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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32호]새내기 정회원 인터뷰 - 룰루랄라
2013-02-13 오전 06: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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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월 

새내기 정회원 인터뷰

 

샌더(소식지팀) sanderthumb.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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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룰루랄라님. 닉네임이 특이하네요.

 

-제 인생관이에요. 즐겁게 살자는 뜻이요. 룰루랄라 그렇게. 보통 룰라, 랄라 뭐 이렇게 부르시기도. 하하.

 

그래요. 혹시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 스물일곱이에요.

 

그런가요? 동안이시네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 군대를 작년 7월에 전역하고 학교 복학해서 공부 중이에요. 지금은 방학이라서 쉬고 있고, 고궁 해설하는 가이드 같은 것을 모집해서 지원해서 지금 교육을 받는 중이에요.

 

아. 고궁에 관심이 많으세요?

 

- 네. 관심도 많고, 자원봉사가 하고 싶기도 했고. 군대 가기 전에 예전에 다른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었고요. 아이들 심리치료 할 때 옆에서 기록하는 일도 했었어요. 계속 자원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을 좀 찾다 보니까 지원을 하게 됐어요.

 

그렇군요. 학교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세요?

 

- 지금 중국어와 법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고요. 영어공부도 하고, 보통 대학생들이 하는 그런 공부하는 거죠.

 

지난해에 전역을 하셨다고 했는데, 군대에 있을 때 정체성 때문에 힘들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어요. 그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었는데 그래서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적은 있어요. 아직도 정리가 덜 된 상태이기도 해요.

 

감정 정리가 안 됐다니 힘드시겠어요. 정체성에 대해서는 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편인가요?

 

- 네. 제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은 자연스러웠어요. 그런데 그다음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 나는 남자를 좋아해.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거요. 막연히 불이익이 있을 거로 생각하니까. 스스로 그런 부분에 대한 질문들이 컸던 거죠.

 

그럼 그런 질문들은 어떻게 해소를 했어요?

 

- 좀 알아야겠다 싶어서. 책을 열심히 봤어요. 정체성과 관련된 서적이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냥 무엇이든 열심히 읽었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다른 게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삶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 지켜보기도 하고요. 친구사이에 와서도 그런 부분이 좋은 것 같아요. 직접 선생님처럼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스스로 투영시키는 거죠. 그렇게 하나씩 그려지는 게 있더라고요. 그 사람들의 인생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거요.

 

게이 친구들과 자주 만나서 어울리는 편이에요?

 

- 나이가 비슷하고 사는 동네가 같으면,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만나서 놀고 그랬어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연락이 다 끊어지더라고요.

 

듣기로는 그런 경우가 많더라고요. 지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나 보죠?

 

- 제가 봤을 때는 그런 것 같아요. 게이라는 것 외에도 다른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면 지속적일 수 있을 텐데, 이게 딱 게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없는 사람들이다 보니까 대화도 이어지기가 어렵더라고요. 사실 인연을 지속하는 것은, 스트레이트 친구들과 마찬가지거든요. 정체성이라는 공통점 외에 다른 연결할 수 있는 지점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느냐. 제 생각엔 그런 것에 따라서 지속이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데 혹시 좀 사람을 만나는 데 까다로운 편인가요?

 

- 네. 조금이 아니라 많이요. 이것저것 따진다기보다는 성품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까다롭다는 게, 오랫동안 두고 본다는 거에요. 친해지기까지. 게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단시간에 친해지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것보다는 사람을 길게 두고 보려는 편이에요. 그리고 의식적인 상태에서는 자신에 대해서 포장하거나 연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갑자기 싸웠다던가, 놀란다던가 그럴 때. 그럴 때는 무의식적으로 감정이 확 앞서잖아요. 그런 순간이 오면,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이구나 하고 판단하게 되는 게 있더라고요.

 

연애 상대를 만날 때도 그런 식으로 두고 보는 편이에요?

 

- 그럼요. 친구들 만날 때와 별로 차이를 두지 않아요. 물론, 첫눈에 반하기도 하죠. 그런데 그건 그 순간 좋아하는 거고, 연애로 지속하는 건 다른 문제죠.

 

연애이야기가 나온 김에, 호감을 느끼는 기준이 뭔가요?

 

- 그건 그냥 말 그대로 느낌이에요. 잘생기고 못생긴. 그런 건 사실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남자로서의 느낌이 나는 사람이 좋아요. 형이나 친구의 느낌이 아니라, 남자로서 섹스어필을 하는 사람이요. 그니까 자고 싶다라는 의미의 섹스어필이라기보다는, 형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동생도 아닌 정말 (연애 가능성이 있는) 남자라는 느낌. 일단 그런 느낌이 와야 한다는 거죠.

 

본인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기준이네요. 연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 이번에는 연애하면, 언제가 될지 몰라도 좀 같이 살아보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자꾸 제가 지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전역 후에 몇 번의 기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안 되었죠. 그런데 이번에 만나게 될 사람하고는 오랫동안 커플로 있고 싶다는 기대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경제적으로도 좀 준비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 준비가 될 때까지 안 만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부모님께 커밍아웃하는 것도 비슷한데요.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독립이 가능할 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죠.

 

그렇군요. 쉽지 않네요.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말을 굉장히 잘하세요. 대본 읽는 것처럼 막힘없이 말하는 편이라고 할까요. 딱 부러지게 말하는 느낌인데, 그건 성격인가요?

 

- 성격인 것 같아요. 뭔가 계획된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좀 불안하고, 스스로 까다롭다고 하는 것이, 그렇게 보일 것 같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술자리에서 굉장히 밝고 천진한 모습이 첫인상이었거든요. 그래서 첫인상과는 좀 다른 부분도 느껴져요.

 

- 네. 까부는 모습을 많이 보다가 좀 알고 나면 까다롭고 그렇죠. 원래는 (성격이) 상당히 사무적이었어요. 정말로. 주변에서 늘 공통적인 지적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 상대가 오해 없이 들어줄 수 있겠다 하는 인간적인 신뢰가 쌓이면, 그건 그때 보여줘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그전까지는 사람들이 저를 편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랬군요. 음. 뭐 좋아하는 일이라던가 없어요?

 

- 여행이요.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정말 안 했어요. 그때는 학생 신분이라 돈이 얼마 없기도 하고. 시간도 없고. 그래서 했던 게 서울을 지하철로 누비는 거였어요. 막무가내로 집에서 가장 먼 종착역까지 가서 내려보기도 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서울 여기저기를 정말 많이 다녔어요. 그게 지금까지 관심사로 이어진 거죠.

 

그것도 훌륭한 여행의 방법이네요. 역도 많고 그랬을 텐데 그럼 다 내려서 둘러보나요?

 

- 그냥 노선표도 보고 역 이름도 보고 하다가 내키는 대로 내렸어요. 그럼 거기엔 뭐가 있나. 그래서 막 찾아도 보고, 없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기억에 남는 곳이 있나요?

 

- 고궁들 하고요. 허준박물관이라는 곳이 있더라고요. 이런 곳이 있었나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성공회 교회당 같은 곳도 예뻐서 기억에 남고요. 주로 그런 곳들이 기억에 남네요.

 

중고등학교 때 그런 여행을 즐겼다는 것이, 뭐랄까. 굉장히 부유하는 시기를 보냈구나 싶어요.

 

- 음. 공부를 하기 싫었어요. 나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부모님께 참 감사한 것이, 어려서부터 돈이 아닌 다른 가치들이 많다는 것을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아버님 같은 경우에는 '인생이라는 것이 많이 가져서 좋은 게 아니라 가진 만큼 즐기며 사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 부분에서 부모님께 유산을 받은 셈이죠.

 

공부만을 강요하지 않으셨다니, 참 부럽네요. 그런 청소년기를 지나왔는데, 그렇다면 특별히 꿈꾸는 삶 같은 건요?

 

- 지금은 찾는 중이라서 딱히 뭐라고 답하기가 어려워요. 그리고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게 스스로 말이 앞선 느낌도 들어서 속으로만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네. 사실 삶이라는 게 지금이 끝이 아니니까 계속해서 찾아가는 것이죠. 그럼 친구사이는 어떻게 찾아오게 되었어요?

 

- 이전부터 알고는 있었던 단체인데요. 사람은 소속감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질 높은 게이 라이프를 영유하기 위해서는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그 어딘가를 찾다 보니 친구사이를 찾게 된 거죠.

 

친구사이가 잘 맞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친구사이는 룰루랄라님에겐 어떤 곳인가요?

 

- 서산대사가 썼던 선시 중에 '눈 내린 들판을 밟아갈 때에는, 그 발걸음을 어지럽게 하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하는 구절이 있어요. 친구사이가 저에게는 그래요. 제가 이곳에 나오기 전까지는 사실 게이 라이프라는 것에 대한 롤모델이 많이 부족했어요. 항상 하루하루를 살면서도 그냥, 발자국 없는 눈길을 걷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 와서, 아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 하는 실제 모델들을 보게 된 거에요. 그것 하나만 놓고 보아도 이곳은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어요. 제가 인생에 대한 지도를 그리고, 비전을 설정하는 데에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꼭 누군가를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앞에 누군가 걸어간 발자국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죠.

 

그래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도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것이니, 잘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 네. 수고하셨습니다. :)

 

 

 

웃음소리가 호탕하다. 어디에서나 잘 어울리는 사교적인 인상과는 다르게 인터뷰가 지루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 인터뷰이가 이렇게 걱정을 하니 나도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궁금한 것이 많아져 그 어느 때보다 오프 더 레코드가 많아지고 말았다. 그 이야기들이 궁금하면 그에게 다가가 직접 대화를 나눠보시라.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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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허 2013-02-13 오후 21:15

항상 웃는모습의 룰루랄라형 ~
멋있어 멋잇어! 반하겠엉 >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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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 2013-02-14 오후 20:59

서울 오면 밥 묵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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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2013-02-14 오전 10:06

룰라 인터뷰할 때 책읽당 홍보도 슬쩍 넣어줬어야짓!
방학도 끝나가는고나~금요일에 봅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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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 2013-02-14 오후 21:00

그러게, 방학 너무 짧아. ㅋㅋㅋ 난 지금 같은 잉여 백수가 좋은데 ㅋ
금욜날 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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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er 2013-02-14 오전 11:31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마워요. 항상 룰루랄라~ 즐겁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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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 2013-02-14 오후 21:02

오히려 제가 인사드려야 할 듯.. 이번 인터뷰는 편집술의 승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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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紅]  2013-02-26 오전 08:51

늦게야보는 인터뷰지만 룰루랄라는 정말 생각보다 멋진구석이 있는거 같아. 뒷풀이때 잠시 마주칠수 있었던 그 거칠면서도 익살스런 모습과는 달리 이렇게
진중하고도 멋있는 모습이 숨어있었나 싶어
사람은 역시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다는 말이 공감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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