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책읽당 5주년 문집발간회+낭독회 '컷'
책.읽.당은 올해 5주년을 맞이하는 친구사이의 소모임 중 하나이다. 격주로 모임을 가지며, 하나의 책을 선정해 서로의 감상평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닌 나 역시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여한 것을 보면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어도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와는 다르게 찬바람이 거세게 불던 작년 이맘 즈음 본인은 책읽당의 낭독회 '북돋움' 에 참석했고 그때 소수자로서의 각자의 속 깊은 이야기에 온기를 느껴, 참여하기 시작했다. 어느 덧 1년, 독자가 아닌 저자로서 이번 책읽당 두 번째 문집 <컷>에 글을 싣게 되었고, 문집에 처음 참여하는 신입으로서 문집 준비부터 발간, 낭독회까지의 여정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7월
우선 문집의 시작을 알리는 편집팀이 꾸려졌다. 각자의 일이 있고, 바쁜 일정 속에서 선뜻 나서준 이욜, 크리스, 소피아, 라떼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8월
드디어 초벌논의를 위해 뭉친 책읽당. 이 날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과적으로 글의 주제는 작년 방식을 따라 자유글로 정했고, 앞으로의 진행일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에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모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으며,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시간이었다.
이제 문집의 기본적인 틀은 잡혔으니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 남아있었고, 나 역시 지나간 기억을 떠올리며 문집 글을 정신없이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던 것 같다. 특히 이번 문집에는 기존의 당원들도 있지만 대부분 올해 처음 참여하는 신입당원들이 많아 기대와 설렘이 크지 않았나 싶다.
10월
이제는 각자의 글을 읽어보고, 수정하는 작업으로 들어갔는데 이때, 모두의 글을 읽어보니 다시금 작년의 따듯한 온기가 느껴져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로를 좀 더 알아가는 자리가 되어 지쳤던 마음이 다시 끌어오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소셜펀치와 후원을 위해 정신없이 움직인 운영자 라떼와 책읽당 사람들. 초반에 후원과 홍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모두가 걱정을 했지만 초과달성이라는 기쁜 소식에 부담 없이 준비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글을 통해 후원과 책읽당을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11월
날이 한층 더 쌀쌀해진 11월. 문집발표+낭독회까지 20일 정도 남겨둔 상황이다. 이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문집 인쇄와 리허설, 행사준비. 솔직한 마음으로 이때는 글도 다 나왔고 맘 편히 기다리면 되리란 오만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문제들이 생겨났다. 문집 인쇄물 중 일부 페이지가 잘못 인쇄되어 전 권을 확인했고, 행사 준비에 대한 서로의 의견들이 충돌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낭독회 하루 전. 리허설을 위해 다시 모인 우리들.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리허설이 진행됐다. 순서대로 시작 인사와 작가들의 낭독이 바로 이어졌고, 각자 준비한 음악을 틀고 낭독이 시작되자, 시끌했던 분위기도 차츰 조용해졌고,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낭독이 진행되고 그 속에서 울고, 웃고, 아파하고. 그들이 어느 한 순간을 기억했는지, 지금 이 순간을 기억했는지는 모르지만. 모두가 행복한 모습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11월 21일 토요일
눈을 떠 창문을 열었다. 날씨 OK. 몸 상태 OK. 무엇하나 걸리는 부분이 없다. 샤워를 하고 꽃단장을 하고 밖을 나선다.
오후 3시, 친구사이 사무실에 도착 후 미리 준비한 짐들을 챙겨 낭독회 장소인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 ‘여기’>로 향했다. 하나둘씩 당원들이 모였고, 총재의 지시에 따라 각자의 임무를 배정받거나 자발적으로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저녁식사도 잊은 채 준비가 끝나갈 즈음 멀리서 수줍은 미소를 보이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그렇게, 따듯한 미소를 머금고 모여든 사람들 앞에서 우리의 낭독회가 시작됐다.
시작을 알리는 책읽당 소개영상이 나오자, 언제 시작하는지 멍하니 기다리던 사람들이 점차 환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영상 덕분인지 금세 긴장감은 사라지고, 뒤이어 책읽당의 명MC 고래밥의 소개로 낭독회가 시작되었다. 진행대로 신입회원이자 문집에 참여한 이욜, 모쿠슈라, 카노, 공익, 나영 5명이 무대로 올라와 낭독을 시작했고, 곧이어 북토크가 시작됐다. 사회자 라떼의 질문들이 5명에게 쏟아졌고, 작품에 대한 설명과 재치있는 질문에 재치있게 답하는 책읽당! 그리고 마지막 공통질문! “과거 혹은 미래의 어느 날 중에, 사진 한 컷으로 기록된다면 자신이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가?”에 대한 각자의 답변이 나왔고, 그 중 나영이 말한 “지금 이 순간이요!”라는 답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이내 눈물이 터져 나온 나영에게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그렇게 북토크는 마무리되고 이어서 자유낭독에 루빈카, 옥란, 크리스, 제이미, 단팥빵, 태엽, 황이의 낭독이 이어졌고 문집 낭독과는 다른 진지함 속에 낭독이 끝이 났다.
마지막 순서인 초청가수 복태와 한군. 부부밴드라는 소개에 아쉬움 가득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중간 중간 한군만 바라본다며 귀엽게 질투하는 복태님. 하지만 그녀가 부른 곡 <토끼야 토끼야>, <마음>은 따스한 목소리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고, 한군님의 ‘브로크백 마운틴’ OST <The Maker Makes> 노래가 시작됐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 집중했지만 더 격렬하게 집중했던 순간이다. 기타연주와 함께 그의 노래가 끝이 나자 많은 남성들이 환호했고, 중간에 두 분의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주었다.
낭독회답게 <여섯>이라는 책도 소개해 주셨는데 게이 여섯 명과 그들이 커밍아웃한 이성애자 친구 여섯 명에 대한 이야기라 한다. 다들 한번 읽어보심이 어떨지 추천해 본다. 이렇게 책이 있고 음악이 있는 책읽당의 낭독회가 끝이 났다. 책이 있고, 음악이 있고, 사람이 있는 이곳에 내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찾아와주신 모든 분들과 낭독회를 빛내준 복태와 한군. 그리고 도움주신 모든 분들. 마지막으로 책읽당 당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책읽당 당원, 친구사이 회원 / 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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