어떻게 정당화하는지 날 것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여기는 끝나지 않았다. 인권침해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일을 A 병사는 홀로 감당해야 했다. 다른 병사들과 말을 할 수 없게 강제입실 조치가 취해졌다. 그야말로 격리를 목적으로 한 위장입실이었다. 부대 안 외딴 섬처럼 의무대에서 5개월 동안 보내야 했다. 외출 외박 휴가가 제한되었고, 전화조차 거의 사용할 수 없었다. 환자복을 입고 급식실에 가야할 때는 그야말로 고통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정신과 외래 진료를 받을 만큼 불안과 우울 증세가 심해졌지만 인권침해 행위를 지시한 지휘관들은 A병사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다른 병사들에게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하고 말도 걸지 못하도록 지시하였다고 한다. 심지어 해당 병사와 어울리면 성추행당한다고 소문이 나는 등 우리 귀를 의심케 하는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졌다.

 

 

이 모든 행위는 「부대관리훈령」의 동성애자 병사의 복무규정을 위반한 것으로서 해당 부대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군 지휘관의 무능함뿐만 아니라 군대에 만연한 동성애 혐오 와 차별이 한 동성애자 병사의 삶을 어떻게 망쳐놓는지 보여주고 있다. A 병사는 전역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억울한 감정을 치유하지 못한 채 악몽같은 그 때 그 시간에 머물러 있다. 군 생활을 잘 해보겠다는 다짐은 무능한 대응과 인권침해 행위마저 정당화하려는 군 지휘관들의 모습 속에 무참히 짓밟혔다.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A 병사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소될 수 있겠는가. 오늘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이 사건이 개인의 정체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하는 군부대의 무지와 무능함에 경종을 울리려 한다. 또한 국방부가 적극 나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사건 당사자가 경험했을 끔찍한 악몽을 깨우기 위해 군대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사건은 한 명의 동성애자가 경험한 억울한 사연이 아니라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의 현주소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요구한다. 진실규명을 위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

 

 

진실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6년 4월25일

 

 

             공익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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