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안녕하세요. 소식지의 새롭지만 약간 나이 든 피, 모쿠슈라(모쿠샤)입니다. 소식지 팀원이 되고 첫 활동으로 찬란한 유언장 행사에 참여 했는데요, 그 내용을 모 신문사의 친절한 기자 컨셉으로 적어보겠습니다.
13일의 금요일 밤! 친구사이 사정전에서 찬란한 유언장 행사가 있었습니다. 찬란한 유언장은 2009년에 처음 시작되어 매년 3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언장 쓰기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첫 활동이니만큼 설렘과 기대를 갖고 사정전 문을 열었는데 (이런) 참여자가 많지 않아 조금은 실망했어요. 예년에는 주말과 휴일에 행사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평일 저녁에 해서 참여자가 적은 것 같다는 운영진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행사는 총 3부로 나눠서 진행되었는데요, 첫 순서로 미국 케이블 방송사 HBO에서 방영된 1997년 작 옴니버스 영화 더월2(원제:If these walls could talk2)중의 한 에피소드를 봤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레즈비언 할머니 커플 중 한분이 불의로 사고로 돌아가신 후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었어요. 인생의 반려자였지만 법적지위가 없다는 이유로 상속은 물론 임종의 순간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했지만 한편으론 유언장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본격적인 유언장 관련 법률 지식에 대한 강의로 이어졌어요. 딱딱하고 전문적인 내용으로 자칫 지루하게 진행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진행을 맡으신 한가람 친구사이 법률고문변호사님의 친절한 설명과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제시로 끝까지 집중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접 유언장을 작성하고 발표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행사 일정상 애초 주어진 시간이 10분이었는데 모두 열중한 나머지 시간을 20분이나 초과하여 전원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작성 과정 중 한 회원님이 친구사이에 학자금 대출을 유증한다고 하여 진행자의 눈총을 사기도 했습니다. 원하는 분에 한해 각자 짧게 발표해 보았는데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아직 재산이 많지 않은 관계로 유증의 내용보다는 장례식에 대한 당부의 말이 더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친구사이에 유증한다는 분도 계셨어요)
'장례식에서 지인들의 편지 낭송이 있길' (행)
'장례식장에 비욘세, 보아의 노래를 틀어주길' (만루)
'장례식에 온 사람에게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지 말길' (낙타)
'G보이스가 와서 공연하는데 솔로부분은 꼭 아무개가 하길' (백퍀)
찬란한 유언장 행사의 의미와 유언장 작성에 대한 간단한 조언은 2014년 3월호 소식지에 친절하게 잘 나와 있어요. 관심 있는 분들은 그 글을 참고하시고요. 저처럼 평소 죽음과 유언장에 대해 관심 없었던 분들에게는 위에 언급한 영화와 아래의 기사 보기를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찬란한 유언장에 대한 저의 소감은 이번 행사에 처음 참여하신 친구사이 대표님의 말을 인용하는 걸로 대신하겠습니다.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요”
[관련기사] 40년 동거한 여고동창생의 비극적인 죽음(연합뉴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65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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