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_보이스 공연 '밝힘' 후기
* 사진 제공 : 터울(친구사이 회원, 소식지팀)
지_보이스가 탄생한 지 11년이 되는 해, '밝힘'이라는 주제로 그들은 또 한번 무대에 섰다. 무사히 공연을 마친 지금,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이 느낌은 혼자만의 것일까. 이제야 말할 수 있는 지_보이스 공연 '밝힘',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자.
‘나 너 그리고 우리’
음, 막상 글을 쓰려니 쉽게 써지지가 않는다. 이번 '밝힘'이라는 가제로 시작되었던 지보이스 공연. 큰 공연이 벌써 세 번째다. 시간 참 빠르게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연후기라 어떤 주제로 어떻게 얘기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되는대로 적어봐야겠다. (웃음)
올해 늦여름 즈음에 조금 늦게 시작되고 준비됐던 지보이스 공연을 위한 연습. 매주 새로운 인원이 추가되고 파트이동이 있고 다사다난했었던 것 같다. (물론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해서 재미있었고 괜찮은 느낌이었다.) 계속 연습하던 가운데 7월말쯤 테너2 파트장 자리가 공석이었다. 다들 뭔가를 다 하고 있는 거 같아서 집도 어느 정도 가깝고 시간도 어느 정도는 낼 수 있는 내가 자진해서 파트장을 하겠다고 했는데… 10명이었던 인원수가 8명에서 6명 그리고 5명까지 롤러코스터적으로 내려가는 인원을 보면서 참 힘들었었고 '나 때문에 나가는 건가. 괜히 한다고 했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혼자 눈물도 흘리고 한숨만 쉬었던 시간도 있었다. 그러다 ‘나부터 무너지면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그 역시 힘들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서부터 더 마음을 바꿔 노력했다. 파트원과의 교감을 위해 더 친해지려고, 더 좋은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더 열심히 그렇게 달려온 지 넉 달 후 10월 9일, 지보이스 공연을 마포아트센터에서 하게 됐다.
아침 9시부터 모여 무대설치, 노래연습, 옷 정리 등 미리 준비해두고 10시부터 리허설을 위한 사전연습도 했다.아침이라 다들 목도 안 열리고, 여기저기서 건조한 감기 등.. 역시 아침이라 (ㅋㅋㅋ) 점심 먹고는 많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동선을 잡는 리허설과 옷을 입어보고 하는 드레스 리허설까지 준비가 돼 있어서. 체감상 약 4~5시간 이상 서서 노래 연습해보는 시간을 가졌고, 짧은 저녁을 먹은 이후로 분장도 다 끝내고 무대에 서기만을 위한 시간을 기다렸다. 무대 뒤로 나가는 순간 모두가 같겠지만 크게 뛰는 심장을 밖으로 못나가게 빌고 서로가 화이팅을 했다. 이때만큼은 입은 계속 마르고 말도 안 나오는 상태..
난타를 연상시키게 할 만한 북을 가지고 시작한 오프닝. (장관이었다!) 끝나고 난 후 관객의 박수에 힘입어 ‘첫사랑니’를 시작으로 1부를 무사히 마쳤다. (조금 울컥상태) 얼른 옷을 갈아 입은 후 2부를 들어갔다. 조금 무거운듯한 노래였지만 확실히 여운이 남는 무대를 남겨주고 내려오고. (울컥상태)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위한 3부. 분장실에선 팬티에 겹겹이 팬티를 입고 이걸 입고 저걸 입고 참 많이 준비했던 것 같다. 다들 어려워했고 새로운 시도였던 ‘디 삐칠래?’와 ‘오 두에젤 핲터 마르틴’ 두 곡의 도전. 생각보다 재밌었고 우리도 그나마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한 수였던 거 같다.
‘슈퍼스타’부터 ‘배드로맨스’까지 안무와 합창이 들어간 신나는 시간이 지나고 잠시 멘트 후 마지막으로 두 곡의 앵콜 시작! ‘세상아 너의 죄를 사하노니’ 전주가 나왔다. 노래가 시작되고 다 같이 부르다가 간주에서 지휘자형이 앞에서 고개를 3번 (오른쪽, 중간, 왼쪽) 끄덕였다. (감사의 뜻인가, 고생했단 뜻인가. 완전 울컥상태 ㅠㅠㅠㅠㅠㅠ)이런저런 만감이 교차되고 갑자기 눈 앞이 새하얘지면서 목도 감긴다. 다들 울고 노래도 안 나오고 (ㅋㅋㅋ) 이 노래가 뭐라고... 다들 훌쩍이면서 어찌저찌 노래를 다 끝내고 의견다툼도 많고 말도 많았던 마지막 곡 ‘I AM WHAT I AM’. 바지를 훌쩍 벗어 뒤로 던져버리고 시작하는 노래. 그냥 가슴이 먹먹했다. 시원했고 상쾌했다. 있는 힘껏 끼를 떨려고 노력하고 노래도 부르고 참 재미있고 활기차게 끝냈던 공연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이야기를 하고 싶다. 샌더 단장님, 노르마 지휘자님, 제비 반주자님, 재우 음악감독님, 무대연출 미로님, 그 외에 각 파트장님들, 지보이스 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테너2 크리스, 아론, 보성, 잡채, 샌더, 최강 고생 많았어요^^!!
(이러면 이상하지, 형아들 고생하셨어요~ 친구들도~ 동생들도~^^ 하하하)
Ps. 제 첫사랑은 칵테일이 이끌어주었고 결국 제게 오게 되었습니다. OH! 이젠 됐어요, 해 뜨고 해 지는 도중 상상하게 되었으니까요. 하나의 장미를 슈퍼스타인 그대에게.. 보석보다 값진 그대에게 드리며 앞으로도 세상에 살아있는 나를 보여줄게요. 고마워요^^
- 최강 (지보이스 단원, 테너2 파트장)
내 나이 24살, “지보이스”라는 합창단에서 처음으로 나와 같은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준비해 보았다.
보통 어느 단체에 가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처음 지보이스를 와서는 내가 게이이면서도 수많은 게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많이 어색하고,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힘들게 느껴졌다. 그때 ‘나는 이제야 내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곳에 왔는데 뭐가 이렇게 어려운 거지?’라고 곰곰이 생각을 했고 이제까지 너무 긴 시간 동안 내 본질을 무시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체육시간에 축구 보다는 애들과 수다 떠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남자친구보다 여자친구들과 있는걸 더 편하게 생각하는 내가 당당하지 못했다. 여성스럽게 보이는 게 너무나도 싫었던 긴 시간 동안의 습관들이 날 괴롭히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한 나와 달리 지보이스 단원들은 달랐다. 자신이 끼가 있으면 있는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당당하였고, 처음엔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그 솔직함이 사랑스러웠다. 무대에 서기 전까지는 이 공연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저 노래가 좋았고 ‘관객들, 친구들에게 멋진 모습 보여주자’는 정도..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24년 인생 그 어느 때 보다 나다웠고, 그 모습에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나와 한 목소리를 내준 단원들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사랑스럽다. 다음 공연 때는 더욱 ‘나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또 단원들과 더욱 친해져 있기를 기대해본다.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 백팩 (지보이스 단원, 바리톤 신입)
짧지만 강렬함이 있는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앵콜곡 직전의 ‘바지 벗기’ 퍼포먼스는 단원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한동안 진한 여운을 갖게 할만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이 멋진 장면을 놓칠뻔했다. 무대 위에서 빤스만 입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갖는 단원들, 그림이 예뻐 보이지 않을 거라는 우려 등등(나 역시 부정적이었다). 아마도 이 퍼포먼스는 어렵겠거니 했다. 하지만 단장과 의상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뒤늦게 게시판에 속옷의상을 직접 입고 찍은 사진까지 올리며 단원들의 이해를 구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몇몇 불만 섞인 의견이 나오면서 다소 격앙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총리허설 전 마지막 연습까지 할지 말지가 결정나지 않았다. 그나마 기획단에서 결정하는 대로 단원들이 따라와 주기로 하면서 기획단 회의를 통해 ‘각자 가능한 수준의 노출’을 하는 걸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결정까지의 지지부진함과 그 와중에 주고받았던 상처(?)들에도 불구하고 막상 결정되고 난 이후의 작업은 생각보다 유쾌했다. 서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고, 퍼포먼스의 의미 또한 어느 정도 공유된 듯하다. 개인적으론 난생 처음 서른 명이 넘는 게이들을 줄줄이 세워 놓고 속옷심사를 해보는 호사(?)도 누렸다. 거기에 조명감독님이 조명을 멋지게 넣어주기로 하면서 이번 공연의 명장면이 탄생했다. 단연코 신의 한 수였다. 공연의 퀄리티를 높여줬을 뿐만 아니라 연주자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했다.
작년에 스탭으로 참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여러 의견을 조율하는 거였다. 밤잠 설쳐가며 고집쟁이 단원들과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기획단 공동연출을 하는 지보이스 특성상 거의 매년 발생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올해는 쉽게쉽게(?) 넘어가는가 싶더니 결국 막판에 터지고야 말았다. 기획단, 그 중에서도 최종조율을 하는 단장의 고충이 이번에도 느껴졌다. 갈수록 구성원들이 다양해지면서 의견들도 많아진다. 물론 그 의견들을 경청해야겠지만 모두 수용할 수는 없는 것이니, 어느 정도의 권한을 연출자나 기획단에 넘겨주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누군가는 또 고집(?)을 부릴 거다. 그 고집 때문에 누군가는 또 밤잠을 설칠 거고... 어쩌면 고집을 부려주는 그 누군가가 있어서 이번보다 더 멋진 장면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미안해하고 고마워하고... 그렇게 지보이스의 역사가 써지겠지.
- 미로 (2014 공연 '밝힘' 무대감독)
현의 언니 *-_-*
북 공연으로 시작한 2014 ‘밝힘’. 북소리가 공연장을 밝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굉장히 귀여운 몸짓으로 북 치는 사람이 있길래 자세히 봤더니 현이더군요. 처음부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빡!
지보이스의 방식대로 ‘사랑’을 노래해서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노래도 그렇지만, 무대 위의 단원들이 한 명씩 자기 이름을 외치며 소개하는 것도 감동적이었습니다. 눈물이 주룩주룩. 생각지도 못한 앵콜 무대는 뭐라 더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벅찼습니다. 나는 나라고, 온몸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한 지보이스. 최고 정말 최고!
- 지보이스 단원 현의 레즈비언 친구 우야
동생이 커밍아웃하고 난 이후로 처음으로 와이프랑 같이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 무대위 맨앞에 서 있는 동생 모습을 봤을때는 왠지 모르게 낯선 사람을 보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눈 앞에 있는 내 동생에 모습이 자연스럽게 매치가 안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연이 무르익어 갈수록 무대위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동생 모습에 감정이 벅차올랐다. 무대 위에 내 동생 모습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공연을 마무리하고 완성해 가는 모습이 한켠으로 정말 안타깝고도 자랑스러웠다.
- 지보이스 단원 잡채리나의 친형
- 지보이스 단원 크리스의 대학친구 우현
미모 순으로 자리배치를 했는지 역시나 앞줄부터 빼어났음. JIN이 맨 뒷자리에 있는 것이 이해됐음. 내년에는 올 누드 쇼를 기대함.
- 지보이스 단원 JIN의 친구 건방진 부치
다수에 속하는 일반적 취향의 사람은,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이상 게이와 레즈비언 등을 비롯한 소수의 취향들에 대해, 그들의 입장에서 진지한 생각을 해볼 기회가 많지 않다. 일반인들은 바삐 돌아가는 건조한 시대를 살고 있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타인을 생각해보는 여유가 많지 않은 가운데 이번 공연은 오랜만에 타인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자연스레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로 인식되고 마는,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에 대해서 말이다. 거시적으로, 일정한 프레임 속에서 먹고~ 자고~ 비슷하게 사는 것이 사람이지만, 미시적으로 조금씩 다른 가치관들로, 각자가 다르다는 식으로 배척하는 게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익숙해지는 것, 자주 노출되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습관이 돼버리는 것처럼, 이 공연을 통해서, 그들의 가치관과 취향이 구태여 설명해야 하는 특수한 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그냥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 지보이스 단원 민의 친구 성웅
아내의 친구가 지보이스 공연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솔직히 잠깐 망설였지만 아내와 같이 공연장을 찾게 되었네요.우리도 같은 직장에서 만났고, 비밀연애를 했었습니다. 조심해야 했지만 남들 몰래 눈을 마주쳤고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다 한두 명씩 동료들에게 들켰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축하를 받았어요.
‘밝힘’. 너무나 당당하고 진심 어린 그들의 하모니에, 머리로만 이해했던 것들을 마음으로 공감하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아주 좋은 울림과 몸짓이었습니다. 깜짝 놀랐죠.
우리 부부처럼 좋은 짝 만나시길, 꽤 멋진 사랑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 지보이스 단원 기로로 친구 김현주의 남편 유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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