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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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무진을 카페 Thank you에서 만났다. Thank you는 지난 달 가까스로 정회원이 된, 뚜렷한 외모한 시원한 성격으로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고환이가 일하는 곳이다.
나는 따뜻한 카푸치노를, 무진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이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음료를 기다리면서 무진이 말을 꺼냈다.
"그래서 민경이 번호는 땄냐?"
"아니. 1차 끝나고 간다는데 갑자기 쌩뚱맞게 번호 교환하자고 하면 좀 부담스러워할거 같고. 아직은 서로 잘 모르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친해지려고."
"걔 맘에 들어하는 애들이 꽤 되는 거 같던데."
"그래? 몇명 보이긴 했는데 꽤 정도나 돼?"
"너 몰라? 걔 그날 집에 간다고 택시 타는데 배웅한다고 따라간 애가 네 명이래. 일단 니가 누구 맘에 들면 거기서 그 사람 맘에 들어하는 사람은 적어도 한 다섯 명은 된다고 봐야돼."
"네 명?!!! 너무 한 거 아니야??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한테 그렇게 들러붙어가지고, 그 사람 또 나가면 어떡하냐. 그리고 친구사이 이미지 너무 실추시키는 거 아니야? 그래서 그게 누구누군데?"
"나묵자랑 명자랑 또 누구지? 아, 또치랑 호떡"
보자. 나묵자랑 명자는 일단 뭐. 진짜 특이한 거 좋아하는 스타일 아닌 이상 별로 신경쓸 필요 없고. 호떡? 호떡이 누구더라...요새 사람이 하도 많아져서 누가 누군지를 모르겠네. 일단 내 머리에 없는 거 보면 별로인 거 같긴한데...그나마 또치가 좀 경쟁상대네. 또치가 그런 스타일 좋아했었나?
"난 뭐 상관없어. 어차피 될 사람들은 다 되게 되어있어. 아니면 아닌거지."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내가 말했다.
"ㅋㅋㅋ아니면 아닌 말투가 아닌데?ㅋㅋㅋㅋㅋ"
무진과 옥신각신하면서 깔깔대고 있을 때 고환이 주문한 음료 두 잔과 당근케익을 들고 올라왔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저희 케익은 안시켰는데요."
"네, 고갱님. 이 케익은 저희가 이번에 새로 개발한 상품으로, 독이 들었나 안들었나 확인하기 위해서 진상 고객에게만 특별히 제공하고 있으니까 부담갖지 말고 드셔도 됩니다."
"개년."
무진이 웃으며 말했다.
음료와 케익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의자에 앉지도 않은 채 고환이 서서 말했다.
"좀 있다가 카레 온다는데?
"아, 진짜?"
카레로 말할 것 같으면 친구사이의 대표 걸레, 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손수건 정도랄까. 나쁘지 않은 외모와 적당한 유머 감각과 착한 심성 덕인지 끊임없이 연애를 하지만 딱 그만큼의 끊임없는 이별을 한다. 너무 정직한 탓인지 자기 얘기든 남의 얘기든 다 하고 다닌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부풀리거나 지어내지는 않는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 친구사이 대표 확성기의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때문에 카레 앞에서는 말을 할 때 조심해야한다.
"나 기다리고 있었어?"
때마침 카레의 넓적하게 웃는 얼굴이 계단을 타고 불쑥 튀어올랐다.
"당연하지. 니 자린 저기야."
내가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카레는 혀를 내밀어 손가락을 핥는 시늉을 하면서 내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카레가 여전히 넓적하게 웃으면서 뭔가 고민이 있다는 듯한 말투로 약간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나...요새 민경이랑 문자해."
아.......아...?! 엥?! 민경이랑??!!! 이 놈이 민경이 번호는 어떻게 가지고 있지? 민경이는 왜 이런 놈이랑 문자를 하고 있지?
"모르겠어... 나 맘에 들어하는 건가? 나도 걔 괜찮긴한데... 잘 모르겠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자 엄청하긴 하거든. 그럼 맘에 든다는 거 아닌가? 근데 내용을 보면 별게 없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볼래?"
그는 민경과 나눈 대화창을 보여줬고 그의 말처럼 별 내용이 없었지만 실로 많은 양의 문자 메세지가 오고갔다. '인났어?'부터 '굿밤'까지.
무진이는 당황한 눈빛으로 내 쪽을 바라봤지만 나는 애써 그 시선을 피하고 핸드폰에 시선을 떨군 채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고 있었다.
안된다. 안된다. 표정관리 해야된다. 당황한거 카레한테 들키면 안된다. 그럼 동네방네 내가 민경이 맘에 들어한다고 소문 다 난다. 표정 변하면 안된다. 웃자, 웃자.
내가 말했다.
"문자 한다고 다 맘에 들어 하고 그런건 아니잖아. 그냥 친구로 문자할 수도 있지."
"근데 얘가 자기 귀요미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줬어."
뭐지..이 상황은..카레가 맘에 드는거거나 아니면 사차원이라는 건데...
둘 중 어느 것도 좋은 상황는 아니었다.
박재경
페니스 윤의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글이네 힘내 ^^소식지 항사 잘 읽고 있고 ... 사람들의 관심도 커져서 아...
damaged..?
엄훠, '*니스 윤'이라니... 언어 순화하세요, 구 대표님! ㅋㅋㅋ
damaged..?
마감 있는 일만큼 스트레스 주는 게 없는데,이렇게 내부 사정이랑 고충 알려주셔서 고맙삼~다들 개인적으로...
윤기성
이건 저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나전 허구입니다. 원 헌드레드 퍼센트 제 머리 속에서 나온 픽션..ㅋㅋ
damaged..?
앗, 속았네...! 글재주 덕이군 ^ㅁ^그래도 고충도 있겠고 자유롭게 얘기하고도 싶을 텐데즐겁고 편하게 쓰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