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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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라는 책(만화^^)을 읽었어요.
 
제목만 보면 30대 독신여성의 처세술 에세이집 정도로 여길수 있을텐데,
막상 펼쳐보니 나이가 들어가는 여성 혹은 게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내용들이 많더군요. 
독신여성과 게이들 사이에 상당히 많은 공감대가 흐른다는 건 누구나 아실테고...ㅎ
 
특히나 세명의 주인공 중 한명인 독신여성이 엄마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사는 에피소드들이 가슴에 와 닿았어요.
 
이를테면 나이 들면 깨끗해야 한다는 편견에 대해서...
나이를 핑계로 게으름을 부리며 씻지 않는 건 문제겠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더러워지는 건 아닐텐데요...
왜 우리는 노인=더러움, 아기=깨끗함이라는 등식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걸까요?
실제로는 아기가 더 더럽거나, 아니면 별 차이 없을텐데 말이죠.
주름과 나이든 피부, 오래 입은 의복 등으로 판단해서 노인들에게 지나친 청결을 요구하는 건 참 가혹한 일일 겁니다.
 
문득 두어달 전에 병원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본인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강박증을 가진 분이었는데,
실제로 아무 냄새를 맡을 수 없었는데, 본인은 자신에게서 노인 냄새가 날까봐 극도의 불안함과 강박증을 보이시더군요. 
 
또 우리 중에는... 치매에 걸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라고 쉽게 말을 뱉는 사람들도 있지요.
저도 일하면서 만난 수많은 치매 환자들과 또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 또한 사실이고요.
근데 생각해보니, 그런 말 역시 수많은 치매환자와 그분들을 보살피는 가족/지인들에게는 큰 상처를 줄수 있는 말이더군요. 
그분들 중 누구도 원해서 치매에 걸린 건 아닐 거예요. 
그리고 단지 치매에 걸렸다고 존재를 평가절하하고 부정해버리는 건 너무 잔인하고 이기적인 생각이겠죠.  
물론 과장된 동정심 역시 치매 환자를 하등민 취급해버리기 쉬운 위험한 일일 테고요.
......
 우리는 곧잘, 노인, 환자, 장애인들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느끼지 않는, 불편함이 없는 사회를 희망한다고 말하지요.
그러자면, 우리 중 누구든 노인이나 환자 장애인이 될수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일이 먼저란 생각이 듭니다.
덧붙여서... 질환이나 노화 등 내 욕망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에 도덕이나 가치를 개입시키는 일은 참으로 오만한 인간의 독선이 아닌가 싶고요.  
 
뭐 그렇다고...
몸을 돌보지 말고 막 굴리며 살테니 다 이해해달라는 말은 아니고요.ㅎ
 
횡설수설 했지만...
결국 '테이크 홈 메시지' 를 들자면...
<만화책에도 때로는  진리가 많으니 무시하지 말고 열심히 읽자> 정도? 겠네요~~^^
 
 
참고로... 이 책이 좋으면 마스다미리 시리즈 다른 것들도 다 재밌으니 참고하세용~~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독신여성과 기혼여성의 장단점을 알고픈 이들에게 추천함.
 
주말엔 숲으로
->시골생활을 꿈꾸는 처녀들, 녀자들간의 우정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함.
 
엄마라는 여자
-> 작가의 대단한 엄마 자랑...ㅠㅠ 저런 엄마라면... 부럽다는 생각을 했음...ㅠㅠ
 
아빠라는 남자
-> 아빠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냥 '상남자' 이야기.

damaged..? 2013-02-06 오전 02:15

오호~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책 검색하다
제목이 눈에 번쩍 띄어서 찜해두고 있는데,
이렇게 시의 적절하게 후기를... 감사 만땅~ ^ㅇ^
(앞으로도 독서 일기 많이 많이 올려주삼~!)


예전엔 중매 결혼이 대세였다면 요새는 연애 결혼이 대세라는 차이는 있지만,
TV의 각종 짝찟기 프로그램, 기업의 각종 '~데이' 상술을 보면
한국 사회는 일이반,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가 비혼인 걸 참 못 견뎌하는 것같아요 =_=;;
물론 결혼해도 애 없으면 또 이상하게 보고 낳으라고 성화구요.
(그러면서 정작 외국까지 수출하는 그 많은 애를 입양하는 건 반대하죠;;)
이런 소위 '정상' 가족 이념 강요 탓에
가령 결혼 제도가 적성에 안 맞거나(!) 그걸 싫어하는 일반들마저 억지로 하다보니
서로 안 맞는 가족, 불행한 가정이 속출하는 걸 텐데... ㅜㅜ
개인이 행복하기 위한 게 아니라 가문이나 남의 이목을 위한다면
'결혼을 위한 결혼', '보여주기 위한 가족'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게다가 역시나 남 보여주기 또는 따라잡기 강박 관념 탓에 육아부터 심신이 버겁죠)


그리고 치매라니 최근에 본 '아무르'(사랑)라는 외국 영화가 생각나네요.
아내가 갑자기 몸이 아프고 정신까지 약해지면서 금슬 좋던 노부부가 겪는 변화를 다뤄요.
저도 나이가 나이다보니 점차 노년이랑 그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이상적 상태 = 젊음 = 아름다움'이라는 전제 탓에
나이 들고 약해지고 병들어 죽음에 이르는 불가피한 과정이
'봐서도 들어서도 생각해서도 안 되는 무섭고 추한 몹쓸 것'으로 낙인 찍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겪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돼버린 것같아요.

(물론 수명 연장 덕도 있지만) 그러니 보톡스니 필러니 하는 성형 등도 대유행이구요.
예전엔 자기 집에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죽어서 장례도 치렀는데 말이예요.
물론 늙고 병들어 몸도 마음도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되면 참 힘들고 슬프겠지만,

나이듦이 무조건 마이너스인 건 아닌 것같으니까요(물론 그렇다고 자동으로 철들진 않지만요 ^^;;).
살면서 존엄성을 지키는 것만큼 죽을 때 존엄성 지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너무 길어서 죄송요~ ^^;; 그래도 '아무르'는 많이들 보시길)

박재경 2013-02-06 오전 02:38

어마낫 .... 책 읽당에 나가시더니 독서량이 더 늘어나나봐요 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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