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날씨에 짜증이 묻어나고 육수가 절로 뽑히는 요즘, 이름만 들어도 답답한 현실에 숨이 탁 막히는 단어가 있습니다. 힌트를 몇 개 드릴 테니 맞춰보세요.
1) 우리나라 전체 이 세대 인구 중 4분의 1이 서울에 산다고 해요.
2) 이 세대를 두고 3포(연애, 결혼, 출산 기피) 세대를 넘어 이제는 15포 세대라는 웃픈 이야기까지 들리죠.
3) 얼마 전 청와대의 그 분도 이 세대의 실업률에 급관심을 보여 휴가 후 열린 대국민담화에서 이 단어를 14번이나 언급했다는데요.
이제 아시겠죠? 바로 ‘청년’입니다.
말 그대로 푸른 뜻을 안고 꿈을 펼쳐야 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며, 오늘을 사는 우리 청년들은 요즘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 걸까요. 아니, 그들이 (의도치 않게 안 좋은 이슈로) 화두에 오른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요. 그런데 웬 갑자기 청년 얘기냐구요? 바로 올해, 친구사이에서 활약 중인 청년혁신활동가 두 분을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3월 16일부터 서울청년혁신일자리 사업인 성소수자자살예방프로젝트 ‘마음연결’을 위해 열심히 땀 흘리는 그들을 밀착 취재했거든요. 그들이 제 애인이거나 식이면 몰라도 각자 생활이 있는 만큼, 하루 종일 취재한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많이 접하면서 활동상을 적는 점, 이해해주시구요.^^
#1. 7월 18일 17:00~19:00, 서울혁신파크(9월 ‘청년청’ 오픈)
기사를 쓰기로 하고 처음 혁신활동가 취재거리를 알아보다가 옳거니, 하고 찾아간 곳은 서울청년주간(7. 13~19) 행사 중 하나로 열린 ‘혁신활동가 오픈테이블’이에요. 그동안 청년혁신활동가로 일한, 일하고 있는, 또는 연이 닿아 활동 종료 후 같은 곳에 취직된 청년들이 혁신활동가로서 바라보고 느낀 감정들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자리에 진석님이 2015년 활동가를 대표하여 참석해 존재를 빛냈죠. 초대된 네 명의 혁신활동가들은 혁신일자리사업의 주체인 참가청년, 현장, 서울시 및 청년허브 간의 관계에 대한 생각도 꺼내놓고, 자신은 어디에 소속되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일하는지도 서로 돌아보면서 마음을 나눴습니다.
비록 다음 일정이 있어 끝까지 참관하지는 못했지만, 혁신활동가들 또한 엄연한 한 조직의 상근자로서 그 활동반경은 비단 일하는 사업장뿐만 아니라 청년허브, 서울시, 나아가 청년의 손길이 닿는 전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혁신활동가 본인의 마음가짐에 따라, 또한 혁신활동가를 바라보는 단체의 입장이나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얻는 게 다양하겠지만 말이죠. “친구사이에서 활동하는 건 어때요?”라는 질문에 진석님은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기존에는 적당히 후원하면서 띄엄띄엄 활동했는데, 이제는 회원들과도 자주 만나고 활동하면서 편하게 배우며 잘 지내고 있어요.”
#2. 7월 29일 19:00~, 친구사이 사무실+@
오늘은 혁신활동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마음연결팀 전체회의가 있는 날. 하나둘씩 팀원들이 모여듭니다. 작년부터 시작한 마음연결 사업은 올해 상담팀과 교육/홍보/캠페인 팀으로 구분해 진행되고 있는데요. 진석님은 상담팀, 기로님은 교육/홍보/캠페인 팀을 주로 맡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명함 500장이랑 리플렛 1,000부를 찍었는데, 이렇게 빨리 소진될지 몰랐어요.”라는 기로님의 말에 마음연결팀장인 재경님은 “2차 배포는 전국적으로 할 건데, 그러면 1,000부 정도는 더 뽑아야 한다.”며 열정을 불태웁니다.
매주 월요일 오후에는 마음연결팀장 및 상근자 회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무실을 다시 찾았습니다. 재경 팀장님의 업무 점검과 함께 각 업소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의견과 보듣말 교육 계획, SNS 홍보 및 홈페이지 구축 검토, 상담 진행건 관리 등 상담/홍보 관련 팀원들 간 다양한 논의가 열띠게 벌어지는 걸 목격했는데요. 혁신활동가 개개인의 이야기도 듣고 싶었던 필자는 팀장님의 허락을 얻어 인근 까페에서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럼 그들의 속마음을 한번 들여다볼까요?
Q1. 친구사이 청년혁신활동가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기로) 작년부터 팀원으로 참여했던 마음연결팀에서 청년혁신일자리 사업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 지원할 생각은 없었는데 주변에서 권유를 해주고, 사회복지사도 한명 필요하지 않겠냐 해서 지원하게 된 거죠.
현재 마음연결 프로젝트팀에서는 교육/홍보/캠페인 팀을 전담으로 맡고 있어요. 홍보와 캠페인 부분에 좀 더 주력하는 팀이고 현재는 10월 오픈을 목표로 온라인 상담이 가능한 홈페이지 구축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또 마음연결 활동 홍보를 위해 제작한 두 종의 리플렛(소개, 후원)을 서울지역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부산(아이샵과 연계) 등에 배포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물론 온라인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상담교육을 주 1회 아이샵에서 받고 있으며, 상담팀의 사례회의도 참석하고 있죠.
진석) 작년에 출가 후 속세를 벗어나서 살았는데, 이제 나가면 LGBT인권운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준비도 됐고 마침 친구사이에서 청년혁신활동가를 뽑는다는 소식을 접해서 제가 먼저 연락을 했었어요. 기회가 딱 맞아 떨어진 데다 특히 청소년 자살 시도율이 높아서 청소년 대상 사업이 절실하다고 느낀 찰나 ‘마음연결’ 사업을 한다기에 반가웠죠. ‘아 내가 정말 1년 동안 열심히 공덕을 쌓았더니 복이 오나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금은 상담 업무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교육도 받고, 상담도 직접 받고 있어요. 예전에 몸담고 있던 곳에서 집단상담이나 개별 프로그램을 먼저 체득했는데, 상담심리학 이론을 공부하니 도움이 많이 되죠. 자살예방 상담 같은 걸 해보고 싶었지만 방법도 잘 모르고 막연했었는데, 자살예방전문가 양성교육(ASIST)도 받고 배우면서 자신감도 얻고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돼서 참 좋아요. 상담 받는 것도 뜻 깊고. (홍실장님 감사합니당~♡)
Q2. 친구사이 회원으로서 활동하다 직접 친구사이의 일을 맡게 되었을 때 어땠는지?
기로) 회원으로 활동했던 기간 동안 친해진 친구들이나 형들이랑 앞으로는 일로 만난다는 것이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왔어요. 아무래도 사적인 관계에서 일적인 관계가 되면 자연스럽게 지금의 관계들이 재편성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죠. 다행히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오히려 형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처음에 생각했던 것들과는 달리 좋은 점들이 더 많이 있고, 행사 준비하는 것이 고되긴 하지만 즐거운 부분도 있어서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다만, 근무시간과 휴일의 경계가 약간 모호한 게 흠이라면 흠이죠.
진석) 그 부분을 가장 우려했는데, 그 전에는 회원으로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돈도 안 받고 하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면, 지금은 아무래도 일로써 하는 건 하기 싫고 부담스러운 업무도 해야 한다는 게 가끔은 스트레스일 때도 있죠. 대신 다양한 정보를 접하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게 좋고, 살면서 제가 종로로 출퇴근한다는 자체가 상근자로서 큰 혜택이 아닐까 해요.
Q3. 활동하면서 좋았던 점, 그리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로) 일단 내가 좋아하는 단체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또, 새로운 사업에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왔다는 사실이 ‘그만큼 이 단체가 나라는 어찌 보면 검증이 되지 않은 사람을 믿고 기회를 주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아쉬운 점이라기보다는 힘든 부분인데, 아직 자살에 대한 걸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쉬쉬하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전문가 집단이 아닌 커뮤니티에서 자살을 주제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어렵고 괴로운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한국형 자살예방교육인 ‘보고듣고말하기’나 자살예방전문가 양성교육(ASIST)을 통해 커뮤니티 내의 전문가와 자살예방지킴이를 양성해내고 꾸준한 상담교육을 통해 커뮤니티 내에서부터 자살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며 함께 가까운 이들부터 돌아본다면 자살로부터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진석) 일단 좋았던 건 기존엔 친구사이에 한 발만 걸쳐서(?) 정기모임이나 큰 행사 때만 나오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이제는 청년혁신활동가 하면서 완전히 친구사이에 발을 푹 담그게 돼 많이 참여하면서 배우는 것도 있고, 팀원들이나 회원들과 친해지게 된 것도 있어요. 약간 놀면서 친해지기보다 일하면서 친해지는 성격이라. (웃음)
아쉬운 게 있다면 사실 저는 적게 벌고 적게 쓰고 적게 일하는, 소박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편인데, 제가 그걸 간과하고 들어온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회의가 많을 줄 몰랐어요. 퇴근시간도 좀 늦어서 뭘 하기가 애매하고 저녁 먹기도 그렇더라구요. 일과 생활이 분리가 안 되면서 여가생활이나 약속 잡기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죠.
Q4. 청년혁신활동가 기간 종료 후 계획은?
기로) 어떻게 보면 짧고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었는데, 연말까지 여러 작업들로 정신없이 지나갈 것 같아요. 일단은 계약된 기간 동안 초석을 다지는 데 열심히 힘을 쏟고 싶어요. 그 후의 일은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진석) 딱히 계획은 없구요. 지금 사업 재정상 사업비는 있는데 인건비가 없다고 해서 걱정이 되네요. 사실 청년혁신일자리사업에서 가장 바람직게 생각하는 건 청년혁신활동가가 그 단체에서 고용승계가 돼 계속 활동하는 거라는 얘기도 있더라구요. 모금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서 계속 일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생계수단을 구해야 할지 갈릴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마무리 짓고 싶네요.
#4. 8월 18일 09:30~15:00, 친구사이 사무실
무언가 그들의 활약상을 다 보여주기엔 2프로 부족하다는 아쉬움 반, 24시간 취재기 컨셉에 맞게 끝까지 진행해보자는 의무감 반으로 다시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오전부터 사무실이 꽉 차네요. 기존 2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규모답게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공간은 활발하게 이용되는 분위기입니다.
이제 청년혁신활동가들의 활동기간도 절반이 훌쩍 지나갔어요. 남은 4개월 동안 그들이 보여줄 더 멋진 모습이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회원이면서 또한 상근자인 우리 청년혁신활동가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따뜻한 말 한마디, 그에 더 보태서 밥 한 끼 또는 술 한 잔 어떨까요. 아, 물론 마음연결 후원은 기본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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