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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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20주년 기념 <친구사이 20> 참가후기
이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땐 솔직히 귀찮았다. 결국 기한을 넘겨 이렇게 쓰고 있는 나다. 흑
소식지 팀장님은 애정을 가지고 친구사이 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 중에 20주년 기념행사 ‘친구사이 20’ 참가 후기 글을 써줬으면 한다며 제의를 하셨다. ‘친구사이 20’이라니 놀랍고도 긴 시간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더 이상의 와 닿는 감정은 없었다. 난 이제 고작 3년차 회원이고 나머지 17년의 부재 속에서 나와 친구사이는 안타깝게도 모르는 사이였다. 애정 어린 마음으로 열심히 참여하기보다는 요 근래 부쩍 느껴지는 ‘친구사이 3년차 정회원으로서의 의무감’에 임할 것 같아서 고민이 되었나보다. 이러고 있는 내가 사람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이 행사를 참여했다며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은 거지.
어느 덧 행사가 시작하는 날 이른 오후. 난 스텝 회의에 처음 참여하였다. 사정전 곳곳엔 이미 기획단이 준비한 예쁘고 화려한 ‘친구사이 20’ 파티용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Happy Birthday를 바라는 기획단의 정성과 여러 행사를 치러본 찐한 노하우들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우린 또 저것들을 들고 나가겠지? 그러고 또 으쌰으쌰해서 게이퍼레이드를 치르겠군. 3년차인 내가 볼 수 있는 흔한 미래다.
행사시간이 가까워오자 회원들이 하나 둘 사정전에 들어온다. 이런 행사엔 오랜만에 보는 회원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사정전에 앉아서 들어오는 한분 한분께 인사를 하고 있다 보면 명절 날 찾아 오시는 친척 맞이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제 막 어울리기 시작한 쭈뼛쭈뼛한 신입 회원들서부터 한동안 잘 안보이셨지만 포스는 여전한 왕언니급 회원들, 직장인, 학생, 또 그 분들의 말쑥한 애인, 유령 회원 분들, 어제도 본 이젠 너무도 익숙한 나의 술친구들이 있다. 특별 손님들도 간간이 보인다. 우왕! 연예인!!!
친구사이 행사는 여느 때와 같이 잘도 진행되었다. 20년의 노하우가 이럴 때 느껴지곤 한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반대하는 이들의 외침, 그들과의 충돌을 막기 위한 용도로 서 있던 경찰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동했다. 쪼끔 어색했지만 유쾌함과 에너지가 넘쳐난 퍼레이드, 종로의 수많은 인파가 우리의 존재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순간들이 있었다. 퍼레이드 후 종로3가 포차와 간이 무대를 빌려 행사를 이어 나갔다. 계속되는 방해 집단과 늘어난 주말 차량들 때문에 복잡하긴 했지만 포차거리 하늘엔 분명 축하문구가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꿋꿋하게 행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던 현수막이 마치 친구사이의 20년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다.
20주년 기념영상, 지지해주는 분들의 연설, 역대 친구사이 대표들이 모여 케이크를 자르는 행사, 또 행사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추첨권 행사까지! 우리는 지_보이스의 ‘벽장문을 열어’를 떼창하고 행사를 화려하게 마무리 했다. 인도와 차도가 함께 있는 야외에서 진행된 행사여서 하나하나 집중하긴 힘들었지만 분명 우리가 꾸미고 함께 축하하는 멋진 파티의 모습이었다. 음.. 멋지고 자랑스러웠다. 무려 포차를 통째로 빌려서 술을 마시는 정도의 친구들을 가졌다는 뿌듯함도.
하지만 뿌듯했던 ‘친구사이 20’ 행사를 마치고도 오늘도 난 의무감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잠시 글쓰기를 멈추고 이번 행사를 참여한 회원들에게 이번 행사를 마친 기분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느낀 점들이 다 다르더라. 생각해보면 다를 수들밖에 없 는건데 이야기들을 들으며 의아해 했던 것 같다. 어느 일이나 답은 많아 탈이라 생각하는 나인데 질문하기도 전에 미리 답을 생각해놓았던 것은 아닐까.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한 가지 모습의 답을 찾기 위해 결국 의무감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권 운동에도 답은 너무나 많다. 그래서 친구사이 회원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여러 답안들을 계속 공유하고 교류하는가보다. 이렇게 끊임없는 20년을 이뤄내다니.. 갑자기 친구사이가 정말 멋지다. 갑자기 보이지 않던 17년도 조금씩 보이는 느낌이다. 멋진 내 친구 친구사이가 계속해서 함께 세월을 쌓아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갑자기 글을 마무리 하겠다. 뿅
친구사이 회원 / 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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