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8월 30일. 퍼레이드의 거리 종로에서 만나자.
2014년 8월의 마지막 토요일 저녁 7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면서 국내의 성소수자들이 종로3가에 모여서 퍼레이드를 벌일 예정이다.
처음 국내에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시작된 1990년대 중반 부터 최근까지 성소수자들은 종로3가 일대에서 수차례 행진을 벌인 바 있다. 한국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알리기 위한 퀴어 퍼레이드가 이곳에서 열린 적 있었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에 맞서기 위한 집회도 열린 적 있었으며, 전 국민이 주목하는 사회적 이슈에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종로 일대에서 행진을 벌인 적도 있었다.
이처럼 성소수자들이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하는 이유는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사회제도나 인권을 침해하는 현실을 알리고 변화시키기 위해이기도 하나, 일상에서 개인적으로 가시화시키기 어려운 성소수자 스스로의 존재를 집단적으로 알리고 자긍심을 표현하기 위해이기도 하다.
사실 성소수자 개개인들에게 거리에서 커밍아웃을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같은 성소수자 친구들의 사랑과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단단한 힘은 벽장문을 여는 동력이 되어 줄 것이며,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지지와 공감은 성소수자들의 목소리에 더 큰 당당함을 보태 줄 것이다.
물론 성소수자들의 거리 행진이 참여자들에게 안전을 보장하고 유쾌한 경험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성소수자 행진은 주위에서 터지는 휴대폰 플래시와 호기심 어린 눈빛, 못마땅하게 보는 시선과 욕설, 그리고 최근에 발생하기 시작하는 집단적이고 폭력적인 방해나 언론을 이용한 왜곡된 선전까지 마주하게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한 번 종로3가에 나선다. 종로3가는 오래 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성소수자의 거리였다. 차가운 비난과 모욕 속에서 살아가던 30년여년 전, 게이들은 이미 종로에서 게토를 만들고 있었으며, 20여 년 전 친구사이 역시 종로를 중심으로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시작한 바 있다.
그리고 2014년, 친구사이 외에도 여러 성소수자 개인과 단체들은 종로에서 혹은 전국 각지에서 부당한 편견과 시선에 맞서서 저항의 몸짓을 드러내고 있다.
성소수자들과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친구들은 자신들의 거리 종로3가에서 당당히 걸어갈 것이다. 8월 30일 다 같이 만나 퍼레이드 행렬 안에서 우리들의 자긍심을 마음껏 표출하기 바란다.
퍼레이드의 거리. 종로 3가에서 다 같이 만날 수 있길 바란다.
2014년 8월 25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