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댓글로 라이카님과 재경님이 적어주신 내용까지 포함해서 다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혹시 빠진 노래 있으면 알려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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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낙원동블루스
2009년 여름 무렵이었던가요... 어느 날 천정남 단원이 낙원동의 한과 정서를 가득 담은 노래를 만들어 보자며 이 가사가 적힌 쪽지를 저에게 줍니다.
사실 지금은 알앤비 발라드나 걸그룹 댄스음악이 게이들에게 인기지만 조금 앞세대에선 가라오케에서 부르는 노래들은 트로트... 그것도 구슬픈 내용이 대부분이었어요. 이미자, 김연자, 심수봉, 주현미...
그래서 낙원동블루스는 가사 내용에도 어울리는 트로트로 장르를 정했고, 진성과 가성을 교묘히 섞어서 꺾어 부르기의 진수를 보여주시는 갈라언니의 발성에 맞춤형으로다가 곡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컨셉이 정해지면 곡은 의외로 빨리 만들어지더라는... 가사도 물론 훌륭했고요.)
첫 공연때는 당연히 갈라언니가 솔로로 불렀고요,
이번에는 1절은 원곡 느낌을 살리되 2절은 하바네라 풍으로 합창 편곡해서 색다른 변화를 시도해봤습니다.
미로님이 멋지게 연출해주실 거니 기대해보세용
2. 길녀의 추억..
라이카>
"예전에 길녀 뛴다고 하면 극장이나 화장실 종묘 공원, 남산 등에서 상대를 찾는 크루징행위를 의미하는 거라고 '재우' 언니가 그랬어요.ㅋㅋ 전 잘 몰라요.. ㅎㅎ
제가 친구사이에 나오고 처음 퀴어문화 축제, 퍼레이드 하는 모습을 '길녀'라고 표현해 봤어요. 떨리고 무서웠지만 언니들 믿고 거리로 나가보니 차츰 긴장도 풀리고 뭉클해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음악에 맞춰 율동도 하게 되었다는 야그.. 그래서 노래 첫 부분에 다른 동생들에게 이젠 내 손 잡고 같이 퍼레이드에 참여해 보자고 권유하는 이야기가 담겨있구요.."
- 2010년 여름에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나름 국어전공자인 라이카님의 가사라서인지 문학성과 스토리가 적당히 잘 섞여 있었어요.
글을 보자마자 제목은 '길녀의 추억' 이 좋겠다고 떠올랐고요, 제목에 어울리게 뽕끼가 충만하면서도 극적인 구성을 갖춘 곡이 필요할 듯 해서, 도입부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후반부의 빠른 단조의 4박자 곡을 만들었어요.
첫공연 당시 가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자칫 단조로와지기 쉬운 곡이었는데 지휘자님이 악상을 잘 넣어주셔서 무난히 박수갈채를 받았지요.ㅎ
원래 엔딩은 추억을 회상하는 느낌으로 도입부와 통하는 서정적인 멜로디를 만들었었는데요, 공연시간의 압박 겸 엔딩이 군더더기같다는 어느 단원의 조언도 있었고 해서 휘몰아치듯 끝내는 걸로 했는데 뭔가 어색하다는...ㅠㅠ 지휘자님이 악상을 잘 살려주길 바랄 뿐임다.(그 부분 없애자고 하셨더너 단원분은 근데 지금 안 나오심.ㅠㅠ)
3. 세상아 너의 죄를 사하노니
박재경>
늦가을 친구사이 워크숍
몸 쓰고 마음 쓰고 머리를 쓰다 보니
밤이 깊었다.
달을 보면 한 잔
숲속 바람소리 들으며 한 잔
우리 모여서 깔깔대니 또 한잔
풀벌레 울어대는 숲속의 밤
“ 가람아 어때 가사랑 멜로디”
“ 괜찮아요 형”
오늘은 그이가 하얀 천사처럼 누워있다
먼 길을 갈 사람처럼 바쁘길래
네 원망 내 원망
네 사랑 내 사랑
원망은 두고 사랑만 가져가라고
이마에 십자가를 그려 주었다.
잔뜩 독기 오른 눈에 눈물이 흐른다.
네 원망 내 원망
네 사랑 내 사랑
원망은 두고 사랑만 가져가리라고
아 어찌 살꼬
아 세상아 너의 죄를 사하노라"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달랬는데 역시 박재경답게 또 시를 써주셨네요. ㅋㅋㅋ
4년전에도 그랬어요. 2009년 가을 친구사이 워크샵에서 술을 먹었는데... 풀벌레 소리가 유난스러웠지요.
아픈 친구도 있었고 이런 저런 힘든 일들이 많아서였는지 재경은 그 소리가 그냥 벌레소리로만 들리지는 않았었나봐요.
그날 밤 술자리에서 뱉은 말들을 모티브로 며칠 후 아주 감성적인 시가 게시판에 올라왔었습니다.
노르마님도 시가 좋아서 곡을 붙이고 싶어했는데.... 제가 당시 조금 한가했던 관계로 곡을 먼저 만들게 되었죠.
(조콤 미안하기도 했음이요.ㅎ)
재경이 쓴 시는 사실 상징성이 풍부해서 노래로 만들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래서 어려운 비유들은 조금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가사를 만든다음 곡을 붙였어요.
노랫말이 담고 있는 주제가 너무 좋아서 곡은 하룻밤만에 뚝딱 만들어졌어요.
곡이 완성된 날 포장마차에서 재경, 가람, 국영이랑 같이 소주를 마시면서 재경에게 mp3로 곡을 들려줬어요.
재경이 첫 가사가 나오는 순간 자기 이야기가 가사로 만들어지는 감격에 못이겨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하더군요.
4. 콩그레츄레이션즈
천정남 오비단원이 2010년 6월 게시판에 가사를 올렸어요.
아래와 같은 이야기와 함께요.
"지난 일요일 연습때도 코러스보이한테 준다고 인쇄해뒀었는데 또 까먹고 안줬네.
그래서 라이카의 "길녀의 추억"을 보고 나도 여기에 올려.ㅋ
라이카의 "길녀의추억"은 제목을 보고 탑골공원을 생각했는데 내용을 보니 퍼레이드내용이구나
이 가사는 알다시피 우리가 술마시고 놀때 자주 외치던 소린데 왠지 노래로 만들어 같이 부르고 외치면 좋을것 같아 만들어봤어. 작곡자님께 한가지 제안을 하자면
"인생뭐있어"와 맨끝의 "에브리바디 컨그레츄레이션"은 우리가 외치던 톤으로 하면 재미있을것 같은데 ...
지보이스 초창기에 스텝및 영상촬영 편집으로 많이 도와주던 '제시카'란 친구가 있어요.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자주 못 보지만, 그가 술자리에서 항상 외치던 말이 '인생 뭐 있어'와 '에브리바디 컹그레츄 - 레이션' 이었지요. 그래서 지보이스의 건배사가 되었고요.
그 억양을 그대로 살려서 만들어본 노래입니다.
가사도 좋고 멜로디도 신나서 축하자리에 초청받으면 늘 부르는 단골레파토리이기도 하죠. ㅎ
무엇보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가장 좋았을 때는 장애여성학교 졸업식에서 불렀을 땐데요, 늘 추는 안무 동작을 거기 행사 진행하시는 분(타리였다죠.ㅋ) 과 졸업생 분들이 따라해주셔서 다들 울컥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5. 쉽지않아.
2009년 여름 무렵 아마 샌더단장님이... (당시에는 풋풋한 이십대 알바생) 게시판에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욱 길~~~게 쓴 적이 있어요.
지금은 어디 있는지 찾으려해도 못 찾겠던데... 암튼 그 내용이 너무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하고 해서... 뭔가 이거 가사로 되겠다 싶어서 내용을 긁어놨었는데요, (이런거 보면 저도 흥행사로서의 재능이 조콤 있지 않나 싶어요.ㅋㅋㅋ)
그렇게 가사를 적어놓고 미루고 미루다가 어느날 갑자기 '쉽지 않아'라는 후렴구가 생각나면서 곡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원래 제목은 '탈모증' 부제 '샌더의 하루'였는데 쉽지 않아로 바꾸었고요. 그해 11월 세상아너의죄를 사하노니와 함께 포장마차에서 처음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반응이 크게 나쁘지 않아 연습곡이 되었다가 무대에까지 서게 되었고요.
'자위한다 자겠다 '라는 가사는 나름 심혈을 기울인 반전이었는데... 첫 연습 때 반응은 별로 였어요.
다행히 공연 할때는 샌더 풋풋한 미성에 힘입어 원하는 관객 반응이 나오긴 했습니다.
6. 북아현동 가는 길
다 아시듯... 종로의기적에 나오는 단원 '스파게티나'가 세상을 떠날 무렵 그를 기억하며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북아현동은... 갈라- 천정남- 마님- 코러스보이-이쁜이-데미지-재경-스파게티나- 라이카 - 현우 등 많은 지보이스 단원들과 친구사이 회원들이 거쳐간 곳이지요. 가람 등이 술먹고 자주 찾아오기도 했던 곳이고요.
그 골목의 쓸쓸한 밤풍경과 그래도 정다웠던 우리들의 이야기, 스파게티나의 추억을 가람 재경 제가 노랫말로 만들었고...
티나가 떠나던 날 곡이 완성되었어요.
어느밤 우리 곁에 날아들었던 '작은새' 스파게티나는... 지금은 같이 하고 있진 않지만...
과거도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자랑일겁니다.
7. 길고양이의 노래
이 노래는 2010년 겨울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일부 기독교인 보수세력들의 만행에 분개해서... 트위터에서 타리님과 어느 분이 '저들이 미워할때 우리는 사랑한다.'라는 말을 하셨는데 그게 맘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길고양이는... 시골 모친 집에서 어머니가 길고양이들을 거두고 있었는데... 어느 명절날 밤 집에 내려가서 그 고양이에게 음식을 주다가 문득 길고양이한테 심하게 감정이 입이 되면서... 이아이를 소재로 노래를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두가지 스토리가 합쳐지면서 노래가 만들어졌어요.
1절은 제가 2절은 타리님이 붙였어요.
원래 후렴구 고양이 소리를 내면 재밌을 거 같아서 붙였는데... 생물학적 남성의 목소리와는 아무래도 안 어울렸지요.
이번엔 여성 객원과 같이 부르니 코러스가 기대됩니다. ㅎ
8. 그 외에... 자작곡은 아니지만,
위고투게더와 밤새도록춤을은... 역대 공연중 최대의 박수 갈채를 받았던 레퍼토리 중 하나라서 이번에 선곡이 되었고요...
싱글레이디는... 얼마 안 남은 싱글 게이디를 격려하기 위하여 선곡이 된 듯?ㅋ 하고...
유메이크미 프라우드는... 스텝 몇분이 강추하시면서... 간달프 퍼포먼스가 유력했던 '재너두'를 제끼고 이번 공연 레퍼토리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자작곡의 담긴 하나하나의 의미가 재미있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네요 ㅎㅎ
(쉽지않아의 원글은 http://chingusai.net/xe/index.php?mid=gaylife&page=21&document_srl=116800
아마도 이글이 아닐까 싶어요.)
정신 없이 바쁘실 텐데 또 글 올려주셔서 고맙삼~ ^_^
이래저래 반가운 이름과 추억들이네요.
정기 공연 뒤에 트로트 부르신 엘레지의 여왕 갈라 언니께
어느 관객분이 오셔서 함께 사진 찍으신 게 인상적이었어요.
노래대로 쉽지 않은 산드라가 이젠 어엿한 단장님이시라니~! ^.^
(딴 분의 그 곡 초벌 영역 중 '자위한다 자겠다'가 19금이었던... =3=3=3)
유쾌하고 발랄한 제시카, 올해는 공연 보러 올 수 있으려나?
마음 따뜻하고 손 크고 가사 못 외우던 티나... 늘 지켜보고 있겠지? ㅠㅁㅠ
그리고 지보이스 자작곡은 술자리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여러분도 한 잔 하시다가 좋은 생각 떠오르시면 곧바로 코러스보이님께 카톡을~! ^0^/
예전 공연에서도 한 것같지만, 특히 올해는 자작곡 위주이니
프로그램에 곡마다 짤막하게라도 이런 설명 붙이면 어떨까 싶네요.
(일이 너무 많아지려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