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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3일째, 여전히 당신은 침묵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군요. 박원순 시장님 저는 사실 당신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저는 인권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너무나도 쉽고 간단명료한 이 단어가 알려고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임을 요즘 농성장에 앉아 주변의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들으며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님 당신 덕분에 뜻하지 않게 좋은 경험을 하고 있네요. 

시장님, 잠깐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2006년부터 2008년 까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전경대에서 전투경찰로 복무를 했습니다. 그 2년 이라는 시간 동안 경기, 서울의 각 종 시위현장을 누비며 이 사회의 부조리한 면면들을 보았습니다, 또 파업노동자들, 농민들, 학생들, 장애인들 노점상, 철거민까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진 수많은 사회의 약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끌어내고, 제압하고, 검거하고, 싸우고 대치했습니다. 그 시절 현장에서 만났던 선하고 나약한 시민들의 외침과 현장의 기억들은 아직도 가끔 꿈속에 나올 때도 있습니다.  

어느 시위현장에 가던지, 그들의 요구는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생존, 살아가는 것 입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그 약자들을 끌어내고 제압하던 제가 지금 이 시청 안 농성장에서 5년 전 그들처럼 저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시장님, 저희가 요구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우십니까? 지난 일주일 사이 누구보다도 인권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계실법한 당신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한 마디들과 행보들이 지난 반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전 세계의 사람들이 만들고 선포한 세계 인권 헌장의 정신을 무색케 하고 더럽혔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시청역 지하도 벽면에 버젓이 새겨놓은 그 것 말입니다. 

그 보다 당신은 당신을 따르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배신감 그리고 모욕을 주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저는 시장님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시장님과 함께 해 온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내는 울분 가득 찬 발언들을 들으며 저 역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껴야만 했습니다.   

시장님, 왜 우리의 존재가 합의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까? 왜 우리가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존재가 되어야 합니까? 혐오와 폭력을 일삼는 사회의 독버섯 같은 존재들에게 그렇게 머리를 조아리고 해야 했던 말이 고작 그것 뿐 이었습니까? 왜 항상 싸우고 울고 상처받아야 하는 것은 이 선하고 약한 이들이어야 합니까? 광기에 가득차서 자기들만의 주님을 외치며 혐오와 폭력을 일삼는 저 존재들은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라고 하십시오. 그렇지만 정부와 관(關)은 그 관의 대표인 시장님은 그러면 안 됩니다. 누구보다도 소수자들의 배려하고 소수자들의 눈과 귀, 입이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 당신의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시장님 당신은 지금 그 책무를 유기한 채, 한번만 만나 달라 이렇게 외치고 있는 우리들의 농성장에 청원경찰 따위를 대동하여 식사공급을 막고, 자보를 훼손하는 만행을 저지르는 현장을 방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함께하자구요?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겠다구요? 막힘없이 빨리 답하시겠다 구요? 저는 요즘 저는 거리 곳곳에 나붙은 서울시의 선전물들을 보면 속이 뒤집힐 것 같습니다. 시장님 대체 당신에게 시민은 어떤 존재입니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인 12월 8일 바로 세계 인권 선언일을 이틀 앞두고 있습니다. 시장님 당신에게 이제 얼마의 시간이 남지 않았습니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당신에게 일말의 기대라도 품고 있는 지금의 저의 모습이 참으로 싫지만 그래도 참고 기다려 보겠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을 만나 그간의 일들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시고, 성소수자 차별조항이 온전히 들어간 서울시민 인권 헌장을 선포하겠다 약속하시길 바랍니다. 협박하는 거냐구요? 네, 이거 협박하는 겁니다.  

오늘 새벽에는 타지에 있는 아버지로부터 눈이 내려 하얗게 쌓였다는 문자 한통을 받았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그 엄혹한 시절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눈길 위에서 당신이 걸어 온 그 걸음걸음을 보고 따랐을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보십시오. 지금 당신은 그 길 끝에서 손 수 당신의 발걸음을 지우고 계십니다. 박원순 시장님 정말 어디로 가고 계십니까?

#박원순 #서울시민인권헌장 #무지개농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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