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서대문구청 앞에서 열렸던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환영하는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입니다.
“이 행사가 열릴 수 있다는 자체가 우리 사회의 인권보장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대문구청은 그런 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차별과 혐오에 기반한 폭력들이 민원을 넣는다고 해서, 그것에 굴복해서 정당한 절차에 의해 결정된 행사를 취소시킨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민원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서대문구청은 이 행사는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결정된 행사이니 당신들의 민원은 적절하지 않다, 옳지 않다라고 대응해주는 것이 서대문구청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권리를 이렇게 무참히 짓밟는 공공기관이 존재해서야 어떻게 우리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서대문구청이 하루라도 빨리 이 취소를 다시 철회하고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기를 촉구합니다.” 박봉정숙(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퀴어퍼레이드가 어떻게 시작했습니까? 전 세계적으로 죽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성소수자들의 죽음으로, 국가폭력으로, 사회폭력으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자들의 폭력으로 시작한 것이 퀴어퍼레이드입니다. 죽음의 퍼레이드였고, 생명을 주장하는, 삶의 다양성을 주장하는 퍼레이드였습니다. 그런 퍼레이드를 서대문구청은 아무런 지식도 없이, 문화적 맥락도 없이, 최소한의 민주주의적 상식도 없이, 행정의 기본도 없이 승인 취소한 것입니다.
5월 28일 대한민국 국회, 정부는 문화 다양성의 무한한 증진을 위한 법률을 통과, 공표하였고, 이는 11일에 발효됩니다. 지금 서대문구청은 문화 다양성 협약, 대한민국 국회가 5월 28일 공표한 문화다양성 법률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문화다양성의 핵심은 소수자들의 문화적 권리, 문화적 다양성의 표현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법률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서대문구청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법률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이원재(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소장)
“사람보다, 생명보다 돈이 주인이 되는 세상. 그리고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지금도 서민들과 민중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 않은 현실이 우리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이 서대문구청에서 저는 또 다른 폭력과 기득권의 모습을 봅니다.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존재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말조차 못하던 소수자들이 단 하루만이라도 자신들을 드러내고 이야기를 하던 것이 벌써 15년이 되었습니다. 정상 이데올로기 속에서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정상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폭력으로 아픔을 겪게 합니까. 정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허무맹랑한 것인지 보았습니다. 예전에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저는 오늘도 이 곳 서대문구청에서 보고 있습니다. 이성애만이 정상이라는 기득권의 폭력에 편승해서, 또 다른 폭력집단으로서의 공공기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권수정(민주노총 여성위원장)
“이전에 존재해왔던 성소수자에 대한 여러 낙인과 차별, 편견들은 비과학적이며, 이런 것들이 오히려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불평등을 낳는다는 것이 많이 알려져 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성소수자와 관련된 여러 잘못된 인식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공공기관이 마땅히 나서서 그러한 인식들을 바로잡고 또한 이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회적 편견과 비과학적 지식에 편승하여 그들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입니다. 15년 간 진행되어온 퀴어문화제에 왜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성소수자 관련 탄압, 차별이 강해질 때에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보수적, 탄압적인 면이 형성될 때 그와 같은 것들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정치적으로 이 사건을 매우 상징적인 사건으로 봅니다. 서대문구청의 일이 정치적으로도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향후 서대문구청장이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명백히 하고 싶습니다.” 이상윤(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원)
“세상은 목소리 큰 사람들의 세상이고, 진정으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막아버리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어제 또 한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 24시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여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저는 퀴어퍼레이드가 거부당하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성소수자가 차별 당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 없고 다 알고 있습니다. 그 차별당하고 억압당하는 현실의 365일 중 364일을 차별받고 단 하루 퀴어퍼레이드에 나와 웃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걷는 그 날을 저는 지금도 참 기쁘게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 날 하루를 서대문구청에서 그나마 이미 허가되어있던 것을 철회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히 여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편의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면 차별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차별하는 정당한 사유가 무엇입니까? 이렇게 철회하는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보십시오. 여전히 우리사회는 가진 자, 목소리 큰 자, 권력 가진 자들의 편인 세상이고, 성소수자라는 것 때문에 장애인이라는 것 때문에 가지지 못 했다는 것 때문에 죽음을 맞이해야 하고, 나를 드러내지 못하고, 존재할 수 없는 이 사회에서 단 하루 한 번 퍼레이드 해보겠다는 데 그것을 막는 이유가 뭡니까? 6월 7일 우리는 모일 곳이고, 나올 것이고, 우리는 끝까지 나와서 우리의 권리, 우리의 날을 지켜나갈 겁니다. 여기 모인 분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힘을 주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허가하지 않아 생기는 모든 것에 대해 서대문구청이 책임지라고 말할 것입니다. 서대문구청이 뭐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날 모여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이고, 그 날 하루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포기하며, 좌절하며 살아왔습니다. 그 하루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모일 것이고, 그날 우리는 퍼레이드 합니다. 꼭 할 겁니다. 우리는 차별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우리들이 있다는 것을 그날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박김영희(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기독교인으로서 목사로서 서대문구청이 허가했다가 취소한 장소사용허가에 대한 공개 지지서를 보낸 바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공공적인 기준을 갖지 못한 채, 그저 목소리 크고 힘센 사람들의 의견에 좌지우지 당하면서 마땅히 허가했던 것을 뒤엎은 것에 대해서 분노를 표출함과 동시에 전혀 근거가 없는, 공공기관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서 공개 지지서를 보낸 바 있습니다. 저는 요 근래에 다시금 서대문구청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백히 알 수 있는 문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 27일 서대문구청장실 맨바닥에 앉아, 허가 관련 사항에 대해 해명을 들었고, 사과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국장과 직원들에게 영원한 교회 전도주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이 사회에서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고 있는 특히나 아주 근본주의적, 우익적인 기독교 세력들은 구청은 물론이거니와 검찰, 경찰 가운데서도 그 안에서 긴밀한 연락들을 해 가며, 이 사회 성소수자 혐오 조장을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습니다. 급기야 그들은 무려 50명으로 시작하여 지난 해 1만 명으로 참가자들과 축하자들이 함께 하고 있는 퀴어퍼레이드 전야에 예수의 고혈을 뿌리며 철야기도를 하겠다며 공공연하게 나서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목소리를 그렇게 혐오적, 폭력적으로 드러내는 기독교에는 희망이 없고, 그것은 기독교가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기독인들은 6월 7일 퍼레이드가 열리는 신촌으로 나아가서 가장 기독교인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의 기도와 축하의 찬양과 그 모든 것들을 통해 이 땅에 억압 받고 늘 위령 취급당하는 성소수자들과 더불어 함께 기독교 의식을 행하려 합니다. 성소수자 혐오 세력들은 눈을 똑바로 뜨고 보십시오. 저희들은 결코 당신들의 오만가지 폭력에 굴하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이것은 저희들이 힘이 있고,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생명과 평화주심이 정정당당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므로 종교의 이름으로 탄압하지 말 것이며, 공공기관의 이름으로 폭력을 자행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시길 바랍니다.”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
지지 발언을 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